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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pr 06.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07 모바일&가전

모바일: LG는 접고(Close), 삼성은 접었다(Fold).

#삼성전자


혹시 당신은 지금 이 글을 무엇을 통해 보고 있는가? 노트북? 태블릿? 아니면 스마트폰? 어떤 디바이스를 쓰든지 간에 이 짧은 텍스트를 읽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하겠다. 당신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의 모델명은 무엇인가? 아이폰? 갤럭시? 설마 벨벳이나 윙을 쓰고 있다면 애도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중 한 회사의 제품을 몇 대나 쓰고 있는가? 참고로 나는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쓰지만 오래된 삼성전자 노트북을 쓰고 태블릿과 무선이어폰은 쓰지 않는다. 즉, '문명을 거스르는 혼종'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모바일 시장은 미국의 애플과 대한민국의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다. 그리고 피처폰 시장에서는 트렌디하게 잘나가던 LG전자는 시대 변화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결국 2021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플의 아이폰 아니면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을 쓴다. 두 기업이 양분하는 모든 시장에서 그러하듯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맥북과 갤럭시북, 애플워치와 갤럭시워치, 에어팟과 갤럭시버즈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제품 성능보다 브랜딩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애플은 비밀스럽고 섹시한 이미지라면 삼성전자는 깔끔하고 스마트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과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기업이라는 점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두 기업의 체질이 다르다는 것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애플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전체의 절반은 아이폰이 차지하고 있다. 더 이상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들고 나왔을 당시의 임팩트가 없더라도 명실상부하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애플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애플 하드웨어 제품군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반대급부로 애플의 구독형 서비스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아직 블룸버그의 추측성 기사에 불과하지만 애플이 하드웨어 제품까지 완전 구독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애플이 플랫폼 안에 고객들을 락인시키는 것을 삼성전자도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생태계를 조성해 충성고객을 만들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특히 애플은 iOS라는 자체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M1이라는 자체 AP칩을 탑재하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반열에 올라선 반면, 삼성전자의 모바일은 여전히 퀄컴의 스냅드래곤 AP칩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양발이 묶여 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약점을 안고 싸우기보다 상대방에게 없는 강점을 무기로 싸워야 승산이 있지 않겠는가. 모바일 사업부의 이름을 IM에서 MX(Mobile eXperience)로 개편한 삼성전자의 전략적인 움직임을 하나씩 살펴보자.



2010년대 후반, 서로만 쳐다보며 겨루던 삼성전자와 애플에게 중국의 화웨이가 별안간 일격을 가했다.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따라잡은 화웨이는 2019년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제재에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2020년대 화웨이의 빈자리를 OVX라고 불리는 오포, 비보, 샤오미가 꿰차고 들어왔다. 아이폰을 추격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추격자를 두는 것은 불안하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라는 프리미엄 라인업과 '갤럭시A'라는 가성비 라인업으로 나누는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나 '갤럭시S FE에디션' 등 별종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라인업을 가능한 단순하게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빨리빨리 문화'가 DNA에 내재되어 있는 대한민국 1등 기업답게 삼성전자는 항상 패스트팔로워였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자 재빠르게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출시하며 따라잡았다. 에어팟과 애플워치, 갤럭시버즈와 갤럭시워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달라졌다. 갤럭시S 신제품 효과가 떨어지자 스마트폰의 폼팩터를 바꿔버린다. 상하로 접히는 '갤럭시Z플립'과 좌우로 접히는 '갤럭시Z폴드'는 삼성이 처음 상용화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패스트팔로워에서 폴더블폰 시장의 퍼스트무버로 나선 것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DNA를 버리는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사이클을 타는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할 때는 모바일이 있었고 모바일마저 흔들릴 때는 가전이 뒤를 받쳐줬다. 그리고 각 사업부 안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때에는 혁신적인 신제품도 있었지만 그 뒷배경에는 기존 제품에서 창출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있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모바일 시장에서 퍼스트무버로서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강력한 갤럭시S 시리즈에서 견고한 실적을 내는 한편 이제서야 빛을 보기 시작하는 폴더블폰 시장을 리드해나가야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토롤라, 노키아, 블랙베리는 어느덧 추억이 되었다. 지금 크는 아이들은 LG전자가 스마트폰을 만들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노키아의 시대가 지나가자 그 당시 존재감이 미미했던 애플과 삼성전자가 모바일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10년 뒤인 2030년 즈음에는 누가 왕좌에 앉아있을까? 어쩌면 스마트폰이라는 이름 대신 다른 용어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폴더블폰에 이어 롤러블폰이 상용화될 수도 있고 스티브 잡스 같은 혁명가가 시대를 바꿀 아이템을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손 안의 스마트폰이 정말 손이라는 신체에 내장된 스마트폰이 될지도 모른다. 모바일 시장의 넥스트 스테이지는 어디일까?



