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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n 01.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11 보안&광고

보안: 1년이 아닌 10년 후를 내다보면 분명하다.

#에스원


얼마 전 인스타그램 계정이 해킹을 당했다. 내 계정이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 계정이 되었고, 모르는 사람들이 친구로 추가되어 있었다. 비밀번호를 바꾸고 인증도 강화했지만 찝찝함은 여전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네이버 계정까지 해킹을 당했다. 블로그에는 정체 모를 포스팅이 업로드 되어있었고, 메일함에는 수상한 메일이 있었다. 어딘가에서 내 정보가 유출된 것이 분명했다. 생활하다보면 개인정보를 작성해야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 실제로 정보 유출이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무심코 작성하는데 정말 위험하다. 오늘은 보안 산업, 특히 물리보안에서 정보보안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테러는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그래서 테러라고 하면 9.11 테러나 총격 테러가 떠오른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체나 물건에 직접적으로 손상을 입히는 물리적 테러에서 상대방의 민감한 정보를 캐내 심리적으로 협박하거나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정보적 테러(사이버 테러)로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물리적 테러에 대응하는 물리보안 기업으로는 에스원, ADT캡스, KT텔레캅이 있고 정보적 테러에 대응하는 정보보안 기업으로는 SK인포섹, 안랩, 씨큐아이, 윈스가 있다. 2021년 물리보안 2위 업체 ADT캡스와 정보보안 1위 업체 SK인포섹이 SK쉴더스로 합병하며 에스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국내 최대 보안 기업 에스원은 1977년 퇴직한 경찰 간부들이 만든 경비업체로 시작했다. 에스원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세콤이라는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1980년 삼성그룹과 일본의 세콤이 합작해서 에스원을 인수하면서 삼성그룹 보안 기업이라는 간판을 등에 업는다. 주주현황을 살펴보면 세콤이 약 25%로 최대주주, 삼성그룹 계열사가 약 20%로 뒤를 잇고 있다. 에스원은 '종합 안심솔루션 회사'를 표방하며 보안시스템과 건물관리를 핵심 사업으로 한다. '보안시스템'은 보안기기, 관제센터, 출동요원을 통해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고 '건물관리'는 유지보수, 환경미화, 주차안내 등 건물 내 시설을 전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SK쉴더스의 역사는 좀 더 복잡한데 2018년 10월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자회사로 인수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2020년 11월 ADT캡스가 같은 SK그룹 계열사인 SK인포섹과 합병하면서 '융합보안의 선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2021년 10월 ADT캡스는 SK쉴더스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따라서 SK쉴더스의 사업부문에는 ADT캡스가 담당하는 'Physical Security'과 SK인포섹이 담당하는 'Cyber Security' 뿐만 아니라 '융합보안'과 'Safety&Care'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의 융합, 그리고 라이프케어까지 확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에스원은 삼성그룹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했다. 물리보안 산업에서는 필적할만한 경쟁사도 없었을뿐더러 수많은 삼성 계열사들의 보안을 책임지며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장의 발판이었던 삼성 계열사라는 간판이 이제는 에스원이 넘어서야 할 한계점이 되었다. 에스원의 전체 매출 중 삼성 계열사로부터 발생하는 매출 비중은 30%를 넘는다. 코웨이가 정수기 렌탈 사업에서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로 제품 카테고리를 넓히고 대한민국을 평정하고 말레이시아로 진출했던 것처럼 에스원도 신사업을 발굴하거나 신시장을 개척해야 할 시점이 됐다. 그리고 SK쉴더스의 등장에 에스원과 보안업계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SK쉴더스는 IPO 추진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SK쉴더스가 제시한 희망공모가로 상장할 시 보안 1위 업체 에스원(약 2조5000억 원)보다 1조 원 가량 높은 3조5000억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SK쉴더스는 물리보안에 치중된 에스원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을 아우르는 융합보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얼어붙은 투자 심리에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고 SK쉴더스는 상장 철회 수순을 밟는다. 한편 시장의 유동성 축소도 문제였지만 SK쉴더스의 물리보안 매출 비중이 여전히 60%에 가깝기 때문에 융합보안 기업으로 평가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보안 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러시아는 그루지아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사이버테러를 퍼부었고, 중국은 전문 해커 집단을 통해 다른 나라 기업의 기술을 훔치고 있다. 국가 안보와 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노력 속에 사이버보안 산업은 구조적 성장이 기대된다. 게다가 블록체인과 클라우드처럼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기술이 발달하는 속도에 비해 데이터를 지키는 기술은 뒤쳐져있다.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시대에서는 사이버보안 산업도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사이버보안에 관심이 가고 투자할 마음이 생겼다면 Crowdstrike, Zscaler를 비롯한 해외 신생기업까지도 공부해보길 추천한다.



