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본주늬 Mar 18. 2022

유소유 #11 금이 아닌 지금을 봐라

침착한 투자를 위해 주의해야 하는 3가지 사고방식


연초부터 국제 정세가 흔들리는 가운데 2년간 무서운 줄 모르고 상승하던 주식 시장도 하락장으로 접어들었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이 떨어질 때 상대적으로 방어를 잘하는 달러와 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특히 금은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될 때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지지부진하던 국제 금 가격이 순간적으로 2000 달러/트로이온스를 넘어서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 원칙이 없는 투자자는 혼란을 겪을 것이다. 시간에 쫓기는 투자가 아닌 시간을 내 편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3가지 사고방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지금은 시장이 어려워.


소설가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은 주식에서도 뼈 있는 명언을 남겼다. '10월은 주식 투자에 특히 위험한 달 중 하나이다. 다른 위험한 달로는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시장이 어려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언제는 쉬웠던 적이 있는가? 2020년 코로나19 폭락 시점 이후로 코스피 3000, S&P 4000을 뚫는 기간에도 테이퍼링, 헝다 파산,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시장에 걱정은 끊이지 않았다. 역사 속에는 쉬운 시장도 없었고, 어려운 시장도 없었다. 그저 탐욕과 공포, 기대와 우려만 있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S&P500 차트를 보면서 '장기 우상향하는 게 뻔한데 닷컴버블, 리만브라더스, 코로나19 사태 때마다 주웠으면 무조건 벌었겠네?'라는 오만한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증시가 휘청거리는 지금, 당신은 과감하게 매수할 수 있는가? 사람은 새롭게 접하는 뉴스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연구가 있다. 코로나19는 전세계 경제를 마비시켰고 대한민국은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부 국가와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전쟁 피해를 체감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코로나19보다 우크라이나 쇼크에 더 크게 반응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장은 호들갑을 떤다.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범인은 바로 '이번에는 달라(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심리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영화도 주인공(주도주), 악당(악재), 러닝타임(랠리기간), 별점(수익)은 매번 변하지만 영화관(시장)과 관객(투자자)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관은 입장할 때마다 비용(거래 수수료)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영화관을 나와 화장실을 다녀오면 하이라이트(본격적인 상승장)는 이미 지났다. 시장을 들락날락거리는 투자자는 시장을 떠나지 않는 투자자를 이길 수 없다. 보다 쾌적하게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자리가 텅텅 비어있어야 한다. 관객들이 떠나가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한다.



2. 지금 들어가도 되나? 


장기투자가 개인이 기관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임을 알면서도 실천은 어렵다. 좋은 기업이 외부 이슈로 흔들려서 주가가 빠졌을 때 과감하게 매수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지금 들어가도 되나?' 하는 걱정스러운 의문이 들 것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만 원일 때는 8만 원만 돼도 사려고 하면서, 막상 8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 7만 원까지 내려오길 기다린다. 하지만 곧바로 8만 원을 회복하고 9만 원이 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올라타거나 기회를 놓쳤다며 후회한다. 이게 바로 '마켓타이밍의 함정'이다.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Market Timing'이 아니라 'Time in Market(시장을 떠나지 않고 기다리는 것)' 해야 한다.



주식 시장에는 '선반영'이라는 마법의 단어가 존재한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좋은 리포트나 기사를 보고 '지금 들어가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발만 앞서가면 되는데, 이게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모두가 가지 말라고 하고 앞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발을 내딛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70% 승산이 보일 때 필사적으로 승부하라고 말했다. 투자자는 남들보다 먼저 들어가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디선가 선반영의 마법에 홀린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때는 그들에게 주식을 쥐어주고 돈을 챙겨 주식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



선반영의 마법은 악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두 가지 악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Fed 통화정책이다. 전쟁이 생각보다 장기화되면서 하락세가 오래 유지되고 있지만, 정작 전쟁 전에는 흘러내리던 증시가 전쟁이 시작되니까 반등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주에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증시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은 적다. 시장은 이미 모든 악재를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톨라니는 이를 '페따꼼쁠리(기정사실화)'라고 명명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는 공부, 둘째는 결단이다. 훌륭한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듯 훌륭한 투자자는 타이밍을 재지 않는다.



3. 지금 아니면 안돼!


내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옆으로 기거나 밑으로 흘러내리는데 하필 내가 매수하려 했던 종목은 먼저 날아갈 때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그때 ESG나 NFT라는 단어가 스치기만 해도 급등하는 것을 보고 '지금 아니면 안돼!' 하는 조급한 심정이 들 수 있다. 게다가 주변 친구나 직장 동료가 테마주 단타로 몇 배를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성을 잃은 나머지 결국 손절하고 종목을 갈아타게 된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손절한 종목이 급등하기 시작하고 갈아탄 종목에서 또 물리게 된다. 내 주식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내가 손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시장과 함께 춤을 춰야지 혼자 엇박을 타서는 안 된다.



조급함을 다스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단연 공부다. 워런 버핏은 '능력 범위를 넓히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아는 게 많으면 기회도 많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시야가 좁기 때문에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대표 주식만 쳐다본다. 관심종목의 주가가 오를 때 능력 범위가 좁은 사람은 그 주식만 쳐다보지만 능력 범위가 넓은 사람은 아직 오르지 않은 다른 주식을 찾는다. 물론 전망이 좋으면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트렌드 팔로잉'도 기술적으로 검증된 투자 전략이다. 하지만 초보자가 달리는 말에서 떨어지면 상당히 아프다. 달리는 말은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되돌아오기도 한다. 기다리면 기회는 또 온다는 마음으로 길게, 그리고 넓게 시장을 바라보라.



버핏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은 절반을 차지한다. 스티브 잡스 시대의 섹시한 애플은 비싸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버핏은 왜 마음을 바꾸었을까? 버핏은 애플이 팀 쿡 체제에서 안정성장 국면에 돌입하고, 아이폰이 경기소비재가 아니라 필수소비재라는 인식이 시장에서 형성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집을 시작해 현재 애플의 2대 주주가 되었다. 워낙 큰 금액인지라 버핏도 수년간에 걸쳐 분할매수를 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절대 섣부르게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버핏은 애플을 사기 전에 수년간의 고민을 했음에도 전혀 늦지 않았다. 떨어지는 칼날을 바로 잡지 않고 떨어지고 나서 줍는다면 멋을 부리진 못해도 돈은 벌 수 있다.



이번 포스팅을 작성하기 시작했던 지난주에 순식간에 2000 달러/트로이온스를 뚫었던 국제 금 가격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빠지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에 잠겼다. 드디어 팬데믹이 끝나고 쉬운 시장이 찾아오는 줄 알았는데 전쟁 때문에 지금은 다시 어려운 시장이 됐고, 우량주가 하루에 10% 가까이 급락하는 것을 보면 '지금인가?' 싶기도 하고,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 것처럼 보이면 '지금이야!'를 속으로 외친다. 나조차도 '지금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지금은 성급하게 투자할 때가 아니라 그동안 준비했던 계획을 실천하는 시기다. 투자에서 지금 드는 고민과 생각을 머릿속에 심어두면 시간이 지나 달달한 투자 수익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12 투자? 쉽게 쉽게 좀 합시다 (3/25 발행 예정)

가장 단순하게 주식 투자를 하는 3가지 전략


될 놈이 더 잘 된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됐고, 아무나 이겨라.

작가의 이전글 유소유 #10 내가 투자자가 될 상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