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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l 22. 2022

유소유 #29 실적 발표를 시작합니다

실적 발표 시즌에 개인 투자자가 해야 하는 3가지 작업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됐다. 투자자들은 자식의 성적표를 받아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애를 태우며 기다리고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실적이 좋으면 '역시 우리 기업이 최고야'라고 노래를 불렀고, 실적이 나빠도 '다음에 잘하면 되니까 괜찮아'라며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며 실적이 좋아도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고, 실적이 나쁘면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다. 즉, 시장이 함께 움직이는 유동성 장세에서 기업이 따로 움직이는 실적 장세로 변한 것이다. 오늘 주제는 실적 발표 시즌에 개인 투자자가 해야 하는 3가지 작업에 대한 이야기로, 이 위험한 주식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논해볼 것이다.



1. 실적 컨센서스의 방향성에 주목하라.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커버하는 기업들을 꾸준히 분석도 하고, 탐방도 가고, 모델도 만들면서 분기별 실적과 연간 실적을 추정한다. 이렇게 여러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한 실적을 평균한 값이 바로 '컨센서스'다. 만약 한 명이나 두 명이 추정한다면 실적 컨센서스와 실제 실적 사이에 오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애널리스트가 커버할수록 실적 컨센서스의 신뢰도는 높아진다. 주식 투자는 흔히 '시장의 생각과 나의 생각의 괴리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의 생각이 바로 컨센서스이며, 컨센서스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컨센서스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알아볼 것이다.



컨센서스를 볼 때는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움직이는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 컨센서스를 만드는 주체로는 해당 기업의 목표주가를 이끄는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있고, 극단값을 제시하는 '아웃라이어'도 있다. 개인투자자가 유의해서 컨센서스를 체크해야 하는 시기는 모든 애널리스트, 혹은 아웃라이어가 방향을 꺾을 때다. 어떤 기업을 아주 나쁘게 봤던 애널리스트마저 긍정적으로 돌아서면 시장의 생각이 편향된 것이고 이때부터는 시장과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 한편 실적을 최상단으로 추정하던 애널리스트마저 자신감을 잃고 고집을 꺾으면 시장에서는 그 기업이 망할 것처럼 떠들겠지만 최적의 매수 찬스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예시로 살펴보자. 올해 상반기에 가격 하락이 예상됐던 DRAM이 꽤 잘 버티면서 실적 컨센서스도 올라갔지만, 2분기에는 버티지 못했고 실적 컨센서스도 꺾였다. 업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비롯해 모든 애널리스트가 줄줄이 실적 추정치를 하향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대차는 차량용반도체 수급난으로 판매 부진이 예상돼 실적 컨센서스도 조금 내려가다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실적 컨센서스가 솟았다. 특히 유독 실적 추정치를 낮게 잡던 애널리스트마저 돌아서며 목표주가를 상향시키자 기울기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실적 컨센서스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능력은 주식 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호구다.



2. 실적 발표에 대응하지 마라.


이미 한 세기 전에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전설적인 투자자는 주식 시장의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페따꼼쁠리'라고 명명했다. 우리말로 하면 '기정사실', 이미 정해진 사실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주가는 호재에 올라가야 하고, 악재에 내려가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시장은 호재나 악재가 될 만한 이벤트를 찾아서 주식을 사고 판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먼저 올라가거나 내려가며, 막상 뉴스가 나오면 주가는 상식과 반대로 움직이거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었던 이벤트가 기정사실, 페따꼼쁠리가 된 것이다. 페따꼼쁠리라는 마술에 속지 않고 역이용하면 올바른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예상치 못하게 실적을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하회하는 어닝 쇼크가 나오면 발표 당일 주가가 움직이기도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매매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증권가에서 찌라시가 돌았다거나 언론에서 엠바고를 뿌렸다는 루머도 있지만 실적에 대한 우려와 기대는 대부분 가격에 선반영된다. 실적은 발표되기 전에 과거가 된다. 다시 말해, 실적 발표일은 투자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재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적이 발표되고 나서 대응하는 것은 새가 지나간 허공에 총을 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페따꼼쁠리보다 앞서갈 수 없다면 실적 발표 시즌에는 가만히 있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까지는 아니었지만 컨센서스 대비 소폭 하회했다. 6월 말 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마이크론이 메모리반도체 업계 불황을 예고했기 때문에 시장은 우려를 선반영했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는 3% 가까이 급반등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반대로 현대차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최근 상향된 컨센서스마저 넘어섰다. 7월 초 전기차와 고급차 판매 호조로 미국 시장에서 선방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시장은 기대를 선반영했다. 그래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의 주가는 실적 발표 시점을 전후로 꿈틀대다가 결국 보합으로 마무리됐다. 페따꼼쁠리 없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다.



3. 실적 가이던스의 현실성을 점검하라.


기업은 이번 실적이 좋았거나 나빴거나 다음 실적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추정한 실적을 목표처럼 제시한 것이 바로 '가이던스'다. 대기업은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이라는 행사를 진행하는데 일종의 실적에 대한 해명과 다짐의 시간이다. 학생은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이 어렵거나 마킹 실수로 점수가 낮게 나오면 부모님과 선생님은 다그치기보다 격려해준다. 마찬가지로 기업은 열심히 일했는데 외부 환경이 안 좋거나 일회성 손실이 있었다면 투자자는 아쉽지만 이해해준다. 대신 가이던스는 허무맹랑해선 안 되고 그럴싸해야 하는데, 가이던스를 대충 흘려보지 않고 꼼꼼하게 따져가며 분석하면 진정한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다.



가이던스를 보기 전에 실적을 움직이는 키팩터를 찾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발표된 실적의 숫자에는 더 이상 의미가 없지만 투자자는 숫자를 파헤쳐 그 속의 의미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웬만하면 기업의 IR에서는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논리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실적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어떤 기업이 경쟁력을 잃은 것일 수도 있고, 산업이 전체적으로 불황에 빠진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기업은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고, 실력을 발휘한 것일 수도 있다. 이유를 알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투자에서도 키팩터만 찾아내면 실적 가이던스를 활용해서 길목을 지키는 필승 투자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냉랭했던 메모리반도체 산업 분위기에서 비롯되었다. 게다가 영업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반도체는 원래 사이클을 타는 산업이므로 영원한 불황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다시 호황기가 도래하면 상승 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다. 반대로 현대차의 깜짝 실적은 기업의 전략이 적중했던 것도 있겠지만 시장 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제네시스와 아이오닉 중심의 제품믹스 개선은 계속 유효하겠지만 우호적이었던 환율이 다시 원화 강세로 돌아서면 수출 판매가 저조할 수도 있다. 자신이 투자했던 기업들이 제시하는 실적 가이던스의 현실성을 점검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선진화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은 많다. 예를 들어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고 스몰캡(중소형주)을 커버하는 애널리스트가 별로 없어서 컨센서스가 무의미한 종목도 상당하다. 그리고 내부자정보 매매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고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여전히 존재해서 페따꼼쁠리가 유독 심하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IR에서 제공하는 자료가 부실하고 퀀트에만 의존하는 애널리스트의 역량이 부족해서 가이던스의 논리에 비약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개인투자자가 실적에 기반한 가치를 합리적으로 추론해서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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