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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Sep 07.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18 증권&보험

증권: 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합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1997년 대한민국의 IMF 외환위기를 그린 <국가부도의 날>,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빅쇼트>는 대표적인 경제위기를 다룬 영화이다. 이 두 영화는 은행과 증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그리고 금융위기는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만약 금융사가 돈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찾아보길 추천한다. 이 영화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이라는 개념을 금융상품으로 만들어서 사람을 홀리는 증권사의 타락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영화는 허구일 뿐이지만 증권업의 본질을 꿰뚫어 해석한 최고의 금융 명화이다.



‘증권’은 주로 금전적인 권리나 의무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 유가증권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쉽게 말해 돈이 되는 종이 쪼가리는 모두 증권이다. 증권사는 이런 증권을 취급하는 곳인데, 대부분의 증권사에는 3가지 사업부가 존재한다. 첫번째는 증권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수취하는 브로커리지 부서가 있다. 또한 증권사가 직접 주식, 채권, 파생상품을 거래해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트레이딩 부서가 있고, 기업들의 IPO, M&A를 주관하고 PE를 결성하여 벤처회사에 투자하거나 PF를 조성하여 부동산에 투자하는 기업금융(IB) 부서가 있다. 요새는 주식 거래량과 회전율이 늘어나면 증권사 실적이 좋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증권사 빅5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기자본 10조 원 이상 보유한 증권사로,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초대형 IB에만 인가되는 IMA 사업에 진입을 앞두고 있고, 네이버파이낸셜에 지분투자를 단행하여 마이데이터 사업에도 진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로, 한국금융지주는 증권사 외에도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NH투자증권은 전통 IB 강자로 SK바이오팜, 빅히트 등 대어급 IPO를 주관했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특화되어 있어 업계 최초 중개형 ISA를 선보였다.


삼성증권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와 낮은 채권 투자 비중으로 경기 불황기와 금리 인상기에서도 실적 선방에 성공했고 그룹 차원에서 배당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은 은행 금융지주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정작 증권사의 실적은 묻히는 경우가 많다. 한편 키움증권은 개미투자자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높은 브로커리지 비중을 자랑한다. 올해 주식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키움증권은 시장을 떠나지 않는 ‘충성 개미’ 덕분에 견고한 실적을 보여줬다. 반대로 메리츠증권은 트레이딩과 기업금융 비중이 높다. 덕분에 증시 불황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메리츠증권은 작년 세 차례에 걸쳐 3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그동안 증권사의 실적은 증시에 연동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증권사가 가치를 재조명받기 위해서는 투자가 일상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따라서 증권사에게는 연금이 블루오션이다. 2021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6조 원이며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적금 대신 주식과 채권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계좌와 은행에서 증권사로 개인연금을 이전하는 계좌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연금 투자 활성화를 위해 연금저축 소득공제한도를 상향했으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17.9조 원을 기록하며 증권사 중에서는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는 다소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프라이즈와 쇼크를 반복한다. 시장은 실적 변동성이 큰 산업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지 않는다. 증권 산업의 밸류에이션이 리레이팅 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다채롭게 꾸려나가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맞수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사례를 보더라도 영업이익은 높지만 리스크가 높은 사업에만 집중한 골드만삭스보다 영업이익은 낮지만 자산관리와 자산운용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리스크를 낮춘 모건스탠리가 시장에서 높은 가치로 평가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적극적으로 해외법인을 설립하며 시장을 다각화하고 있는데 작년 전체 세전이익의 15%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최근 2년 동안 증시가 초호황기를 보내면서 증권사의 곳간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쌓였다. 이제부터는 자본을 더 확충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쌓인 자본을 활용하는 게 중요한 시기가 됐다. 증권업이 근본적으로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게끔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 증권과 복권은 투자자의 권리와 의무가 운이 아니라 합리적인 약속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자본주의의 위대한 산물인 기업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주주환원정책이 필요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성향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할 당시 외국인이 팔아치우기 시작한 코스피 매도 물량을 받아낸 것은 다름 아닌 개인투자자였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이후 코스피는 바닥을 찍고 V자로 반등했다. 전세계 정부와 중앙은행도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쏟아부었고, 주식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코스피는 1년 만에 2배 이상 올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거품은 터졌고, 증시는 다시 박스권에 갇혔고, 개미들은 대부분 시장을 떠났다. 올바른 투자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이상 동학개미운동은 반쪽짜리 성공에 그칠 것이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나온 타락한 증권 시장의 모습은 결코 멀리 있지 않았다.



보험: 상담할 땐 고객님, 해지할 땐 호갱님.

