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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an 28. 2022

유소유 #04 주식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꿀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3가지 꿀팁

요즘 당신의 주식은 무사한가?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전부 계좌가 녹아내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는 수익을 내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혹시나 주식 때문에 불안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라면 정말 잘못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하지만, 자산이 반토막이 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은 사람은 없다. 장기투자를 위해 마음을 수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단 한 번도 주식 때문에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은 적은 없다. 하락장에서도 꿀잠을 잘 수 있는 꿀팁을 공개한다.



1. 주식이랑 거리를 두자.


"형, 드디어 하락장 시작인가 봐. 어떡하지?"

"당장 현금 필요한 거 없지? 잡주 들고 있는 거 없지? 그러면 그냥 가만히 있어."

"아니, 내 계좌가 녹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뭐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과연 너가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하락장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주식이랑 거리를 둬야 한다. 어설프게 대응했다가는 시간이 지나 풀릴 일마저 꼬인다. 주식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의 최근 방송 중 웃픈 명언이 너무 공감돼서 인용했다. 한 가지 팁을 보태자면 초보 투자자일수록 직접 현장을 보러 갈 수 있는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이마트나 농심 주가가 폭락했을 때 주식 차트만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팔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마트에 북적대는 사람들과 식탁 위에 올라가는 라면을 보면 기업은 여전히 돈을 잘 벌고 있음을 깨닫고 안심할 수 있다. 현장조사란 거창한 게 아니라 주식에 표시되지 않는 기업의 분위기를 느끼러 가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전부 다 팔고 나중에 오를 때 다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떨어지는 때도 못 맞췄는데 올라가는 때는 맞출 수 있을까?"

"뉴스에서 주식이 더 하락할 수도 있대. 바닥을 확인하고 사도 괜찮지 않을까?"

"떨어질 때도 못 산 사람은 올라갈 때도 못 사는 법이야. 제발 그냥 가만히 있어."


간혹 주식이랑 거리를 두라고 했더니 주식을 전부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주식과 잠깐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이지 주식을 다 던지고 시장에서 도망치라는 게 아니다. 주식 투자를 하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최악의 선택은 시장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폭락장에서 주식을 자꾸 확인하면 팔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기기 때문에 바로 그 매도 행위를 방지하고자 제시한 방법이 주식과의 거리두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고 사회생활을 전부 차단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발을 담가놓고 있어야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이번에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친 사람들은 하락장이 끝나고 시장이 주는 열매를 먹지 못할 것이다.




"신혼집 살 돈 다 날렸습니다... 억장 무너지는 개미들"

"급락장에 반대매매 '급증'... 깡통계좌 '속출'"


하락장이 찾아오면 위와 같은 기사가 도배된다. 기사 내용만 보면 참 안타깝고 돈을 잃은 개미 투자자가 피해자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탐욕이 가득하다. 누가 집 살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라고 했던가? 상승장에서는 신용에 레버리지까지 써서 행복하지 않았던가? 결국 주식은 여유자금으로 해야 하고, 대출자금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격언을 무시한 대가다. 두 가지 교훈을 잘 실천한 투자자라면 하락장이 왔을 때 잠시 주식과 멀어지면 된다. 주식 앱을 닫고, 본업에 힘쓰고, 소홀했던 관계를 돌보고, 투자 대가들의 책을 읽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여유가 있으면 저가 매수할 기업을 찾아보는 것이 슬기로운 투자 생활의 정석이다.



2. 주식에게 이별을 통보해보자.


"있잖아, 나 OOO에 투자하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잠이 안 와."

"그 기업에 대한 믿음이 없어?"

"잘 모르겠어. 이게 오를 것 같긴 한데 최근에 하도 악재가 많이 나와서 걱정되네..."

"그러면 한번 팔고 나서 생각해봐."


주식을 팔지 말고 잠시 거리를 두라는 말과 비슷하지만 다른 얘기를 한 가지 해보고자 한다. 주식을 팔지 말라는 데는 하나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투자한 기업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투자한 기업은 훌륭한데 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 억울하게 주가가 하락한 경우에는 여유를 갖고 기다리면 된다. 그러나 기업 경쟁력이 훼손돼서 수익성이 저하되고 향후 전망도 악화되면 무조건 오래 들고 있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과감한 절단 수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겠다면? 이럴 때는 주식을 한번 팔아보는 걸 권해본다.




"팔고 나서 후회되면 어떡해?"

"팔았는데 후회할 정도로 믿음이 가는 주식이면 그때 다시 사면되지."

"그렇게 팔고 다시 사면 처음에 샀던 평단가가 사라지잖아? 그건 또 싫은걸."

"지금 주식 때문에 마음이 불안해서 잠도 못 잔다는 사람이 평단가가 중요하니?"


사람과 달리 주식은 내 맘대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할 수 있다. 어떤 주식이 맘에 들지 않아서 팔고 나면, 어떤 주식은 후회가 되고 그리워서 다시 찾게 되는데 어떤 주식은 마음이 후련해지고 왜 그런 쓰레기 같은 주식을 들고 있었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한번 사귀면 정 때문에 결혼까지 가는 것처럼 이미 내가 갖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는 편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식을 팔고 나서야 비로소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내 마음을 헷갈리게 하는 주식은 이참에 한번 정리를 하고 가자. 그리고 이때 평단가가 초기화되는 건 무시하자. 우리에게 중요한 건 부자가 되고 자산을 모으는 것이지, 계좌에 찍힌 숫자나 색깔이 아니다.




