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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Mar 25. 2022

유소유 #12 투자 좀 쉽게 합시다

가장 단순하게 주식 투자를 하는 3가지 전략

주식 투자는 사람을 많이 변하게 만든다. 사업보고서를 읽고 엑셀로 밸류에이션 모델을 만들어보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밥 먹는 돈과 옷 입는 돈을 극단적으로 아껴서 주식을 살 정도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물건을 사면서 '이건 어디서 만든 거지?'하며 뒤쪽의 제조업체를 들여다볼 정도로 집착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무엇 때문에 인생을 사는가 궁금해지는 '현타'의 시간이 찾아온다. 특히 요즘처럼 하락 이후 지지부진한 횡보 장세가 지속되면 회의감은 증폭된다.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가야 한다. 오늘은 'Simple is the Best'라는 슬로건과 함께 쉽지만 강력한 투자 전략 3가지를 소개한다.



1. 될 놈이 더 잘 된다.


'될놈될 안될안'이라는 괴상한 줄임말이 있다.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뜻이다. 굉장히 운명론적이고 동기를 꺾어버리는 말이지만 살다 보면 '될놈될'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그렇게 어렵다는 취업문도 누군가는 쉽게 열고, 그렇게 힘들다는 불황에도 누군가는 떼돈을 번다. 마찬가지로 적자에 허덕이며 구조조정하기 바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성장하면서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채용하는 기업도 있다. 모든 기업이 함께 대세 상승하는 유동성 장세가 지나가면 금리인상에도 실적이 견고하게 받쳐주는 기업만 오르는 종목 장세가 펼쳐진다. 즉, 하락장에서도 '될 기업은 된다.' 지금은 그런 기업을 찾아야 한다.



'될 기업'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겠지만 대표적인 '될 기업'은 1등 기업이다.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삼성전자나 애플을 가장 먼저 찾는 이유는 익숙함과 안정감도 있겠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1등 DNA를 추가하고 싶다. 축구에서도 힘든 경기 상황 속에서 꾸역꾸역 승리를 만들어내는 위닝 멘탈리티가 그 해의 우승 팀을 결정짓는다. 워런 버핏은 '썰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그리고 삼성전자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1등 기업들은 시장 외부에서 리스크가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있다.



올해처럼 금리인상 이슈로 전체 시장이 흔들리거나, 우크라이나 쇼크로 반도체 섹터 주식들이 함께 빠졌을 때 1등 기업을 매수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전략이다. 해당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수급 문제나 일시적 악재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시장지배력이 크고 경제적해자가 넓은 1등 기업은 하락 폭이 작아서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하다. 게다가 '10만전자' 얘기가 들리기 시작한 2020년 하반기처럼 투자 심리가 되살아날 때 자금이 가장 먼저 들어오기도 한다. 따라서 공부할 시간은 부족한데 투자를 하고 싶다면 각 산업에서 독보적인 기업들만 찾아서 그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 모으는 전략을 추천한다.



2. 됐고, 아무나 이겨라! 


