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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Feb 04. 2022

유소유 #05 재무제표 어렵지 않아요

초보 투자자를 위한 3가지 재무제표 쉽게 뽀개기

국내 주식에 투자해본 사람이라면 'DART(전자공시시스템)'라는 사이트를 들어봤을 것이다. DART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상장 기업의 정기공시와 보고사항이 올라온다. 주식에 투자하려면 재무제표를 보고 기업을 분석하라는 말을 듣고, DART에서 사업보고서를 다운로드하여 펼쳤을 때 막막했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분량은 수백 페이지에 용어는 또 얼마나 헷갈리는지... 그래서 오늘은 주식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재무제표에서 9가지 체크 항목을 준비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비유를 활용하다 보니 비약이 생기는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한다. 재무제표를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하기보다 대략적인 개념만 느끼기를 바란다.



1. 재무상태표, 기업의 신체검사표.


"금감원, 전자공시 '다트' 개편... 공시정보 추가 개방"

"다양한 기업정보를 모아 모아 '다트 공시 활용법'"

"'삼성전자 오를까요?'... DART '완독'부터 하세요"

"'묻지마 투자' 그만! 전자공시 '다트' 확인하세요!"


기업은 1년에 4번 정기공시를 한다. 1분기와 3분기가 지나면 분기보고서, 2분기가 지나면 반기보고서, 4분기가 지나면 사업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재무제표는 사업보고서의 3번째 목차인 '재무에 관한 사항'에 있다.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차례대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가 나오는데 자본변동표는 건너뛰어도 좋다. 오늘은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만 설명할 것이다. 재무상태표는 말 그대로 기업의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표다. 나는 재무상태표를 기업의 신체검사표라고 표현한다. 건강검진을 받고 신체검사표를 받으면 기본적으로 키와 몸무게가 나오고 체지방량, 골격근량, BMI 같은 수치도 볼 수 있다.




"와, 이 많은 숫자를 언제 다 보죠?"

"어차피 숫자를 모두 외우는 사람은 없어요. 처음이니까 중요한 것들 먼저 같이 살펴볼까요?"

"회계 공부를 하나도 안 했는데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나요?"

"회계 공부를 하면 도움은 되겠죠. 하지만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과 읽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예요."


재무상태표에서 체크할 3가지 항목은 자산, 부채, 자본이다. 회계학 제1의 공식은 '자산=부채+자본'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전체 돈=남의 돈+나의 돈'이란 뜻이다. 기업에는 남의 돈과 나의 돈이 섞여있고, 그 비율에 따라 기초체력이 달라지므로 재무상태표가 중요하다. 나는 부채(남의 돈)를 체지방, 자본(나의 돈)을 제지방에 비유한다. 사람도 적절한 체지방이 있어야 힘이 나고 피부도 고와진다. 하지만 체지방이 너무 쌓여 비만이 되면 제 몸 가누기도 힘들다. 부채는 적당히 있는 게 좋다. 기업의 제지방이라 할 수 있는 자본에는 처음부터 갖고 있던 자본금과 기업이 돈을 벌어서 쌓이는 이익잉여금이 있는데, 각각 뼈와 근육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부채가 있는 게 왜 좋은 거죠? 기업이 빚 지고 장사하면 위험한 거 아닌가요?"

"남의 돈을 잘 쓰면 나의 돈이 더 빨리 불어나요. 대신 부채 관리를 잘해서 재무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해야죠."

"그렇군요... 그러면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이 뼈와 근육이라는 건 또 무슨 말인가요?"

"모든 사람이 뼈는 있지만 근육은 천차만별이죠. 기업이 열심히 일하면 이익이라는 근육이 쌓이는 거예요."


