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관하여(2)

조원강 에세이 - 이 별에 관하여,

by 조원강

서른아홉 살, 연애에 실패했다. 연애에 실패라는 말이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그냥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이니 실패라고 하자. 회사 동료의 소개로 만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연애를 하다 상대에게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를 받았다. 당연히 나는 상대에게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기에 절실하게 그녀를 붙잡았고 3주가 지난 후 다시 완전한 이별을 통보를 받았다. 어느 화요일 오후 3시에 저녁을 먹자는 나의 메시지에 그녀는 이런 답장을 했다.


“이제 그만하자. 너무 힘들다,,,,”


너무 당황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3주 전에 이미 헤어지자는 말을 했었고, 내가 붙잡아서 그 관계는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었지만 나의 불안한 마음은 계속 증폭되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 이별이라는 공습경보가 여러 번 울리다가 폭탄이 투하된 것일 뿐.




그녀가 처음 갑작스럽게 헤어지자는 말을 했을 때도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나는 잠시 통화할 수 있는지 물었고 그녀는 사귀고 나서 2달 정도 지났을 때 내가 한 말이 자꾸 생각나고 힘들어서 더 이상 만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그녀는 다시 만날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나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 후에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잘 만나오고 있는 줄로 알고 있었다. 심지어 헤어지자고 말한 당일 아침에 우리는 늘 하던 것처럼 출근길에 통화를 했고 잘 출근했는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점심에는 무얼 먹을 건지와 같은 여느 연인이 할 법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평일 오후 3시, 그녀는 왜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며 헤어지자고 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난 집 앞에서 잠시 만날 것을 청했다. 퇴근의 시간이 어떻게 다가왔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늘 나를 기다리던 집 앞 작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는 날도 덥고 대화에 집중이 잘 안 될 것 같아서 우리 집으로 올라가자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손도 잡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내가 사는 8층까지 올라가는 사이의 적막함은 우리 사이에 한 번도 없었던 적막함이었다. 잠시라도 밀폐된 공간에 있게 될 때면 우리는 여지없이 입을 맞추던 사이였으니. 문을 열고 불을 켜고 그녀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땅바닥에 앉아서 그녀를 올려다봤다. 내가 물었다.




나랑 왜 헤어지고 싶은 거야?


그녀는 나에게 되묻는다.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 말에 조금 움찔한 것은 맞았다. 일전에 내가 말실수를 하고 나서 사과하고 다시 만나기로 한 시점부터 그녀의 리액션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늘 손을 잡고 있었지만 손에 힘을 준 건 나뿐이었고, 나는 일에 지친 상태로 만나도 항상 생글거리며 웃었지만 그녀는 나를 남자친구와 남자인 친구의 애매한 경계 사이에 놓인 사람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어떨 때는 내가 벌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녀가 원래 그렇게 살가운 성격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내 기분을 좋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거나 분위기를 좋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술을 마셨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나는 부단히 노력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이어서 그녀가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나 사실 그때부터 마음이 식었는데 자기(우리는 서로를 자기라고 불렀다)가 계속 잘해줘서 헤어지자고 말을 못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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