#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워런 버핏의 성공 투자 비결이 무엇인지 아는가? 대부분은 가치투자, 장기투자를 떠올릴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워런 버핏 스스로 인정한 핵심 비결은 바로 레버리지이다. 워런 버핏과 레버리지 투자라니,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하지만 워런 버핏은 실제로 레버리지 투자를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워런 버핏은 투자자이기도 하면서 버크셔해서웨이라는 보험사를 경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무이자로 빌려서 무기한으로 굴릴 수 있는 돈을 플로트(float)라고 하는데, 워런 버핏은 이를 ‘꿈의 레버리지’라고 불렀다. 플로트를 활용해 돈을 버는 알짜배기 보험 산업에 대해 알아보자.



'보험'이란 미래에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다수의 경제 주체들이 공동 기금을 조성하고 손실이 발생했을 때 금전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올해 여름 아무도 예상치 못한 폭우에 인명 피해와 차량 피해가 발생했고, 보험사는 그동안 받은 보험료를 보험금으로 되돌려주고 있다. 참고로 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사에게 납부하는 돈, 보험금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돈을 의미한다. 보험업계는 크게 생존과 사망 관련 사고를 취급하는 생명보험사와 사고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를 보장하는 손해보험사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질병, 상해를 보장하는 제 3 보험이 등장하면서 생명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먼저 생명보험 업계를 보면 삼성생명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수십 년 동안 지키고 있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로 브랜드파워나 재무건전성에서도 압도적이며,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지배구조 이슈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한화생명의 전신은 대한생명으로 올해 상반기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보험금지급능력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당했고,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여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 빅3 중 유일하게 비상장 기업으로 올해 자본확충을 위해 IPO를 추진하고 있지만, 증시 부진과 주주 간 분쟁 장기화로 최근 미국 시장 상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음으로 손해보험 업계를 보면 삼성화재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이 라이벌 구도를 세우고 있고, 메리츠화재가 급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화재는 국내 최대 손해보험사로 자동차보험 다이렉트를 출시하며 비용절감 혁신을 이루어냈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데 손해보험사의 핵심 사업인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에서 현대해상이 원수보험료 우위로 규모 측면에서 앞섰지만 DB손해보험이 손해율 관리로 수익성에서 앞질렀다. 메리츠화재는 메리츠증권과 마찬가지로 메리츠금융그룹 차원의 주주환원정책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4%대 자산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2023년을 앞두고 보험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원래 2021년부터 도입 예정이었던 IFRS17과 K-ICS가 두 차례 연기 끝에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IFRS17은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으로 보험사가 그동안 원가로 저렴하게 인식했던 부채를 시가로 높여서 인식하기 때문에 보험사로서는 부채비율이 커지는 압박을 받는다. 게다가 K-ICS는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신지급여력제도로 부채 뿐만 아니라 자산까지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므로 보험사는 자기자본을 늘려야 한다. 따라서 보험사는 증자부터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그리고 공동재보험까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참고로 국내에 상장된 재보험사는 코리안리가 유일하다.


일반적으로 보험주는 은행주와 함께 대표적인 금리인상 수혜주로 꼽힌다. 점진적인 보험요율 인상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채권 금리 상승으로 자산운용수익률도 제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서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생명보험사는 예상보다 가파른 금리인상 속도에 증시가 급락하자 변액보증보험 준비금이 증가하고, 채권 금리가 상승하자 보유하고 있던 채권 가치가 하락하며 실적이 악화되었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본격적인 리오프닝 지연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감소하고, 정부 차원의 비급여항목 표준화 및 지급기준 강화로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도 감소하며 실적이 개선되었다.


현재 보험사는 저금리 환경 장기화와 업계 성장성 회의감으로 절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보험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보험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받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영업이익과 주주가치에 수렴한다. 즉, 보험사는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계약을 갱신하고 채권을 운용해서 보험영업과 투자영업 양쪽에서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배당과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정책을 명시함으로써 주주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게다가 초장기적으로는 빅테크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하는 기업이 비용절감 혁신을 통해 제 2의 자동차보험 다이렉트 신화를 쓸 수도 있다.



보험은 굉장히 논란이 많은 금융상품이다. 한쪽에서는 보험을 들지 않았다가 사고가 나면 경제적 손실을 크게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상품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보험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가난한 자들로부터 합법적으로 돈을 뜯어가는 악마 같은 존재라고 폄하한다. 이처럼 보험은 잘만 설계하면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잘못 설계하면 인생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보험 가입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가입 전에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보험으로 돈을 아끼는 사람도 있고 잃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보험사는 돈을 잘 번다. 그리고 진짜 부자들은 보험을 들지 않고, 보험주를 들고 있다.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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