골드러시 때 돈을 번 사람은 금광에서 금을 캔 사람이 아니라 입구에서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사람이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자율주행에서는 테슬라와 알파벳이, 가상세계에서는 메타와 애플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전기차 혁명을 일으킨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대를 열어젖히고 일론 머스크의 상상은 현실이 될까? 아니면 현대판 신이라 불리는 구글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승리할까? SNS 세계를 거머쥔 메타는 가상세계 시장을 만들어내고 마크 저커버그의 꿈은 현실이 될까? 아니면 아이폰 신화를 일으킨 애플의 디바이스 장치가 승리할까? 혹시 이런 고민이 머리 아프다면,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면, 뒤에서 소리 없이 웃는 기업을 찾으면 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때 옆에서 새우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물고기가 있다. 이런 물고기 같은 주식은 어떤 고래가 이기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어쩌면 누구 하나 죽지 않고 적당히 치열하게 오랫동안 싸우기를 바랄 것이다. 한쪽이 승리해서 교통정리가 되면 이들 입장에서는 고객사가 하나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데, 소위 '소부장'으로 불리는 소재, 부품, 장비 업체나 'OEM/ODM/CDO/CMO' 같은 위탁 생산 및 개발 업체가 대표적이다. 어느 기업이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산업 전체의 파이가 커질 것 같다면 선수(기업)가 아닌 경기장(산업)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엔비디아와 AMD는 반도체 설계 전문 팹리스 기업이다. 엔비디아와 AMD는 반도체 '갑'인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클라우드 전쟁에서 누가 이기는지 관심이 없다. 어차피 누가 이기든 엔비디아와 AMD의 반도체 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TSMC는 대만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다. TSMC는 반도체 '을'인데 엔비디아와 AMD도 굽신거리며 수주를 따내는 '슈퍼 을'이다. ASML은 네덜란드계 반도체 EUV 기업이다. ASML은 반도체 '병'인데 EUV가 없으면 TSMC 파운드리 나노 공정을 가동할 수 없기 때문에 '슈퍼 슈퍼 병'이다. 엔비디아, AMD, TSMC, ASML은 성장이 뻔히 보이는 반도체 산업의 경기장을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3.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이번 포스팅 주제 선정 배경에는 존 보글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는 책을 읽은 후에 느낀 회의감이 있었다. 나는 기업이 어떤 사업으로 성장하는지,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는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고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하지만 공부량과 수익률은 비례하지 않는다. 싸다고 생각했던 주식에서 물리고 내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시장에서 알아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로는 주식 투자 공부가 오직 지적 만족을 위한 비생산적인 활동이란 생각까지 든다. 존 보글은 나처럼 여전히 종목 선정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투자자들을 위해 지수추종 ETF를 만들어냈다.



워런 버핏과 더불어 투자업계에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존 보글은 평생 주식 시장을 연구하며 영원히 시장을 이기는 투자자는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워런 버핏은 그 결론의 유일한 반례이자 도전자이다. 최근 2년 동안 나스닥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상대적으로 다우 가치주는 소외되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면서 지금은 다우 가치주가 앞서가고 나스닥 성장주는 멈칫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S&P500은 유유자적하며 우상향했다. 과거가 미래를 장담하진 못하지만 근거 있는 과거는 미래를 정당화한다. 가장 심플한 투자 전략 하나만 꼽으라면 지수추종 ETF, 그중에서도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 100% 매수다.



다만 지수추종 전략이 통하는 판은 따로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S&P500은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의 힘으로 장기 우상향했지만 이런 시장은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코스피만 하더라도 꾸준한 우상향이 아닌 지루한 박스권 횡보와 급격한 계단식 상승을 보여줬다. 솔직히 국내증시에는 절대로 팔지 않고 장기로 홀딩할 기업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지수추종 전략보다 종목선택 전략이 빛을 발한다. 그래서 만약 본인이 초보 투자자라면 최소 50% 이상은 장기 우상향하는 시장의 지수추종 ETF를 매수하고 남은 자금으로 종목선택 전략을 취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참고로 존 보글은 95% 이상 지수추종 ETF 매수를 주장했다. 



2022년도 벌써 1분기가 끝나간다. 지난 2년 동안 다소 비정상적이었던 시장을 겪었기 때문에 올해 초부터 닥친 하락과 횡보는 어색하다. 다행히도 성향이 느긋한 편이라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평소처럼 공부하고 소득이 생기면 눈여겨보던 주식을 샀다. 올해 나는 오늘 언급한 투자 전략대로만 움직이고 있다. 시장 전체가 하락할 때 1등 기업을, 반도체 쇼크가 발생했을 때 반도체 갑을병을, 투자금이 남았을 때 지수추종 ETF를 매수했다. 투자를 하면서 꼬이는 느낌이 들 때 복잡한 투자 전략은 역효과를 낸다. 오히려 'Back to the Basic'하는 자세가 마이너스의 늪에서 구원해줄 것이다.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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