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ChatGPT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ChatGPT를 한번이라도 써 본 사람도 10명 중 7~8명 정도로 상당히 많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 주 5회 이상 써 본 사람 혹은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써 본 사람은 10명 중 1~2명 정도로 매우 적다. ChatGPT 덕분에 코딩을 할 줄 몰라도 훌륭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는데, ChatGPT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부류는 개발자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개발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비개발자를 위해 노코드 툴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정작 그들은 기회를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개발자들의 손에 더욱 강력한 무기가 쥐어진 셈이다. 생성형 AI 때문에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의 삶에서 ChatGPT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올바른 사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 번역이나 인터넷 검색을 위해 ChatGPT를 사용하는데, 실제로 ChatGPT는 번역과 검색을 매우 잘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들은 생성형 AI의 잠재력 가운데 5%도 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면 지금까지 상상하지도 못했던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경외감이 들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Zapier, Make.com, Relevance.ai 같은 툴을 소개하고 싶지만, 그 전에 앞서 사용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일상에서 ChatGPT를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직장인이라면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중 한 가지 툴에는 시달리며 산다. 이 중에서 특히 엑셀을 많이 다루는 직무라면 차트와 피벗테이블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인사이트를 뽑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이때 ChatGPT를 활용하면 차트와 피벗테이블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나 예상되는 트렌드를 쉽게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패턴이나 트렌드가 어떤 의미에서 중요한지 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10년치 재무제표나 조직별 인원현황 같은 자료를 첨부하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뽑아달라고 하면 된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 중에서 관심 있는 주제를 더 파고 들어도 되고, 처음부터 특정 데이터를 자세하게 분석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좋다.
직장에서는 새로운 자료를 만들어내는 일보다 기존의 자료를 다듬어내는 일을 할 때가 많다.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결론까지 정해진 이야기라도 경영진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는 보고서로 깔끔하게 작성해야 한다. 이때 ChatGPT를 활용하면 수집했던 자료들이 논리적으로 재구성된 하나의 보고서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사람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자료들 사이의 연결 관계를 찾아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장과 고객을 분석한 자료를 첨부하고 장단기 영업 전략을 세워달라고 하면 된다. 만약 경영진이 특정 시장이나 고객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초점을 좁혀도 되고, 일반적인 차원에서 영업 현황 보고서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좋다.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한다거나 기존의 프로젝트를 개선해야 하는 업무를 맡으면 막막해진다. 머리를 많이 쓰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반복적인 업무와 달리 기획과 개선은 조용한 곳에서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ChatGPT는 아이디에이션 작업에 매우 능통해서 여러 가지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수십, 수백 가지 제안해준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 영역에서 어떤 시장으로 확장하면 좋을지 5가지 아이디어를 알려달라고 물어보면 몇십 초 안에 대답해준다. 또는 팀장님께 지시받은 내용을 그대로 물어보면 ChatGPT가 아주 유능한 동료나 후배처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도와줄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회의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우열을 가려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그냥 느낌이 좋다는 논리로는 팀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한편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각 대안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최종 점수까지 매기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자료가 완성된다. ChatGPT는 이렇게 여러 가지 대안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주고 장단점을 비교한 내용을 근거로 최종 점수까지 산출해준다. 예를 들어 우리 팀에 도입할 새로운 구매 시스템에 어떤 업체의 서비스를 쓰면 좋을지 정해달라고 부탁하면 똑부러지게 대답해준다. ChatGPT를 의장으로 임명하면 쓸모 없는 논쟁을 줄이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직장인들이 가장 화가 나고 속상한 순간은 며칠밤을 꼬박 새며 작성한 보고서가 상사에게 대차게 까일 때다. 어떤 때에는 상사의 지적이 타당해서 자책도 하지만, 때로는 상사와 반대되는 의견을 갖고 있음에도 반론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우물쭈물 할 때도 있다. 상사에게 보고서를 가져가기 전에 ChatGPT에게 먼저 보여주면 기분 나쁘지 않게 비판을 받고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 시설 투자 보고서에 대해 경영진의 입장에서 반론을 제기해달라고 하면 거침없이 반대 의견을 낼 것이다. 여기에 경영진의 스타일이나 예전에 들었던 피드백을 함께 알려주면 실제로 그들이 말하는 것과 유사한 의견을 쏟아낼 것이다.
직장에는 결이 맞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 회사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캠페인까지 벌이지만, 정작 실무를 하다 보면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때 ChatGPT를 활용하면 가치관이나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안건을 놓고 토론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수적이고 수치에 집착하는 재무팀장과 진취적이고 서사에 몰두하는 인사팀장이 S급 인재 스카웃에 대해 어떤 주장을 펼칠지 예상해달라고 하면 열띤 논쟁을 벌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쪽의 입장이 더 타당한지 들어보거나, 두 입장을 어떻게 중재하면 될지 물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사실 ChatGPT의 진짜 즐거움은 CustomGPT를 만들거나 API를 통해 다른 AI 서비스를 경험해보는 데 있다. 하지만 그 단계까지 가기 전에 흥미를 잃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ChatGPT와 친해질 수 있을지 고민했고 분석, 정리, 제안, 평가, 비판, 토론이라는 6가지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 6가지 방법론이 번역이나 요약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을 '생성'해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ChatGPT를 쓰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퇴화할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 예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세계가 열렸고, 생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행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여태까지 네이버나 유튜브에 검색을 했다면 앞으로는 ChatGPT를 메인 검색엔진으로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마 처음에는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대답을 하기 위한 좋은 질문(프롬프트)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10분이라도 매일 꾸준히 쓰다 보면 외국어처럼 탁 트이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나는 이 순간을 '습관의 임계점'이라고 부른다. 습관의 임계점을 넘기는 한 가지 팁은 향수, 스포츠, 주식투자처럼 본인이 30분 이상 떠들 수 있는 관심사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궁금한 게 많아야 더 자주 찾게 되고, 이야기가 잘 통해야 계속해서 찾게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툴을 배울 때에는 흥미를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