"테슬라, 칩 부족 경고에 11% 급락... 시가총액 131조 원 증발"

"나스닥 1% 넘게 하락... FOMC 결정 앞두고 MS 3% 급락"


이번 하락장에서 마음이 불안한 주식을 한번 덜어내면서 스스로 견딜 수 있는 변동성의 크기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누구는 10%만 떨어져도 상당히 불안해하지만, 누구는 30~50% 손실까지도 감내할 수 있다. 또 주식마다 등락의 특성도 다르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10% 이상 급락하는 날이 종종 있다. 10% 하락을 보면 여전히 심장이 철렁거리지만 테슬라이기 때문에 납득이 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급락했다는 뉴스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3%만 하락해도 '급락'이라고 표현한다. 어느 주식이 나와 맞는지는 상승장에서는 알기 어렵다. 사람도 최악일 때의 모습을 보고 판단하라 하지 않았던가. 주식도 하락장에서 본모습이 드러난다.



3. 주식마다 역할을 주자.


"한 달 전에 유망하다고 해서 샀는데 영 지지부진하네... 지금이라도 손절할까?"

"축구에서 선발로 내세운 선수가 부진하다고 전반전에 교체하는 감독 봤니?"

"아니. 전반에는 부상이나 퇴장 아니면 거의 안 바꾸지. 근데 축구랑 주식이 뭔 상관인데?"


나는 주식 포트폴리오 운영이 스포츠 구단 운영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축구 감독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머니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주식 포메이션을 짜는 법을 소개하겠다. 공격수로는 최전방에서 듬직하게 버텨주는 스트라이커와 측면에서 빠르게 오르내리는 윙어가 있다. 주식으로 치면 각각 든든한 '안정성장주'와 유망한 '고속성장주'에 비유할 수 있다. 수비수로는 중앙에서 몸싸움을 해주는 센터백과 측면에서 크로스를 차단하는 사이드백이 있다. 주식으로 치면 각각 우량한 '자산가치주'와 꾸준한 '배당가치주'에 비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에서 '현금'은 최악의 상황에서 한 줄기 빛처럼 팀을 구원해주는 골키퍼라고 할 수 있다.




"오, 알겠어! 그러니까 공격수, 수비수를 골고루 섞고 현금을 항상 보유하라는 건가?"

"정확해! 포지션에 맞는 선수를 영입하듯이 역할별로 가장 마음에 드는 주식들을 비율대로 사는 거야."

"그 비율은 어떻게 정하는데?"


축구에도 '4-3-3' 또는 '4-4-2' 같은 대표적인 포메이션이 있듯 투자에서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율을 6:4에서 4:6 사이로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적으로 평상시에는 현금을 10% 유지하고 남은 자금은 가치주와 성장주에 5:5로 투자한다. 하지만 이 비율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재작년 말에서 작년 초 같은 대세 상승장은 약팀을 만난 상황이다. 성장주로 전원 공격을 해도 다득점 승리가 가능하다. 올해 초 같은 대세 하락장은 강팀을 만난 상황이다. 가치주로 전원 수비를 해도 대참사가 발생한다. 좋은 주식들을 정해진 비율대로 투자하고, 뉴스에서 보내는 소음에 우왕좌왕하지 않는 것이 주식 포메이션을 짜는 핵심 목적이다.




"그러면 이렇게 고른 주식들은 언제 바꾸는 거야?"

"체력을 많이 소진한 선수를 빼주거나 경기 내내 부진한 선수를 바꿔주는 거랑 똑같아."

"한번 정한 포메이션을 되도록 유지하되 목적에 맞는 교체를 신중하게 하란 말이구나!"

 

축구를 좋아하면 알겠지만 골키퍼나 수비수는 웬만하면 풀타임을 뛴다.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현금 비중을 조절하거나, 안정적인 주식을 갈아치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반면 공격수는 아무리 팀의 에이스라도 자주 교체된다. 주식이 상승을 향해 열심히 달려줬으면 차익을 실현하고, 장기적인 투자포인트가 약해졌으면 다음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어떤 시장을 만나 어떤 종목을 고르냐에 따라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토너먼트가 아닌 리그를 치르고 있음을 항상 명심하라. 주식 리그에서 무패 우승 신화는 내가 아는 선에서는 피터 린치의 13년 기록밖에 없다. 워런 버핏조차 몇 번은 마이너스를 피하지 못했다.



때로는 주식이랑 거리를 두고, 한번쯤은 주식에게 이별을 통보해보고, 평상시에는 주식마다 역할을 주면 마음 편한 꿀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갈 수 있다. 오늘 소개한 세 가지 꿀팁의 교훈은 주식에 너무 집착하느라 세상의 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자기 위해 투자를 하지, 투자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면 안 된다. 나도 한때 주식과 사랑에 빠져 주말에 시장이 열리지 않는 걸 아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틀을 쉬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특히 요즘 같은 폭락장에서 설 연휴는 신의 은총과도 같다. 나도 연휴 동안 머리를 식히면서 원칙을 재정립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할 계획이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05 재무제표, 어렵지 않아요 (2/4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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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계산서, 기업의 성적표.


현금흐름표, 기업의 혈액검사결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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