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여행이 기다리는 것이다
논산 훈련소에 입대하던 당시 입영대기소라는 곳에서 하룻밤을 자야 했다
친구 녀석이 내 등에 눈물을 흘리며 " 집에 가고 싶다 " 그때 어린 나이의 나는 문득 이런 말을 건넸다
"야 인마 울지 마 우리가 이러는 순간 이미 전역하는 그 순간에 가있어"
놀라운 건 생생한 그날의 기억이 이미 35년 전이다.
그래 나는 이 순간에 와있다
그리고 내가 상상하는 그 모든 순간에 또 가 있겠지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어려울 때
세월이 최고의 약 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지금 이 고통을 참기는 참 어렵다
불안하고 어렵고 힘든 이 순간을
머나먼 미래에서 바라다보면
그때 그랬었지 라는 생각을 할 텐데
우리는 왜 현실을 포기하고 떠나는 사람이 생기는 걸까
행복 편안함 이런 느낌은
사실 불안감, 공포 등에 비해서 구체적이지도 않다
불행은 구체적이고
즐거움과 행복은 그저 순간의 느낌인데
늘 함께하는
고통과 불행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이질감 때문에
우리의 삶이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힘들게 산을 오르고
고생하며 여행을 다니는 것은
곧 다가올 희미한 행복의 실체를
만나고 싶어서 일게다
오늘 힘들다면
그저 여행이라고 생각하자
여행은 누군가 있어도
여행은 혼자여도
늘 그 나름대로의 시간채움이 있다
단지
돌아올 곳이 있을 때
여행이란 것을 잊지 말자
돌아올 곳이 없는 여행은
늘 불안과 불행이 동반한다
내가 오랜만에 돌아올 때
반겨주는 편안함을 남겨두고 떠나자
그 편안함은
지금 당신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 비양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