대한민국, 특히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도시 중 하나다. 어두컴컴한 새벽에도 안전하게 거리를 배회할 수 있는 데에는 성숙한 시민의식만큼이나 CCTV 같은 보안 장치가 중요하다.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렵지만 입구에 에스원, ADT캡스가 붙은 건물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들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지켜주는 기업들도 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보안 산업은 쇠퇴하기보다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알게 모르게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기업에 투자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광고: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시클리컬 산업은 없다.

#제일기획 #이노션


당신이 가장 인상깊게 본 광고는 무엇인가? 나는 박카스 광고 중에서 아버지의 삶을 다룬 감동적인 광고와 캐논 광고 중에서 배우 신민아가 등장하는 감각적인 광고가 떠오른다. 반대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거나 메시지가 난해했던 광고도 있는가? 최근에는 젠더 이슈가 불거지면서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서울우유 광고가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광고는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 기업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잘못 활용하면 고객을 떠나게 만들 수도 있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는 만큼 아예 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에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광고 산업과 기업들을 함께 공부해보자.



상장 기업 중에서 투자할만한 광고 기업으로는 삼성그룹의 제일기획과 현대차그룹의 이노션 두 개 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각각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에서 수주를 받아 진행하는 광고 프로젝트가 많은데 이를 '캡티브 시장(Captive Market)'이라고 부른다. '캡티브'는 '사로잡힌'이라는 의미로 원래는 공급자 수가 제한되어 있는 시장을 의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뜻한다. 계열사로 제일기획을 둔 삼성전자가 굳이 현대차그룹의 이노션에 광고를 맡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광고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광고제작으로 말 그대로 광고주가 원하는 느낌의 광고를 기획해서 제작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매체대행으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의 매체를 구매해서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프로모션으로 다양한 온오프라인 환경에서 이벤트를 기획하고 집행하여 기업을 홍보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광고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TV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광고만 떠올리지만, 실제로 광고 기업에서 하는 일은 해당 광고가 나오기 전에 광고 매체를 선정하는 것부터 광고가 나온 후에 광고 효과를 분석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제일기획과 에스원을 분석하기 전에 미리 알면 좋은 광고업계 용어가 있다. 먼저 4대 전통 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를 통해 전달되는 ATL(Above The Line) 광고와 대면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BTL(Below The Line)이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가 중요해졌고 ATL과 BTL을 하나로 묶는 TTL(Through The Line)이 등장했다. 즉, TTL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오프라인 고객들이 온라인에서도 기업 활동 소식을 전달받거나, 반대로 온라인 고객들이 오프라인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름 휴가 시즌과 겨울 연말 시즌에는 기업들이 광고 집행을 가장 늘리는 성수기다. 한편 기업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바로 광고다. 따라서 광고 기업 실적은 경기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내수 시장만으로 성장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전세계 최대 광고 시장인 북미 시장의 문을 끊임없이 두들기고 있다. 그리고 원래부터 커지고 있던 디지털 광고 시장에 팬데믹이 불을 붙이면서 메타버스와 NTF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고,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결말은 알 수 없지만 신시장 개척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신시장 개척에 M&A로 대응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2008년 BMB(영국), 2009년 TBG(미국)를 일찍이 인수하며 유럽과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이노션도 2017년 D&G(미국), 2022년 CWW(미국)를 인수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메타버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M&A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제일기획은 2020년 빅데이터 분석 기업 컬러데이터를 인수했고, 2022년 메타버스 전문 기업 EVR스튜디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노션도 2021년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 기업 디퍼플을 인수했고, 2022년 시각적 특수효과 스튜디오레논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광고 산업을 분석할 때 주목해야 할 몇 가지 트렌드가 있다. 첫번째는 소비자가 광고를 접하는 매체가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마음만 먹으면 광고를 스킵하거나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광고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 두번째는 틱톡, 릴스, 숏츠 등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이목을 한눈에 사로잡지 못하는 콘텐츠에 눈길을 주지 않고 광고보다 짧은 콘텐츠에 중독되어 있다. 세번째는 애플과 구글의 프라이버시 정책이 크게 변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검색하거나 구매했던 제품 데이터를 분석해서 타겟 마케팅을 실행할 수 없다면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는 떨어지고 광고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실 광고 효과를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정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 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품이 없는 은행 같은 기업들은 광고를 통해 얻는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즉, 광고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기업이 여유가 있을 때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목적도 강하다. 그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기업이 어려워지면 광고비를 가장 먼저 줄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 기업 실적은 본질적으로 GDP와 동행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시클리컬 산업이 광고 산업에서 구조적인 성장을 말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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