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주식 투자와 산업 및 기업 분석에 진심이던 시절 '유소유', '주가 없는 주식학', '프로듀스 유니콘' 시리즈를 연재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커졌다. 그러던 중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고, 그것은 바로 ChatGPT의 등장이었다. 조던 피터슨이 한 강연에서 ChatGPT가 세상에 파괴적인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영상을 보며 누군가는 자율주행이나 가상현실처럼 흥미롭지만 아직은 먼 미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Chat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혁명은 전문가들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류의 일상에 점점 더 빨리 스며들었다. 그가 말했듯 이제는 장난이 아니다(No Kidding).
2023년 생성형 AI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절 '반.전(반도체 전쟁)' 시리즈를 연재하며 반도체라는 하드웨어와 AI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혁명의 로켓에 올라타려 했다. 하지만 로켓이 그리는 길에 확신을 잃고 6개월 만에 멈춰 세웠다. 2024년 6월 엔비디아가 전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오르고(물론 하루천하로 끝났지만), 젠슨 황과 짐 켈러라는 이름이 친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투자자의 관점에서 미래를 예측했던 방향성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에는 소홀했고, 뼈저리게 반성했다. 최근 1년 동안 AI를 공부하며 다시금 확신을 얻었고, AI에 진심인 사람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과거에 연재했던 글을 ChatGPT를 비롯한 AI 툴을 활용해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이미 써 놓은 글을 현재 버전으로 수정하는 방안과 아예 새롭게 작성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했지만 결국 전자를 선택했다. 나름대로 주제를 기획하고 소재를 분류했던 인사이트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보니 글솜씨도 형편 없고 미완성 글도 있어서 이참에 대대적으로 리뉴얼한 뒤 완성된 작품으로 묶는 일도 해보려고 한다. 직접 하려고 하니 막막해서 덮어놓고 미뤄왔던 작업을 AI 덕분에 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대되고 흥분되는지 모른다. AI를 통해 자료를 찾고 글을 다듬기도 하겠지만, AI와 함께 작업하는 만큼 두 가지 실험도 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작성한 글을 AI에게 형식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분석시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여러 가지 글을 읽고 쓰며 익숙해진 나만의 집필 스타일이 있다. 이를 AI에게 계속 학습시키면 내가 직접 쓴 것과 분간하기 어려운 수준의 초안이 나올 테고, 훨씬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집필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작성한 글을 AI에게 던져주고 자유롭게 비판하고 반박하며 토론시키는 것이다. AI를 공부하며 경이로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AI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AI 캐릭터와 대화하며 끊임없이 뇌를 자극해야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연재하고 있는 글은 처음부터 AI와 함께 집필할 것이다. 관성이라는 게 참 무서워서 의식하지 않으면 어느새 옛날 방식으로 회귀하게 된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AI를 통해 한 차례 정제된 형태로 받아들이면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마치 수많은 경험을 통해 깊은 통찰력을 지닌 회장님 옆에서 복잡한 데이터를 단순한 정보로 치환해주는 유능한 비서가 보좌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일부 사람들이 생성형 AI가 거짓된 정보를 제공한다며 위험성을 제기하지만, 언젠가는 해결될(어쩌면 해결되지 않아도 무방한)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생성형 AI의 진짜 위대함은 정확성이 아니라 효율성에 있다.
생성형 AI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인간이 가진 창의성을 감퇴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수님은 ChatGPT를 써서 작성한 논문에 0점을 주고, 회사에서는 ChatGPT가 쓴 자기소개서를 색출하는 솔루션에 수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이런 행태를 보면 사람들이 정성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애인에게 쓰는 손편지를 AI가 대신 써줬다고 하면 바가지 긁히겠지만, 단지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창의성이 결여됐다고 보는 견해에는 반대한다. 오히려 AI를 통해 비생산적인 반복 작업을 줄이고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 있다면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올해 안에 AI와 함께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미래에 연재할 글도 ChatGPT에 다양한 툴을 접목해서 업로드할 계획이다. 다시 글을 쓰기 위해 생성형 AI에 브레인스토밍을 의뢰했는데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답변은 얻지 못했다. 사실 이미 쓰고 싶은 주제가 있는 상황에서 '답정너' 같은 질문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부렸다. 이처럼 일반적인 생성형 AI 챗봇에 질문을 던지면 처음에는 생뚱맞은 대답을 주지만, 내가 가진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하면서 나에게 딱 맞는 에이전트로 육성시키는 것이 GPT 커스터마이징의 묘미이다. 아무튼 내년부터 시리즈로 연재할 콘텐츠는 3가지(다이렉트인덱싱 투자전략, 글로벌 주식시장, 대한민국 대기업)이다.
다이렉트인덱싱 투자전략은 투자자가 스스로 종목을 선정하고 비중을 조정해서 지수처럼 운용하는 기법이다. 어렵고 지루한 투자를 쉽고 즐거운 방법으로 설명해내는 것이 목표이며, 실제 투자 성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는 미국의 빅테크를 포함하여 유럽과 아시아에 있는 굴지의 회사들을 분석할 예정이다. 총 25개 회사가 과거에 어떻게 성장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고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지 다뤄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대기업에서는 우리나라 재벌 총수의 입장이 되어서 현상태를 점검하고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총 12개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어떤 산업에서 어떤 꿈과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모든 인간에게 위험과 기회의 장을 동시에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생성형 AI는 이전과는 다른 진짜 혁명이다. 불가항력에 따라 인류 전체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변화의 파도에 쓸려 나가며 일자리를 잃고 원망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변화의 물결을 헤쳐 나가며 돈방석에 앉아 환호할 것이다. 문제는 물살이 점점 거세지고 있고, 생성형 AI 혁명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한 채 가라앉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당장 번듯한 직장이 있음에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매일 잠을 설치는 이유는 AI에 소극적인 근무 환경이 나의 미래를 어둡게 칠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찬 소식은 생성형 AI 시장이 여전히 황금의 땅이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이 시장에 점령의 깃발을 꽂지 못했다. 만에 하나 생성형 AI가 닷컴버블처럼 일시적인 광기에 그친다 할지라도 개인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잃을 것은 거의 없다. 고작 한 달에 커피 몇 잔, 맥주 몇 캔 덜 마시면 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장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지켜보며 선뜻 들어오지 않고 있다. 기회는 크고, 위험은 작고, 경쟁이 없는 시장을 우리는 블루오션이라 부른다. 어차피 내가 있는 곳은 레드오션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망설일 이유도 없다. 황금을 캐든, 청바지와 곡괭이를 팔든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땅으로의 항해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