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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l 15. 2022

유소유 #28 강방천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원한 펀드매니저가 알려주는 3가지 투자의 원칙

가장 존경하는 투자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투자자 99인의 명단에 든 유일한 한국인이 있다. 바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강방천 회장이다. 대한민국 1세대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강방천 회장은 본인을 '영원한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한다. 투자자는 나이가 들수록 경험과 내공이 쌓이면서 노련해진다. 투자 경력이 30년 이상 쌓인 강방천 회장은 지난 주말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30년이 넘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암울한 주식 시장을 떠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알려주는 가치의 3가지 본질에 대해 곱씹어보며 시장을 떠나지 않는 영원한 투자자가 되어보자.



1. 자기만의 관점을 가져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는 주식과 잘 맞을 것 같고, 누구는 잘 안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기준은 그 사람이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지 아닌지 여부인 것 같다. 그리고 남탓을 하는 사람을 보면 주식 투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나는 의견은 많이 듣지만 행동은 적게 하는 편이다. 이런 나에게 누군가는 어차피 안 들을거면 왜 묻냐고 따지기도 했지만, 사실 속으로 이미 내린 결단에 대해 최종 피드백을 받는 작업이다. 의사결정을 바꿀 만큼 설득력이 없다면 내가 가진 관점을 관철했고 이에 기반한 결정은 크게 실패하지 않았다.



강방천 회장님이 거듭 강조하고 책 제목으로까지 선정한 '관점'은 주식 투자를 할 때 처음에 만들어서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영원한 동반자다. 주식 투자 고수들이 언론에 나와서 돈 버는 방법을 얘기해줘도 투자로 망하는 이유는 그들의 관점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 관점이 남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고수가 하는 말은 표면적으로만 이해하면 오해하기 십상이다. 아무리 쉽게 풀어 설명하더라도 고수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는 수많은 부연설명이 함축되어 있다. 그들이 수십년 동안 쌓아온 내공을 엑기스로 흡수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욕심을 부리면 다치게 된다. 고수의 관점을 날것으로 먹지 말고 생각과 경험으로 익혀 먹어야 한다.



주식 투자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강의를 많이 듣는 것은 좋다. 재료가 있어야 요리를 할 수 있듯이 사고할만한 이슈가 있어야 관점도 생긴다. 내가 가치투자자로서 관점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됐던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팻 도시의 <경제적해자>, 그리고 강방천 회장님과 함께 대한민국에 가치투자를 뿌리내린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님이 유튜브 '김작가tv'에 나와서 인터뷰를 했던 영상을 추천하고 싶다.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이 있을 것이고, 모든 기준을 통과하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여러 기준들을 세워보고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가중치를 두고 몇 가지로 압축해가면 된다.



2.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라.


성장주 투자의 대가이자 슈퍼개미라고 불리는 한 강연자는 자신이 주식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세 가지 지표가 매출액성장률, 영업이익률, 부채비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연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받아적지 않았다. 아마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차이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강연자가 세 가지 핵심 지표에 따라 발굴한 여덟 가지 종목을 불러주자 여기저기서 펜을 꺼냈고 심지어 녹음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 그 주식을 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빠르고 쉽게 돈만 벌고 싶을 도둑 심보다. 질문을 하지 않고 남이 하는 말만 믿고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도박꾼이나 다름없다.



강방천 회장님은 방송에 나와서 기업의 가치를 시가총액으로 파악하라, 이익의 질을 따져라,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를 이해하라 같은 말을 반복한다. 누군가는 매번 똑같은 말만 한다고 투덜대지만 30년의 경험을 몇 가지 원칙으로 응축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투자자와는 급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강방천 회장님은 '사령관 기업'을 사라고 한다. 사령관 기업은 특정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기업이다. 시장도 거대하고 지배력도 막강한 총사령관 기업이 애플, 테슬라라고 한다면 디자이너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어도비, 반도체 기업 총수들이 장비를 구하려고 직접 찾아가는 ASML 같은 기업이 사령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식 투자를 귀동냥으로만 배운 헛똑똑이를 거르기 위해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기업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당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 특별한 비결이 필요하지 않다. 적어도 주식 투자에서는 기업이 무엇을 팔아서 돈을 버는지, 그리고 얼마나 벌어왔고 벌어갈 것인지만 알아낼 정도로 탐구하면 된다. 따라서 반대로 내가 소비 지출하는 항목을 시작으로 그 돈이 어떤 파이프라인을 따라가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상상이 될 수 있다. 돈은 내 손을 떠나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물처럼 지구를 빙빙 돌며 세상을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인내의 끈을 놓치 마라.


솔직히 말해서 나도 최근에 주식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작년 상반기까지는 투자했던 모든 종목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고 계좌를 보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빨간색과 파란색을 왔다갔다 하더니 이제는 '이게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설령 내 판단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잘못 생각했는지 밝혀내고 싶었으며, 한편으로는 승승장구만 하는 투자보다 고전 끝에 얻어내는 투자의 과실을 맛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했다. 나는 최소한 계좌 때문에 잠이 안 오지는 않는다. 투자자의 미덕은 기다리는 여유다.



강방천 회장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 시장이 폭락했을 때,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또 한 차례 주식 시장이 붕괴됐을 때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고객들에게 편지를 썼다. 12년이 지난 후에도 편지의 내용은 변함이 없었다. '절대로 주식 시장을 떠나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오히려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인내의 끈을 놓지 맙시다.' 나는 펀드매니저의 실질적인 운용 능력 만큼 심리적인 관리 역량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자산운용사 회장님이 직접 편지를 쓰며 호소하는 모습에서 진실성이 느껴졌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 한 줄기를 찾는 것,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과 긍정적인 마음이 곧 인내의 시발점이다.



주식 투자자는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투자자의 병에 걸리는 것을 주의하라고 말한다. 주식의 세계에 들어가면 주식밖에 보이지 않는 시기가 한번씩 찾아온다. 아무것도 재미가 없고 삶의 유일한 낙이 주식이 되는 시기, 심지어 이때는 주식으로 돈을 잃어도 슬프지가 않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인생의 목적일 필요는 없다. 강방천 회장님처럼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도 하면서 때로는 주식을 사고 실제로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버리는 것도 오랫동안 주식 투자를 인내심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강방천 대표님과 함께 VIP자산운용의 최준철 대표님이 연사로 참석했다. 수십년 간 스승과 제자로서 대한민국 가치투자를 이끌어오는 두 분의 말씀을 현장에 가서 들으니 영상으로 볼 때와 다르게 새롭게 들리는 부분도 있었다. 최준철 대표님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본따 '강방천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며 강방천 회장님의 미래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나는 강방천 회장님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과정에 집중하고 싶었다. 과거부터 미래를 잇는 하나의 관점을 세우고, 관점이 튼튼할 때도 질문을 던지고, 관점이 휘청일 때도 인내를 길렀기에 막연한 상상에 그치지 않고 당연한 현실이 되지 않았을까.



<다음 편 예고>

유소유 #29 (7/22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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