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관하여(3)

조원강 에세이 - 이 별에 관하여 ,

by 조원강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그 사건(사실 그게 우리 사이에 커다란 사건이었는지도 모르겠다)이 지나고 나서 어떤 부분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졌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내가 대학을 나온 도시에 같이 여행을 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둘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가 대화할 때 자주 이야기했던 제일 친한 대학 선배를 그녀에게 소개도 시켜줬다. 사실 먼저 친구들을 소개해준 것도 그녀였다. 나는 확장된 인간관계에 대해 열려있는 편은 아니었다. 특히나 여자친구의 친구들을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 그녀가 나에게 말하는 것을 주저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친구를 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스무 살 때 아르바이트하며 친해진 친구, 그중에 나를 소개해준 친구도 포함하여, 고등학교 때부터 제일 친한 친구와 그의 남편까지 나에게 소개해줬었고 나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몇 번이고 말했었다. 대단히 특출 난 것 없는 나를 자랑하고 싶다는 말. 내 기분이 좋으라고 한 말이었지만 어떤 말보다 애정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 일 이후로 더 많은 시간을 이미 같이 보냈는데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 일 이후 무언가 억눌려 있던 감정이 폭발하듯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잘해줬으면 과거의 일은 잊고 잘 만나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기억으로는 그녀가 이때부터 울먹이기 시작했다. 두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내 마음은 찢어졌지만 나에게 이미 상처를 낸 것도 그녀였다. 이어서 나는 계속 주도권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 갔고 그녀는 선생님 앞에서 벌을 서는 아이처럼 아무 말 없이 흐르는 눈물만 훔쳤다. 처음 만난 시간이 6시 30분 즈음이었으니 1시간을 훨씬 넘겨 대화를 한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8시가 넘었었다. 뭐든지 빨리빨리 끝내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남녀의 관계라는 게 어찌 그렇게 간단히 끝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지? 나는 그녀를 계속 만나고 싶고 그녀는 여기에서 끝내고 싶은 게 분명했다. 나에게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나의 진심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했고 무심히 그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대로 그냥 헤어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말이야?


이 말에 그녀는 무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그냥 참는 거지...”


내가 너무 감성적이고 감정적이었던 걸까?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나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본인이 헤어지자고 해놓고 왜 울지?라는 생각이 들어 흐르던 눈물이 눈가에서 맴돌았다. 이 무슨 드라마의 한 장면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 머릿속에서는 내가 한 말들이 떠오르지 않았고 몇 번에 걸쳐 울음을 그쳤다가 반복한 그녀의 빨개진 얼굴만 아른거렸다.


남녀가 만나다가 헤어지는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나는 분명한 답을 얻지 못했다. 헤어지고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이해해 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납득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필요했다. 사귄 지 두 달 만에 있었던 말실수가 나비효과가 되어 점점 커져 상대의 마음속에 켜켜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이별이라는 거대한 태풍이 되었다는 것을.




시간은 늦었고 그녀도 집에 돌아가야 했다. 나는 집에 데려다준다고 했지만 그녀는 혼자서 가겠다고 했다. 내가 배웅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그녀는 문 앞에서 나를 꼭 껴안았다. 대략 10초 정도 나를 껴안았을 때, 나는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 거니까 거기까지 같이 가자고 했다. 평소에 지하철역까지 바로 가는 마을버스는 대략 3~5분 간격으로 집 앞을 지나간다. 그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나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멍하니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특별히 서로에게 할 말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버스가 오는 방향만 응시한 채 작은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어색함을 깨고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다시 만나는 거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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