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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May 06. 2022

유소유 #18 투자도 정답이 있나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전해주는 3가지 인생의 지혜

3년 만에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오프라인으로 개최되었다. 팀 쿡 애플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 재계 유명인사부터 전세계 가치투자자들이 오마하의 현인이 전해주는 조언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최근 물가상승, 금리인상, 러시아 전쟁, 중국 봉쇄 등 악재가 겹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을 지켜봤다. 언제나 그랬듯이 성배를 찾아 헤매는 투자자들에게 워런 버핏과 그의 영원한 파트너 찰리 멍거는 값진 조언을 해주었다. 투자의 정답을 갈구하는 우리들의 우문에 대한 투자 대가들의 현답을 살펴보면서, 투자 이상의 인생의 지혜 3가지를 깨우쳐보자.



1.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최고의 자산은 자신이다.


한 소녀가 버핏 옹에게 물었다. '1970년대 지금과 비슷한 인플레이션 시기를 겪은 당신들이 지금 한 종목만 골라서 투자해야 한다면 어디에 투자할 것이며, 그 종목이 인플레이션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투자 전문가에게 '그래서 지금 뭐 사요?'라는 질문은 '국룰'인가 보다. 소녀의 기습질문에 실소를 터뜨린 버핏은 '그 한 종목보다 더 소중한 것을 알려주겠다'며 소녀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버핏이 알려준 최고의 종목보다 좋은 투자 자산은 '나 자신'이었다. 개인적으로 올해 보고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감명 깊었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말은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것은 어느 자기계발서에나 있는 뻔한 내용이지만, 뻔한 말도 투자자의 마인드로 재해석하는 게 버핏의 매력이다. 왜 자기 자신에게 투자해야 하는지, 어떻게 자기 자신을 계발해야 하는지 버핏의 말씀을 새겨들어보자. 화폐 가치를 떨어트리고 투자 수익률을 잡아먹는 인플레이션도 나의 능력이라는 자산은 건드리지 못한다. 어느 분야든 세상이 필요로 하는 특출난 능력을 인정받으면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값어치의 보상을 건넨다. 버핏이 기업을 평가할 때 항상 얘기하는 '경제적해자'의 개념이 인생 전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나를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시장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하락하기도 하므로, 이는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실수다. 그런데 사람이 시장의 움직임을 바꿀 수는 없지만, 자기 몸을 움직여 책을 읽거나, 악기 연주를 할 수는 있다. 만약 시장이 200 영업일 동안 매일 0.1%씩 상승하면 연간 수익률은 20%에 달한다. 시장은 이렇게 정직하고 꾸준하게 움직이지 않지만 나 자신은 매일 0.1%씩 발전할 수 있다. 주식 계좌는 그만 들여다보고, 앞으로 인생의 포트폴리오에 어떤 능력을 담을지 고민해보자. '자신'이라는 훌륭한 자산을 갖고 있다면 매일 등락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2. 경제학을 외우지 말고 경제를 이해하라.


이번에는 한 청년이 버핏 옹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마켓타이밍은 불가능하다면서 실제 투자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마켓타이밍을 잘 맞췄는데, 시장이 크게 움직이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종목 피킹 만큼이나 마켓타이밍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놓지 못하는 미련이다. 돌이켜보면 버핏이 살 때마다 시장이 반등하니 마치 그가 마켓타이밍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바닥 잡는 테크닉을 기대했던 투자자라면 실망스럽겠지만 버핏은 마켓타이밍은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오히려 코로나19 쇼크의 저점이었던 2020년 3월 바닥은 완전히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그렇다면 버핏이 마켓타이밍 없이도 시장을 장기간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요즘 뉴스는 온통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애그플레이션, 그린플레이션, 하이퍼 인플레이션,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 등 온갖 용어를 갖다 붙이며 시장을 전망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식 팔고 떠나라'는 결론에 이른다. 버핏과 멍거는 수십 년 동안 투자를 하면서 단 한 차례도 '시장이 이러니까'라는 투자 논리를 세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오직 기업만 보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나는 경제에 대한 인사이트가 없으며, 내가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은 통화량이 증가하면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는 사실 뿐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말로 경제를 모를까?



버핏이 모른다는 경제는 '경제학'이다. 수많은 경제학도들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완전시장과 합리적인간을 전제로 가설을 세우는 학문 말이다.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제학이 필요하겠지만 투자자는 경제학 대신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복잡한 용어를 외울 필요도 없다. 그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기업은 돈을 번다'는 미시경제 1원칙(수요와 공급)과 '돈이 흔해지면 물건의 가치는 높아지고, 돈이 귀해지면 물건의 가치는 낮아진다'는 거시경제 1원칙(물가와 금리)이 전부다. 버핏은 마켓타이밍을 하지 않았다. 그는 돈이 귀해져서 물건의 가치가 낮아졌을 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기업의 주식을 샀을 뿐이다.



3. 소나기가 그치고 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버핏의 조언이 여러 번 곱씹어야 깨닫게 되는 변화구라면, 멍거는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돌직구를 날린다. 멍거는 중국 주식, 특히 알리바바에 진심인데 최근 '멍거도 손절한 알리바바'라는 기사가 나왔다. 알고 보니 멍거의 투자 회사인 데일리저널이 알리바바 보유 지분을 절반으로 축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은 멍거가 중국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보도했지만 멍거는 더 이상 데일리저널의 회장이 아니기 때문에 알리바바 손절이 그의 결단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멍거는 이번 주총에서 여전히 중국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훨씬 더 좋은 기업을 훨씬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했다고 말했다.



'소나기는 피해가라'는 말이 있다. 특히 지금처럼 악재로 뒤덮인 시장에서는 일단 발을 빼고 때를 기다리라는 전문가가 인기를 얻는다. 이게 마켓타이밍이 아니고 무엇인가?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은 소나기가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반면, 투자자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투자자는 소나기는 언젠가 그친다는 것과 소나기를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이 지나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귀한 손님이 집으로 오고 있는데 소나기가 멈출 때까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폭풍우가 아니라면 소나기에 몸이 젖는 것을 감수하고 집으로 뛰어가 손님을 기다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지금 내리는 비가 소나기(통제 가능한 리스크)인지, 폭풍우(통제 불가능한 리스크)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주로 시장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매크로 이슈는 소나기일 확률이 높다. 지금처럼 모든 기업 주가가 다 같이 빠지거나, 중국처럼 정부가 개입해서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있다면 오를 때는 더 빨리 오를 수 있다. 개별 기업도 지나간 실적이 아닌 다가올 실적에 초점을 맞추면 진짜 악재와 가짜 악재가 구별되기 시작한다. 멍거의 짧은 답변 속에서도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언젠가 소나기가 찾아왔을 때 당신은 용감하게 뛰쳐나갈 준비가 되어있는가? 위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가 아니라 인생을 바꾸는 기회다.



나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두 할아버지가 하락장 투자의 정답을 알려주실 줄 알았다. 그런데 투자의 정답을 기대하고 켰던 영상에서 투자보다 소중한 인생의 정답을 배우고 왔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능력을 계발하는 데 힘쓰고, 시간과 무관하게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관찰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리스크를 피하지 않고 즐기는 사람이 되면 성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미래는 여유롭게 보고, 현재는 치열하게 사는 것이다. 90 세를 넘긴 버핏, 100 세를 앞둔 멍거보다 조급한 마음과 게으른 행동에 빠져있던 날들을 반성했다. 지금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는 당신의 인생 시계는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가?



<다음 편 예고>

유소유 #19 (5/13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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