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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pr 01. 2022

유소유 #13 꽉 잡아 배당

내가 배당주를 사랑하는 3가지 이유

주식 투자로 5%를 번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많은 사람들이 그럴 바에는 원금이 보장되는 2~3%대 적금을 들겠다 내지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그들에게 주식 투자는 주가가 올라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면 이번에는 말을 조금 바꿔서 묻겠다. 5%의 수익이 보장되고 추가 수익까지 꽤 높은 확률로 노려볼만한 투자처가 있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도 꽤 솔깃할 것이다. 오늘은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배당주 투자를 소개하면서, 내가 배당주를 사랑하는 3가지 이유를 제시할 것이다. 혹시라도 배당주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이번 포스팅을 참고하여 배당받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길 바란다.



1. 배당주는 보조바퀴다.


나는 두발자전거를 배우는 데 오래 걸렸다. 중심을 잡기 힘들었고 넘어져서 다칠까봐 무서웠다. 그렇다고 항상 누군가 내 자전거 뒤를 붙잡아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보조바퀴를 활용했고 언젠가부터 바퀴를 떼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나는 투자에서도 이와 같은 보조바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고 그 방법 중 하나로 배당주를 제안한다. 초보 투자자에게 배당주를 추천하는 이유도 다른 주식에 비해 등락 폭이 작기 때문이다. 하락장이 찾아오면 배당이라도 챙기자는 투자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매수세가 강해지고 자연스럽게 주가 방어를 할 수 있다. 배당주는 보조바퀴로서 초보 투자자가 시장에서 크게 다치는 것을 예방한다.



포트폴리오에 변동성이 큰 주식들만 있다면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는 경우에는 기분이 좋겠지만 파란색으로 가득한 경우에는 새파랗게 질릴 수도 있다. 나는 주식 투자를 하면서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 떨어질 수도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실 자체보다 손실을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우울감과 좌절감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다른 주식 편입 전에 배당주 세팅을 먼저 한다. 이때 순서가 중요한데, 이미 손실 중인 계좌에 배당주로 물타기를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10%를 -5%로 줄이는 기쁨보다 +5%를 0% 이상으로 막는 안도감이 훨씬 크다. 기둥보다 지붕을 먼저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배당주가 기둥이 되어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잘 잡아주면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할 용기가 생긴다. 배당주 투자는 안전자산만 선호하고 위험자산은 회피하는 '쫄보 투자자'만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에게 나는 바벨 전략이라는 개념을 들어 반박하고자 한다. 바벨 전략은 '중간의 애매한 것은 피하고 양극단의 전략을 꾀하는 것'이다. 적당히 위험하고 적당히 안전한 주식들만 편입하면 포트폴리오를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상당한 안정감을 주는 배당주를 충분히 깔아두면 그제서야 위험하지만 큰 수익을 노려볼만한 기회가 눈에 들어온다. 다만 바벨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배당주와 고위험자산의 비율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2. 배당주는 마음의 고향이다.


주식 투자가 위험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2022년 초 하락장에서 나는 최대한 덤덤한 척 했지만 흘러내리는 주가에 두려움에 떨기도 했고 지지부진한 주가에 애간장이 타기도 했다. 아직 투자금이 억 단위가 아니기 때문에 타격감이 약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하루 동안 평범한 직장인의 일급 이상이 왔다갔다 하는 금액은 학생 입장에서 작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이번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배당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 안전한 투자처를 찾다가 KT&G로 쏠쏠한 재미를 본 기억 덕분에 배당주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배당주는 돌고 돌아도 다시 찾게 되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다.



KT&G는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담배 회사로 내수에서는 높은 점유율, 수출에서는 밝은 가능성을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주당 배당금은 4800 원으로 결정되었는데 현재 주가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은 약 6% 수준이다. 원론적인 차원에서 배당은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버는 수익의 일부를 주주로서 공유하는 것이므로 가장 대표적인 자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 담배를 만들거나 팔지 않아도 KT&G의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버는 이익을 가만히 앉아서 챙기는 셈이다. KT&G는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온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만큼 KT&G의 비즈니스모델이 안정적이고 위기 속에서도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한다. 



KT&G 주가 등락 폭은 매우 작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하루에 3% 이상 올라간 날에 "오늘 KT&G 상한가 찍었다"라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만큼 무거운 주식인 KT&G에게도 실낱 같은 희망은 있다. 사양산업, 내수 한정, 환경 파괴 주범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KT&G는 신제품 개발, 신시장 개척,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는데 특히 KT&G의 전자담배 기기인 '릴'은 경쟁사 필립모리스에게도 인정받았다. 필립모리스의 전세계 유통망을 통해 '릴'이 판매되면서 KT&G는 배당 수익 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주식으로 진화했다. 이런 주식은 주가가 떨어지면 더 살 수 있는 용기와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3. 배당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어린 시절에 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우화에서 짧은 순간의 만족을 위해 더 크고 지속적인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교훈을 얻었다. 황금 거위를 일찍 알아보고 키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평범해보이는 거위도 황금알을 낳는지는 생각보다 쉽게 알 수 있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과거 배당 지급 이력 및 증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주식 중에서 배당을 꾸준히 증가시킨 기업들이 많은데, 배당금 증액 기간에 따라 배당블루칩, 배당챔피언, 배당귀족, 배당킹 등으로 구분하고 있고 분기배당, 월배당을 하는 주식도 많아서 현금흐름 관리에 용이하다. 나에게 매월, 매년 황금알을 가져다 줄 주식들을 찾아보자.



궁극적으로 주식 투자의 마지막 단계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배당금만으로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순간'이라고 답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돈이 쌓이는 단계이므로 자본주의를 정복한 셈이다. 그때는 출퇴근길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하기 싫은 일을 강요받았을 때 당당하게 'FXCK U'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이느냐가 권력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즈니스 관계 뿐만 아니라 가족, 연인, 친구 사이에서도 말이다. 세상에서 돈이 가장 소중한 가치는 아니지만 돈보다 소중한 가치도 별로 없다. 그리고 몇 개 없는 그 가치들도 돈이 없으면 지킬 수 없다.



소액으로 배당주 투자를 하면 처음에는 몇백 원, 몇천 원 받는 배당금에 실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조용히 쌓여가는 황금알이 스노우볼 효과를 일으키는 날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배당금으로 경제적 자유를 누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보다 작은 목표부터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올해 배당금으로는 부모님 생신 선물을 사드리고, 3년 후 배당금으로는 3박 4일 동남아시아 여행을 다녀오고, 10년 후 배당금으로는 필수 생활비 지출을 충당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배당을 꼬박꼬박 주는 주식에 투자를 하면 전세계 곳곳에 나의 공장을 짓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배당주 투자를 통해 사업가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도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대다수 상장 기업들이 지난주부터 이번주까지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4월이 되면 그토록 고대하던 배당금이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4월에는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 있기 때문에 올해 받는 배당금으로는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할 계획이다. 외식 물가가 폭등하면서 밖에서 치킨 한 마리 사 먹기도 무서운데, 가족들과 비용 부담 없이 맛있는 음식과 화목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소확행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배당주는 결코 지루한 투자처가 아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면서도 과감하게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해주는, 공격적인 성향과 수비적인 성향이 동시에 내재된 배당주를 올해는 꽉 잡아 보자.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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