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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l 29. 2022

유소유 #30 싼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언제 사라고?

투자에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기 위한 3가지 체크포인트

요즘 유튜브에 주식 투자 전문가들이 영상에 나와서 지금 주식 싸니까 많이 사라고 말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선뜻 매수 버튼에 손이 안 나가는데, 그 이유는 싼 건 알겠는데 더 떨어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무적의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디가 바닥일지, 바닥 밑에 지하실이 몇 층까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럴 때에는 바닥을 재지 말고 ‘적당한 가격이 오면 사겠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리고 ‘적당한 가격’을 판단하기 위해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벤저민 그레이엄부터 워런 버핏까지 가치투자 대가들이 강조하는 안전마진에 나만의 해석을 덧붙인, 일명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기 위한 3가지 체크포인트를 소개한다.



1. 안전마진은 공부에서 비롯된다.


좋은 투자의 기본은 가격이 가치보다 낮을 때 사는 것이다. 그런데 가격은 눈으로 볼 수 있지만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가치투자자들은 PER, PBR 같은 가치평가(밸류에이션) 기법을 만들었다. PER, PBR은 각각 이익, 자산에 비해 시가총액이 몇 배인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세한 설명은 워낙 잘 설명된 글과 영상이 많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가치투자의 기본이지만 PER과 PBR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모든 기법에는 오류가 있다. 만약 이러한 한계점까지 알고 정확하게 활용한다면 안전마진이 확보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먼저 밸류에이션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 어떤 기업의 'PER이 10이다', 'PBR이 2이다'라는 수치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같은 업종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PER은 15인데 이 기업만 10이라거나, 과거 5년 동안 이 기업의 PBR이 1.5를 넘은 적이 없는데 현재 2를 넘었다면 이때부터는 이 기업만 왜 유독 주가가 낮은지, 예전과 다른 투자 포인트가 새로 생겼는지 점검해볼 시점이다. 가장 관심이 많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10년치 PER차트와 PBR차트를 통해 저평가 상태에 빠져있는 종목을 찾아보자. 그 종목이 적정 수준의 평가를 받았을 때의 주가와 현재 주가 사이의 격차가 바로 안전마진이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으로 측정한 안전마진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M&A, 파업, 전염병 같은 특정한 이슈로 기업이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숫자에는 적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기업의 경우 PER이 음수값으로 도출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PSR 같은 지표가 등장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는 아직 부족해보인다. 분명한 한계는 있지만 이것이 밸류에이션 기법을 사용하지 말아야 될 이유는 아니다. 오히려 투자 경험이 쌓이다 보면 숫자로 찍힌 밸류에이션 대신 각자 마음 속의 밸류에이션을 갖게 될 것이다. 안전마진을 찾다보면 어느새 동물적인 투자 감각이 생기는 것이다.



2. 안전마진은 자신감의 표출이다.


나는 분산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종목으로 분산하면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관리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한 종목에 올인하지는 않지만 나는 최소 3종목에서 최대 5종목으로 집중투자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수많은 투자 아이디어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공부를 하고, 리스크 요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자신있게 집중투자할 수 있다. 안전마진이란 개념도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이고 심리적인 개념이다. 얼마라고 해서 싸다 비싸다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생각할 때 이 정도면 추가 하락은 없을 것 같고, 설사 하락하더라도 믿음을 갖고 버틸 수 있다면 안전마진은 충분히 확보된 것이다.



나는 분할매수도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투자 포지션이 쌓이면 신경이 쓰이고, 단기적인 변동성이 의미없는 장기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 경력이 짧거나 자신감이 부족하면 나눠서 사도 괜찮지만 개인적으로는 한번에 사는 '풀매수'를 선호한다. 나는 가용 가능한 투자금을 예치해놓았다가 적정한 가격 수준이라고 생각되면 목표했던 수량을 풀매수한다. 풀매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아직 나의 투자 논리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는 나름의 투자 철학도 생겼다. 종목을 나누는 분산투자와 더불어 시점을 나누는 분할매수는 대표적으로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전략이지만 반대로 분산투자와 분할매수를 거스를 수 있을 정도의 공부가 필요하다.



3. 안전마진은 현금으로 지켜진다.


바닥이 언제 어디서 끝날지 모를 때 배당은 정말 큰 힘이 된다.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주가가 많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적금 금리가 4%를 넘었다고 은행으로 갈 게 아니라 배당수익률이 8%를 넘고 추가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은행의 소유권, 즉 주식을 사는 게 맞지 않을까? 게다가 연말이 다가올수록 배당을 노리는 수급이 움직이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6% 이상 되는 구간부터는 매수가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특히 미국에는 분기배당이나 월배당을 하는 주식이 많고, 기업마다 분기를 계산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주식으로 월세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주식으로 월배당을 받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만약 기업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파산하면 배당은 바랄 수도 없다. 누구나 들으면 아는 기업은 파산 위험이 적지만 소중한 돈이 들어가는 투자에서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익계산서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만 보고 판단을 내리지만 고수들은 현금흐름표를 본다. 손익계산서에 잡히는 이익이 현금흐름표에 잡히지 않으면 위험한데, 경기가 나쁠 때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현금흐름표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과 자본적지출(Capex)을 계산해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쌓이는 구조인지 살펴야 한다. 게다가 현금이 많은 기업은 안전마진 확보를 넘어 M&A를 통한 추가적인 성장까지 노려볼 수 있다.



사실 안전마진을 논하기 전에 기업의 내재가치를 파악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안전마진이 의미가 있으려면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모든 기업들이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가격이 낮아졌다. 따라서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가 아니라 본인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안전마진이라는 프레임을 활용해 본인만의 적정 매수가를 잡아보기를 추천한다. 나중에 증시가 어느 정도 회복을 한 뒤에는 경제적해자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통해 좋은(Good) 기업을 넘어서는 훌륭한(Great) 기업을 찾아볼 것이다. 그때까지 시장을 떠나지 않고 무사히 버티길 바란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31 (8/5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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