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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l 13.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14 항공&우주

항공: 이미 최악은 지나갔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학생의 유럽 배낭여행은 하나의 유행이 됐고, 신혼여행은 해외로 가는 게 당연해진 시대가 됐다. 어떤 사람들은 1년에 1번은 무조건 해외여행을 간다. 나 또한 비행기를 타는 것 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타기 전 면세점에서 즐기는 쇼핑과 탑승구에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에게 2020년 코로나19 사태는 여간 충격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팬데믹 3년차에 접어든 항공업계는 이제야 그나마 예전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바닥을 쳤던 항공주는 하늘길이 열리면 턴어라운드 할 수 있을까? 항공 산업의 구조와 이슈를 통해 가능성을 전망해보자.



과연 코로나19는 항공 산업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을까?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전세계 항공 여객 수는 45억5700만 명으로 2009년 이후 10년 넘게 꾸준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2020년 하늘길이 막히자 전세계 항공 여객 수는 전년 대비 60% 감소한 18억 명에 그쳤다. 연간 최대 하락폭이 9.11 테러 당시 1.7%였음을 감안하면 산업이 붕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 여객 시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3720억 달러, 2021년 324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도 2022년 엔데믹을 앞두고 업황이 회복하며 전세계 항공 여객 수가 2019년의 7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FSC(Full Service Carrier)와 LCC(Low Cost Carrier)를 알아야 한다. FSC는 여객사업와 화물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대형항공사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떠올리면 된다. LCC는 여객사업만 취급하는 저비용항공사로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는 화물은 여객을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화물이 버텨준 FSC는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여객에만 의존하는 LCC는 팬데믹에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한편 올해부터 여객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반대로 화물 수요는 감소하면서 항공사의 매출 구조는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귀할 것이다.


대한민국 항공사는 미국의 4대 항공사나 일본의 양대 항공사에 비해 실적 회복이 느린 편인데 이는 국제선 비중이 높다는 특성에 기인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강해 국제선 여객 매출이 국내선 여객 매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 항공사의 국내선 매출 비중이 60%에 육박하고 일본 항공사도 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도 채 되지 않는 대한민국 항공사의 실적이 더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국가 간의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면 더 큰 수혜를 입을 수도 있지 않은가. 여객과 화물의 보완성, 국내선과 국제선의 비중을 이해하면 항공사의 실적 변화를 가늠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지금부터는 항공 산업의 이슈를 하나씩 살펴보며 투자 포인트를 캐치하는 법을 알아보자. 첫번째 이슈는 입국 관련 조치 완화다. 입국 금지, 입국 절차 강화, 백신접종 조건부 입국 허용, 입국 후 격리 조치 등 그동안 해외여행을 가로막았던 규제 빗장은 하나씩 풀리는 추세다. 이는 속도의 문제일 뿐 필연적이므로 시장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화물 수요 감소에 따라 FSC의 이익은 위축되고 여객 수요 증가에 따라 LCC의 손실도 회복될 것이라고 시장은 예측하고 있는데, 화물 사업의 P 하락과 여객 사업의 Q 상승 중 어느 힘이 더 셀지는 미지수다. 여기서 시장의 컨센서스와 괴리가 발생하면 투자의 성패가 갈리는 지점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이슈는 비용 리스크다. 항공사의 영업비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유가와 환율인데 최근 이 두 매크로 지표는 역사적 고점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가 전쟁을 마무리하고, 미국이 금리인상을 멈춰야 유가와 환율이 완화될 텐데 시장을 예측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다만, 역사적 전고점을 뚫은 유가와 환율이 여기서 더 치솟기보다는 꺾일 확률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지표가 안정되면 좋은 이슈 정도로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히려 더 걱정되는 점은 인건비 상승과 자본확충 가능성이다. 무급휴가를 통해 비용을 억제했음에도 유상증자를 두 차례나 단행한 항공사가 언제 또 재정적 위험에 빠질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 이슈는 M&A 빅딜이다. 대한항공이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면서 양대 FSC와 LCC 3사가 하나의 초대형 항공사로 합쳐진다. 국적항공사 기준 점유율 70%를 넘어가는 합병에 대해 EU를 비롯한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지난해 캐나다 항공사 합병 철회과 올해 국내 조선사 합병 무산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합병도 단언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는 FSC의 장거리 노선 일부 반납을 조건으로 승인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전체 항공 산업의 사이클과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다. 한편 LCC 간 2위 경쟁이 본격화되며 이쪽에서 실적과 투자 성패가 갈릴 것이다.



아직 위협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에어로K,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가 각각 ULCC(초저비용항공사), TCC(관광융합형항공사), HSC(하이브리드항공사)라는 콘셉트를 앞세우며 2세대 LCC의 출격을 예고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조차 실패를 맛보았을 정도로 항공주 투자는 어렵다. 기업 분석은 물론이고 산업 분석까지 되어있어야 하며, 매크로 지표까지 도와주는 운까지 따라야 때문이다.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악은 지났다는 분위기이다. 일반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산업, 이익을 축내는 기업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턴어라운드를 노리는 투자자라면 항공 산업을 공부해보는 것도 괜찮다.



