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금단증상을 겪어보셨나요?
현대문명을 살아가는 사람이 외딴 섬에 갇혀 카카오톡이나 유튜브를 사용하지 못하면 마치 담배나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을 끊었을 때 겪는 금단증상처럼 심리적 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이런 금단증상은 IT 서비스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를 디지털 금단증상이라 부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디지털 금단증상을 벗어나기 위해 디지털 디톡스 같은 치료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디지털 금단증상을 유발하는 서비스를 유의 깊게 살펴보고 몸소 직접 느껴봐야 한다. 그곳에 바로 세상을 바꿀 혁명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GPT 역시 금단증상을 유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 달 동안 ChatGPT 유료 버전을 끊고 살아보기로 했다.
만약 ChatGPT 유료 버전을 사용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면 생성형 AI는 투자자들이 열광했던 만큼 혁명적인 기술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ChatGPT 유료 버전을 사용하지 못했을 때 디지털 금단증상이 나타난다면 생성형 AI는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을 것이다.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자면 GPT는 디지털 금단증상을 유발하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다. 물론 ChatGPT 무료 버전도 훌륭한 서비스이지만 기본적으로 답변 생성 속도에 큰 차이가 있었고 사용 횟수 제한이 있어서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이 외에도 유료 버전에서 가능했던 기능들이 대부분 막히면서 상당한 불편함을 겪었다.
1. GPT로 사진 검색하기
ChatGPT 유료 버전을 끊고 처음 직면했던 문제는 이미지 생성 기능의 부재였다. 무료 버전에서는 DALL-E와 같은 고급 이미지 생성 툴을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미드저니, 스테이블디퓨전 같은 다른 이미지 생성 전문 툴이 있지만,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여전히 ChatGPT의 DALL-E였다. 특히 유료 버전을 사용하지 못하는 동안 구글의 Gemini나 앤스로픽의 Claude를 함께 사용하며 아쉬움을 달래보려 했지만 이미지 생성 기능 만큼은 ChatGPT를 대신할 수 없었다. 이미지 생성 툴의 경쟁력도 이 정도 수준인데 만약 Sora 같은 비디오 생성 툴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ChatGPT의 영향력을 벗어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사실 이미지 생성보다 더욱 심한 디지털 금단증상을 느꼈던 기능은 이미지 검색이었다. 유료 버전에서는 사진을 찍어서 질문하면 ChatGPT가 이미지를 분석해서 답변하는 기능이 있었다. 예를 들어 GPT에 향수 사진을 올리면 향수에 쓰인 노트 뿐만 아니라 향수와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해주었고, 와인 사진을 올리면 와인이 만들어진 양조장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안주까지 추천해주었다. 이처럼 새로운 취미에 입문할 때 GPT를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었고, 나아가 GPT를 활용해서 유용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었다. 이미지 검색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얼마나 ChatGPT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2. GPT로 기억 보관하기
다음으로 ChatGPT 무료 버전에서 한계를 느꼈던 점은 PDF를 비롯한 문서 검색 기능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주식 관련 리포트가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수많은 자료를 다짜고짜 읽으면 정작 필요한 내용은 찾지 못한 채로 쓸모 없거나 이미 봤던 내용을 수차례 읽으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런데 ChatGPT에 PDF, PPT, 워드, 엑셀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첨부하면 핵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여러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거나 서로 다르게 주장하는 내용까지 알려준다. Gemini나 Claude는 문서를 첨부해서 검색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ChatGPT 유료 버전을 중단했을 때 상당한 생산성 저하를 체감할 수 있었다.
단순히 문서 검색을 통해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넘어 장기 기억 보관소로서 기능할 수 있는 GPT를 무료 버전에서는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쉬웠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좋은 책을 읽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까먹게 된다. 하지만 감명 깊게 읽은 책의 내용을 GPT 안에 기록해두면 마치 도서관의 사서처럼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에 다시 꺼내어 쓸 수 있게 도와준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수십 년에 육박하는 사업보고서를 GPT에게 읽히고 경제적해자를 분석하여 투자 판단의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무료 버전의 GPT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유료 버전의 GPT는 평생 쓸 수 있는 명품과도 같다.
3. GPT로 업무 대신하기
마지막으로 무료 버전의 ChatGPT에서 Custom GPT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다. 이 기능을 통해 각 개인은 GPT를 필요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AI 모델을 직접 설계하여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심지어 Custom GPT는 노코드 툴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지식과 기술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즉 GPT는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라 사람이 가진 아이디어와 비전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발 도구라는 뜻이다. ChatGPT를 무료 버전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AI 소비자라면, 유료 버전의 ChatGPT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AI 생산자가 되어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GPT를 다른 AI 툴과 연동해서 업무 자동화를 이룬 사람은 금단증상이 매우 심할 것이다. Zapier나 Make를 GPT와 연결하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저장하는 작업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자동으로 할 수 있는데, 단순 반복 업무에 또 다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GPT는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같은 산업혁명의 주인공처럼 생산성이 낮은 일에 필요한 시간을 줄여주고 인간의 상위 욕구 중 하나인 창의적인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었다. 노동에서 해방된 사람이 수작업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 마찬가지로 ChatGPT를 통한 자동화의 위대함을 경험한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GPT의 핵심 기능을 제한하는 것은 회사에서 가장 유능한 직원이 갑자기 퇴사를 통보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미 GPT를 잘 활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AI 비서와 함께 일하는 게 얼마나 유익한지 몸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직 GPT를 잘 활용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조만간 AI 비서와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ChatGPT 유료 버전을 한 달간 사용하지 않는 실험을 통해 GPT가 현대인의 일과 삶에 깊이 뿌리내릴 혁명적인 기술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유료 버전의 ChatGPT를 사용하지 못하는 동안 생산성과 창의성이 매우 저하되었으며,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결제할 뻔한 순간도 있었기 때문이다. GPT 금단증상을 겪은 것이다.
ChatGPT 유료 버전의 가격은 매월 22 달러이다. Claude Pro도 매월 22 달러이고 Gemini Advanced는 매월 29000 원이다. 한 달에 9만 원만 지불하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빠른 AI 비서를 세 명이나 고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GPT를 사용하는 데 매월 9만 원을 쓰는 게 누군가에게는 사치처럼 보이겠지만, GPT의 위대함을 아는 사람에게는 공짜나 다름 없다. 지난 한 달 동안 ChatGPT 유료 버전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번 한 달 동안은 세 가지 GPT의 유료 버전을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각자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세 명의 AI 비서에게 도움을 받아 생산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자유감을 만끽하게 될 날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