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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l 21. 2024

GPT랑 대화 잘하는 법 알려드릴게요

ChatGPT가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뻔한 소리만 해서 답답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ChatGPT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며 AI 혁명은 멀었다는 식으로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ChatGPT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주장에 제대로 질문을 한 것이 맞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옛말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AI 시대에는 가는 말이 자세해야 오는 말이 자세하고, 가는 말이 정확해야 오는 말도 정확하다. 한때 사람들 앞에서 대화 잘하는 법, 이성과 대화 잘하는 법 같은 말하기 기술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AI와 대화 잘하는 기술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이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 모델이 최적의 답변을 생성할 수 있도록 질문이나 명령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기술이다. '프롬프트'란 ChatGPT에 입력하는 질문이다. 누군가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알려줘'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내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관한 발표를 해야 하는데, 다섯 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해줄래?'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ChatGPT를 써 보니 후자의 질문에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대답해준다는 경험적인 결론을 얻었고, AI 모델에 질문만 전문적으로 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도 생겨났다. ChatGPT의 위대함을 진정으로 느끼려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배워야 한다.




1. 맥락(Context)과 목표(Goal) 알려주기


회사에서 제일 피하고 싶은 상사는 밑도 끝도 없이 지시만 내리는 사람이다. 상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상황이나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부하 직원들은 훌륭하게 업무를 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ChatGPT에게 질문의 맥락을 제시하면 더 적절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 세워줘'보다는 '우리 회사는 색조 화장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고, 주요 고객은 20대 여성이야. 최근 SNS 마케팅 성과가 저조한데 이를 개선할 방법이 있을까?'라고 질문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우리 회사 진짜 폐업할지도 몰라'처럼 간절하게 부탁할수록 성심성의껏 대답해준다는 소문도 있으니 정말 급할 때 참고하길 바란다.


일을 하다가 동기부여가 사라졌을 때에는 마일스톤을 정하면 도움이 된다.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얼마 이상 해낼 것인지 정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까지 걸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다. 따라서 원하는 수준의 목표를 ChatGPT와 공유하면, 구체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 세워줘'라고 요청하는 대신 '우리 회사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지금 천 명인데, 6개월 안에 20% 증가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워줘'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다만 하라는 대로 전부 했다가 매일 야근에 시달릴 수 있으므로 상사에게 보고할 때에는 실행 가능한 전략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꼭 지워두길 바란다.




2. 역할(Persona)과 어조(Tone) 정해주기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회사에서 자기 실력을 보여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되려면 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와 비즈니스 메커니즘을 먼저 익혀야 한다. 그런데 마침 ChatGPT는 어떤 업계든지 전문가로 빙의하는 것을 참 잘해서 특정한 역할을 맡기면 일을 더 잘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 세워줘'라고 지시하기보다 '너는 화장품 업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애널리스트야. 우리 회사에 고용된 사내 컨설턴트로서 비건 화장품 시장을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워줘'라고 지시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신입사원이 안 들어와서 3명이 지시하고 1명이 일하는 시대라는데 AI 비서라도 옆에 두고 일하면 그나마 힘들고 외로울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친구와 대화할 때와 상사와 대화할 때 말투가 다르다. 그래서 막상 보고서를 쓸 때 마땅한 단어나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머리를 쥐어 짜느라 고생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ChatGPT에게 지정된 어조에 맞춰 답변해달라고 부탁하면 자연스럽게 고민이 사라진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 세워줘'라는 프롬프트에 '이번 보고서는 CEO까지 참석하는 경영진 회의에서 발표할 자료니까 전문적이고 공식적인 느낌으로 작성해줘'라고 덧붙이면 된다. 참고로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친절한 과외 선생님처럼 설명해준 다음, 같은 내용을 칼럼니스트 느낌이 나도록 다시 써달라 하면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는 척하기 좋다.




3. 형식(Format)과 예시(Example) 골라주기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답답할 때 회사 선배가 작업했던 자료는 오아시스와도 같다. 목차를 구성하거나 양식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둔 스타일이 있다면 ChatGPT에게 그 형식에 맞춰 구조화된 답변을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 세워줘'라고 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구조로 마케팅 전략을 세워줘: 1. 시장 분석, 2. 경쟁사 분석, 3. 자사 분석, 4. 목표 설정, 5. 실행 계획'이라고 하면 더욱 체계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면 불릿포인트나 이모지 같은 디테일 요소를 추가해 직관적이고 가독성 좋고 트렌디한 '있어빌리티'를 구현할 수 있다.


수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레퍼런스부터 찾는다. 창의성은 떨어지겠지만 월급쟁이 직장인으로서 안전성을 추구한다면 무난한 방법이 현명한 선택이다. 비슷한 이유로 ChatGPT에게 참고할 만한 예시를 제공하면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 나는 결과물이 나온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 세워줘'에 그치지 않고 '여기 지난 분기에 작성했던 마케팅 전략 보고서가 있는데, 이 파일을 기반으로 다음 분기 마케팅 전략을 세워줘'라고 해서 나온 보고서는 거의 손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방법을 활용해서 좋아하는 작가의 스타일을 차용하면 꽤나 좋은 글솜씨를 발휘할 수 있다(글을 그대로 배껴 쓰는 건 표절이니 주의해야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AI 시대의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이다.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처음에는 단어와 문법이 따로 놀아 어색하고 힘들겠지만, 몇 번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영영사전 예문을 외우듯이 좋은 프롬프트는 메모장에 써 두고 반복학습하면 실력이 빨리 늘 것이다. 또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가 주는 압도감 때문에 너무 어렵게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필요한 요소들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다룬 것도 AI라는 새로운 동료와 협업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처음 나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위대함을 알아보지 못했고, 유튜브가 대세가 된 후에도 소수의 사람들만이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을 편집하는 법을 배워서 과실을 누렸다. AI 모델도 다루는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 심심풀이 장난감이 되기도 하고 성공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질문'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컴퓨터와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기술을 거부했던 어른들과 기술을 수용했던 어른들은 지금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는 AI와 효과적으로 협력할 줄 아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AI와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 새로운 시대의 승자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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