체지방과 제지방을 합치면 사람의 몸무게가 되듯, 부채와 자본을 합치면 기업의 자산이 된다. 기업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자산만큼 매출이 발생한다. 그야말로 덩치값을 하는 셈이다. 또한 자산이 많은 기업은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잘 버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덩치가 크다고 체력도 좋은 것은 아니다. 덩치는 엄청 큰데 감기에 잘 걸리는 허약한 친구가 한 명쯤 있을 것이다. 그런 친구는 근육보다 지방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자본에 비해 부채가 너무 많고 돈을 못 버는 기업을 좀비기업(한계기업)이라고 부른다. 한편 체격은 왜소한데 씩씩하고 건강한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작지만 재무상태가 좋고 돈을 잘 버는 기업을 알짜기업이라고 부른다.



2. 손익계산서, 기업의 성적표.


"페이스북, 실적 실망감에 시간외거래서 23% 폭락"

"아마존, 어닝 서프라이즈에 시간외거래서 14% 급등"

"넷플릭스, 암울한 실적 전망으로 주가 20% 폭락"

"구글, 호실적에 8% 폭등... 뉴욕증시, '구글 효과'로 상승세 지속"


불편한 진실을 얘기하겠다. 우리는 결과가 가장 중요한 사회에 살고 있다. 불법이 아닌 이상 무슨 일을 하든 돈을 잘 벌면 좋은 기업이다.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 또는 손실을 내는지 알려주는 표로, 나는 손익계산서를 기업의 성적표라고 부른다. 똑같은 키와 몸무게를 가진 두 사람이 달리기를 해도 속도가 다른 것처럼 재무상태표의 자산, 부채, 자본이 비슷한 두 기업도 돈 버는 건 제각각이다. 즉, 재무상태표가 기업의 스펙이라면 손익계산서는 기업의 퍼포먼스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실적 발표를 할 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결국 결과, 손익계산서다. 따라서 3가지 재무제표 중 하나만 볼 수 있다면 손익계산서를 봐야 한다.




"실적이 답이면 손익계산서만 보고 돈 잘 버는 기업에 투자하면 되겠네요?"

"맞아요. 근데 주식은 미래를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실적이 잘 나왔다고 무조건 주가가 오르지는 않아요."

"그러면 도대체 손익계산서를 어떻게 봐야 하죠?"

"이번 실적은 예상보다 얼마나 잘 나왔는지, 그리고 다음 실적은 이번보다 잘 나올지 못 나올지를 보면 돼요."


손익계산서에서 체크할 항목도 3가지다. 먼저 매출액은 성적표로 치면 원점수다. 어떻게든 기업이 판매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합친 것이 매출액이다. 따라서 고객이 아무 혜택 없이 100만 원 정가에 사든, 99% 특가 세일로 1만 원에 사든 매출액은 100만 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평가보다 상대평가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똑같은 80점도 누구는 적은 노력으로 받고, 누구는 잠 못 자고 코피 흘리며 겨우 받는다. 기업도 비용을 적게 들이고 많은 이익을 남기면 훌륭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즉, 표준점수라고 할 수 있는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원재료비 같은 매출원가와 광고비, 인건비 같은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외한 수익을 의미한다.




"그럼 실적이 잘 나왔고 앞으로 잘 나올 기업은 지금 주식을 사면 되는 건가요?"

"훌륭한 기업과 훌륭한 투자는 또 별개예요. 좋은 기업을 싸게 사는 게 좋은 투자라고 할 수 있죠."

"그거 참 어렵네요... 그럼 지금 주가가 싼지 비싼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지만 대충이라도 어림잡기 위해 쓰는 방법이 바로 밸류에이션이에요."


마지막으로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일회성 이익이나 손실을 반영한 수익이다. 시험에서도 찍어서 맞추거나 계산 실수로 틀리는 것처럼, 기업도 운 좋게 투자가 대박이 나거나 잘못을 해서 벌금을 물기도 한다. 일단 성적이 잘 나오면 좋은 건 맞지만 똑같은 운이 한번 더 올 확률은 낮다. 그래서 손익계산서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구분해서 표기하는 것이다. 다소 억지스럽지만 당기순이익은 백분위나 등급에 비유할 수 있다. 기업의 현재 주가가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판별하는 가치평가 기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PER 밸류에이션'인데 여기서 사용되는 이익의 기준이 당기순이익이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루겠다.