우주: 반세기 만에 불 붙은 우주 전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2022년 6월 21일 2차 시도 끝에 누리호가 목표 궤도 700km에 도달하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환호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누리호 결과 브리핑 발표에서 대한민국의 우주 산업 역사의 쾌거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우주 산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은 누리호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라거나, 대한민국이 전세계 일곱 번째로 1톤 이상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국가가 되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와닿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 우주 산업의 동향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우주 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우주 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모건스탠리나 유로컨설트 같은 기관에 따르면 현재 약 3700억 달러에 달하는 우주 시장 규모는 2030년 6400억 달러, 2040년 1조1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에 약 2배씩 성장하는 셈이다. 관계자가 아닌 이상 우주 산업이라 하면 굉장히 막연할 텐데 지상장비나 인공위성을 활용한 산업이 무려 70%에 이른다. 누리호 같은 위성체나 발사체 관련 산업은 5% 안팎에 불과하지만 민간우주관광 및 우주광물채굴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높은 성장성이 전망된다. 한편 항공우주 산업과 자주 엮이는 방위산업(방산) 규모는 전체에서 18% 수준을 차지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방산업에도 많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로 나가고, 1969년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냉전, 소련의 붕괴 및 중국의 개방,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우주 전쟁은 조용히 사라져갔다. 그런데 2020년 반대로 탈세계화 움직임이 나타나자 반세기 만에 우주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1차 우주 전쟁을 '올드스페이스', 2차 우주 전쟁을 '뉴스페이스'라고 한다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부 주도의 과시용 산업에서 민간 주도의 상업용 산업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기술 혁신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프로젝트 확장으로 수익을 창출하게 된 우주 산업은 비로소 하나의 산업으로 당당하게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우주 및 방위 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으로는 어디가 있을까? 아직은 이 산업만 온전하게 영위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탄탄한 본업을 유지하면서 발을 걸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표적으로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에어버스와 국가 방위업체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이 있다. 그리고 작년에는 억만장자들의 우주 전쟁이 주목을 받았는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이 민간우주관광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대표적인 우주 및 방산 기업으로는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이 있다. 지금부터 하나씩 파헤쳐보자.



문어발 확장을 거듭했던 대기업은 이제 각자 주력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2014년 삼성그룹과 1조9000억 원 규모의 빅딜로 한화그룹은 사실상 국내 방위 산업을 독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내 중간 지주사로서 항공엔진, 방산, 시큐리티 등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으며, 한화시스템은 그 안에서 방산에 주력하고 있다. 재벌 3세 중 경영 능력이 가장 탁월하다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그린에너지' 다음으로 '스페이스'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스페이스허브'라는 TF까지 신설해 우주 산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누리호에 이어 다누리를 준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AR을 넘어 UAM에 도전하는 한화시스템은 정말로 우주에 진심이다.


정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함께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주관할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즉, 정부의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K-스페이스X'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두 기업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데, 누리호에 심장을 심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누리호의 뼈대를 세운 한국항공우주(KAI)가 주인공이다. 발사체의 핵심부품 제작 및 조립에 강점을 지닌 한국항공우주는 7월 말 국산 1호 전투기 KF-21(보라매)이 초도 비행까지 앞두고 있다. 인공위성과 미사일의 기술 원리는 거의 동일하므로 우주와 방산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두 산업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관점에서 한국항공우주의 앞날은 매우 기대가 된다.


2022년 1월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천궁II’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금액인 4조 원 이상의 규모이다. 그동안 방산업은 국가기관의 수주에 의존하는 내수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수출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러시아 전쟁은 이러한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 한때는 무기를 만드는 기업은 ESG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시장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무기는 평화를 수호할 수 있다며 재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국가안보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은 윤석열 대통령까지도 직접 방산 세일즈에 나서고 있는 만큼 K-방산의 위상은 점차 부각될 것이다.



사실 국내 우주 산업에는 대기업만 있지는 않다. 작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유일 민간 인공위성 제조 및 수출업체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인수했고, 초소형 위성 발사체 국산화에 도전하는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올해 12월 우주로 로켓을 쏘아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우주는 더 이상 SF에만 등장하는 세상이 아니다. 또한 제 1차 우주 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실속 없는 자존심 대결이었던 반면 제 2차 우주 전쟁은 기회가 무궁무진한 신대륙 발견이 될 것이다. 바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주 산업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산업 중 하나다. 아마도 세상을 보는 시야가 탁 트일 것이다.



<다음 편 예고>

주가 없는 주식학 #15 조선&기계 (7/27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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