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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우 Peter Lee Dec 18. 2019

[번외]  배달의민족 매각으로 본 G마켓 매각의 추억

한국토종기업에서 외국인수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이 느끼는 변화

지난 주에  G마켓을 포함한 국내 이커머스에서 근무했던 직원 입장에서의 연재를 시작하려고 연재 예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주말에 큰 일이 생겼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국내 배달 서비스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 (이하 배민)이 독일 회사 딜리버리히어(이하 DH)에 팔렸습니다. 


DH 역시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인데 인수 금액이 무려 4조 8천억 원입니다.


지분율이 어떤가, 독과점이냐 아니냐, 또 김봉진  우아 DH아시아 회장에 대한 이야기나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관련기사: http://www.ddaily.co.kr/news/article/?no=189584


하지만 그 안에 근무하는 배민 직원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기사들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 주 성수동에서 열린 배민 파티를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저의 페친 분들 중에서도 기대와 불안을 가지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G마켓이 이베이에 인수되었던 시점에서 그 후 몇 년 간 근무했던 직원의 입장에서 한국 기업에서 외국계 인수 후 기업이 된 직원들의 상황을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G마켓의 이베이 인수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이제 10년이 넘었네요)


2009년 4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eBay)가 국내 1위 오픈마켓인 G마켓을 인수했습니다.  이베이는 G마켓을 공개매수를 통해 인수하기로 대주주요 모기업이 인터파크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공개매수에는 G마켓에 대한 인터파크 보유지분 29.01%와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의 보유지분 5.20%, 야후코리아의 보유지분 8.95%, 기타 대주주 주식 등 총 G마켓 주식 67.00%가 참여했습니다.


주당 인수가격은 미화 24달러로 총 거래금액은 달러 8억800억달러(약 1조400억원)에 달해 당시까지 국내 인터넷기업의 해외 매각 사상 최대 규모 였습니다. (이번에 이 기록이 깨졌군요)


이에 따라 이베이가 지난 2001년 인수한 옥션과 G마켓의 총 거래액은 7조원 가량에 이르러 오픈마켓 시장의 90%, 전자상거래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초대형 ‘공룡’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기사 참고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350057.html


이미지 출처: https://www.nocutnews.co.kr/news/576479


2008년 말부터 이베이 인수설은 회사 내에서도 계속해서 돌았습니다. 이베이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은 물론 KT가 인수 업체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직원들은 2009년 4월에 기사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실제로 직원들이 인수를 체감한 것은 나스닥에 상장했던 G마켓 주식을 판매하라는 이메일을 받을 때 였습니다. G마켓 주식을 모두 사드려 나스닥에 상장 폐지 정책을 가졌던 이베이는 직원들이 가진 G마켓 주식을 사드렸고, 일부 스톡옵션은 이베이 주식으로 변경해 주었습니다.  회의실에 한 사람 들어가서 면담하고 주식 양도 사인을 하고 나오는 직원들의 모습은 이제는 진짜 회사가 팔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21113/50806245/1 


2009년 12월 말, G마켓 직원들은 스타타워, 지금은 강남파이낸스 센터 이름의 건물로 모두 이사했습니다. 41~44층을 사용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빨리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와 높은 뷰 때문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미 2001년 이베이에 매각되었던 옥션과 같은 건물, 같은 층을 사용했습니다. 그야말로 몇 개월 전까지 피 터지게 싸운 ‘적과의 동침’ 이었습니다.  저는 개발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적의(?)를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궁금한 것은 과연 그들은 어떻게 개발하고 어떻게 일을 하는가 입니다.   어자피 일을 해야하니까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진행하는가가 궁금했습니다.


오늘 주제는 개발 관점이 아니라서 이 부분은 다른 편에서 정리하겠습니다.


그 후 약 3년 동안 근무한  사람으로써 달라진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매년 매출 목표 금액이 모기업에서 하달이 되어 달성해야 했습니다. 


올해는 몇 백억 이런 식으로 내려 왔고, 그에 맞추어 사업계획과 개발 진행, 이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산정했습니다.  모든 액션이 예상과 실행, 감사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마케팅에서 개발팀에 주려면 개발팀에 요청하면서 예산이 있다는 것이 특이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 이벤트 한개를 개발하고 진행하는데 개발, 기획, 운영 비용을 계산해서 상부에 보고하고 컨펌을 받아야 합니다.  대표나 임원이 오케이 한다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부 일인데도 예상 내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특이 했습니다.





2) G마켓 고유의 인센티브 등의 제도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이 부분은 G마켓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G마켓의 인센티브 제도는 다른 글에서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아무튼 1년에 중간 평가, 최종 평가 총 2번하고 연초에 인센티브가 나옵니다.  연봉과 인센티브 등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아왔던 G마켓 직원들 입장에서는 연봉이 하향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3) 평가 기준이 아주 까다롭고 또 일정 비율로 마이너스 처리하는 것이 도입되었습니다. 


일정 규모의 팀장이나 그룹장이 일반 팀원이 되는 프로세스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베이의 방식인지 옥션의 방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연차가 높고 팀장급 이상인 경우에는 아주 아주 자존심이  상하는 사람이 꼭 나오기 마련이었습니다. 이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사항이라 더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4) 영어 잘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이 부분은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지만 이베이 개발자들과 같이 일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영어 잘하는 개발자와 기획자가 좀 평가를 더 받는 부위기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개발 능력이 높아 보이지 않는 친구가 좀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외국에 인수된 토종기업의 직원의 입장에서 느꼈던 것을 생각했습니다.


앞의 모든 사항은 2010년 이후 몇 년 간 제가 느끼고 봤던 사항이고, 지금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당연히 배민의 직원들이 그렇게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배민 김봉진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하신 말씀을 필자 또한 믿고 싶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진짜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 그리고  G마켓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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