3. 현금흐름표, 기업의 혈액검사결과표.


"文대통령, 기업 흑자도산 막겠다"

"정세균, 흑자도산 막기위해 금융권 도움 절실"

"심화되는 자금시장 경색... 우량 기업 흑자도산 막아야 한다"

"시중은행 채무상환 압박에 해운사 흑자도산 우려"


많은 사람들이 경시하지만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재무제표는 현금흐름표다. 건장하고 성적도 좋은 운동선수가 하루아침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기업도 재무상태가 좋고 이익도 잘 내는데 갑자기 흑자도산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기업 내부에서 현금, 즉 우리 몸으로 치면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익계산서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은 외상 판매까지 포함한다. 다시 말해 나중에 받을 돈도 이미 받았다고 계산한다. 그런데 물건을 가져가고 돈은 나중에 주기로 한 고객이 부도가 나면? 심지어 경제가 박살 나서 모든 고객이 돈을 안 주고 배를 째면? 아무리 물건을 많이 팔고 비싸게 팔아도 현금을 못 받으면 기업 파산, 사망이다.




"재무제표만 봐도 투자로 돈 벌 수 있나요?"

"음... 최소한 잃지 않는 투자를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저는 투자로 부자가 되고 싶은걸요? 그런데 재무제표를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봐야 하나 의문이 들어요."

"그러면 절대로 주식 시장에서 KO 당하면 안 돼요. 현금흐름표는 어퍼컷 날리기 전에 가드 올리는 거예요."


훌륭한 투자자가 되려면 기업의 혈액검사결과표인 현금흐름표까지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솔직히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현금흐름표 확인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평소에는 건강검진을 안 하다가 몸이 좀 이상하면 그제야 검사를 하고 충격을 받는 시나리오는 드라마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투자에서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를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라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흐름표를 확인하길 바란다. 현금흐름표에서 체크할 항목도 3가지인데 각각 영업활동 현금흐름, 투자활동 현금흐름, 재무활동 현금흐름이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있는데요... 모든 기업의 재무제표를 다 꼼꼼하게 봐야 되나요?"

"최소한 본인이 투자했거나 투자할 기업이라면 보는 게 맞다고 전 생각해요."

"그러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직접 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다고 하잖아요."

"재무제표도 읽다 보면 속도가 붙을 거예요. 최소한 저녁 메뉴보다는 더 많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과 비슷한 개념인데 위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외상 판매까지 합치면 영업이익, 실제 받은 돈만 계산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증가하는 기업이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맑은 피가 몸속에서 잘 순환하는 셈이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을 유지하거나 성장시키기 위해 쓰는 돈이다. 조금 어색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업도 헌혈한다고 생각하자.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돈을 가져오거나 내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돈이다. 대표적으로 차입금은 돈을 가져오는 것, 배당금은 돈을 내보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차입금을 수혈, 배당금을 사혈로 받아들이자.



기업의 3가지 재무제표를 신체검사표, 성적표, 혈액검사결과표에 빗대어 설명해보았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애썼는데, 어째 설명할수록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어 무안하다. 하지만 애초에 기업의 이야기를 사람의 이야기로 완벽하게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므로 넓은 차원에서 의미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에서 체크해야 하는 항목을 3가지씩 소개했는데 사실 재무제표를 파고들면 끝도 없다. 오늘 체크한 항목으로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잉여현금흐름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그러니 투자하려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펼쳐 오늘 소개한 항목만이라도 먼저 체크해보자.



<다음 편 예고>

유소유 #06 왜 내 통장만 항상 '텅장'이 될까 (2/11 발행 예정)

세상에서 저축이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3가지 노하우


대문부터 닫아라.


도둑놈을 잡아라.


마크맨을 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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