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매일 길에서 나를 마주한다.
허리가 굽은 채로
산더미 같은 높이의
박스를 고이 접어
달리는 차와 경쟁하듯
야트막한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어느 노인의 얼굴에서 나를 보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그의 뒤를
나도 모르게 뒤쫓았다
오늘 나는
나의 최후의 모습을 보겠다
매일 보이는 당신의 얼굴에서
나의 얼굴을 지우겠다
어두운 얼굴은
깊은 지하로
더 깊은 어둠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래 그렇지
빛으로 태어났으니
우리는 다시 어둠으로 사라지리
그 앞에 서서
사라지는 노인의 뒷모습을
눈도 깜빡거리지 않은 채로
숨죽여 보고 또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의 자화상이 소멸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