가전: 말하는대로(Bespoke), 그리고 생각하는대로(ThinQ)

#삼성전자 #LG전자


방을 구할 때 필수 3대 가전제품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이다. 제품이 초기될 당시 주로 흰색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백색가전'으로 불린다. 반면에 TV는 십중팔구 검정색이기 때문에 '흑색가전'으로 불린다. 색깔로 가전의 성격을 구분하는 게 올바르지는 않지만 백색가전이 보다 실용적인 생활가전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이 길어지자 TV 교체 수요가 늘어났고 '집밥', '홈술' 트렌드에 맞는 신가전도 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물러났지만 가전제품 시장에서만큼은 여전히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주식을 떠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두 기업이 포진해있는 시장이므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부는 CE(Consumer Electronics)로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사업부로 반도체와 모바일에 비해 안정적인 실적을 내면서 삼성전자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톡톡히 소방수 노릇을 했다. LG전자의 가전 사업부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과 HE(Home Entertainment)로 둘을 합치면 전체 매출의 60%에 달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에게 가전과, LG전자에게 가전이 의미하는 바는 다르고, 그래서인지 가전에서만큼은 LG전자의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띈다. 모바일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략들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LG전자의 혁신적인 시도를 바탕으로 가전제품의 미래를 상상해보자.


현대자동차가 그랜저, 소나타, 아반떼 같은 대표적인 브랜드 모델을 매년 약간의 페이스리프트만 해서 신형으로 출시하는 것처럼 LG전자의 백색가전들은 고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다. 냉장고는 '디오스(DIOS), 세탁기는 '트롬(TROMM)', 에어컨은 '휘센(WHISEN)'처럼 말이다. LG전자의 H&A는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LG전자가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꿰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아이폰 기기를 바꾸지 않아도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고 테슬라는 자동차에 아이폰 전략을 탑재하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었다. LG전자도 가전계의 애플, 테슬라가 될 수 있을까.


LG전자가 백색가전에서는 삼성전자에 비해 브랜딩을 잘하면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지만 흑색가전의 대표 제품인 TV에서는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TV 시청자 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바일과 TV를 연결해 스마트폰으로 켠 영화를 커다란 TV 화면으로 감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TV 시장의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TV는 OLED와 QLED라는 디스플레이로 맞대결을 펼치는데 디스플레이 용어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이다. 가전 시장의 결론은 기술적으로는 LG전자가 앞서있으나 삼성전자가 기가 막힌 네이밍 마케팅으로 세계 1위 TV 시장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가전 시장에서 나타나는 첫번째 트렌드는 '맞춤화'다. 백색가전과 흑색가전이란 말이 무색해진 이유도 맞춤형 가전이 등장하면서부터인데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는 파스텔톤 색상으로 문마다 알록달록하게 제작된다. 집을 원하는 대로 꾸미고 싶어하는 인테리어 시장이 커지면서 가전도 실용성 뿐만 아니라 집 내부의 전체적인 조화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렇게 고객이 '말하는대로' 주문형 맞춤제작된 제품이 '비스포크' 시리즈다. LG도 맞춤형 컬렉션 라인업인 'LG Object'를 출시하며 맞받아쳤는데 그중에서 'LG 틔운'은 가전인지 장식인지 헷갈릴 정도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식물 가전이다.


삼성전자가 '비스포크'를 앞세워 고객들의 눈을 홀렸다면 LG전자는 '씽큐'로 맞받아치며 고객들의 뇌를 지배한다. 과거의 가전제품은 표준화된 규격에 표준화된 성능으로 대량 판매에 집중했다면 현재의 가전제품은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제품들 간에 연결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CE와 IM을 합친 것처럼 LG전자도 모바일을 통해 가전을 컨트롤하는 '스마트 가전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시리즈가 앱으로 집안의 가전을 통제하는 'LG ThinQ'다. 기존 백색가전 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나 스타일러까지 범위를 넓혀 보다 스마트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라인업이다.


LG전자에게 빼놓을 수 없는 효자 라인업은 바로 'LG SIGNATURE'라는 프리미엄 가전이다. LG전자 가전 기술의 정수를 담았다고 할 수 있는 이 라인업의 제품 가격대를 살펴보면 아마 기절할 것이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가전인 만큼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굳이?'라는 반응이 나올 만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라인업 외에도 탈모 예방이나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용 가전기기, 와인 셀러나 홈 브루잉을 출시하며 새로운 가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예전에는 가전이 필수생활용품이었다면 이제는 각자의 소득과 가치관에 따라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답게 거의 매번 실적 발표 시즌에 스타트를 끊는다. 여러모로 국가의 경제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하고 특히 가전 시장도 모바일 시장처럼 프리미엄 라인업을 선호하는 스타일과 가성비 라인업을 추구하는 스타일로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고객이 말하는대로, 그리고 생각하는대로 변하는 가전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낼 것이다. 삼성전자가 CE와 IM을 통합해 DX(Device eXperience) 부문을 출범시킨 것도 지금까지는 개별적인 하드웨어도 성능만을 강조했던 모바일과 가전이 하나의 소프트웨어 체제로 연결되어 극대화된 고객 경험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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