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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홉이든 HOPEDEN Nov 09. 2015

남미의 보석, 파타고니아 D+183

남미 Latin America, Patag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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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hopedenkorea


파타고니아. 남아메리카 대륙 남단,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친 마푸체 원주민의 터전을 일컫는다. 눈 덮인 안데스 언덕과 푸른 빙하를 만날 수 있는 지구의 땅끝, 그곳으로 떠난다.



<파타고니아의 정수, 토레스 델 파이네>

토레스 델 파이네. 만나는 칠레인 가운데 십중팔구 꼭 가봐야 할 곳이라며 강력히 추천하는 통에 우선 정보부터 모아보았다. 여행 책자에 실린 사진 한 장. 조각상 같은 뾰족한 산봉우리 한 컷으로도 매력은 충분하였다. 이리하여 일명 ‘남미 아랫 마실 한바퀴’ 그 첫 여정을 등산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비행기 타기 전날 시청한 다큐멘터리 한 편. 그 방송에 비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트레킹은 그저 평지를 주로 걷는 수월해 보이기만 한 코스였다. 그것만 믿고 아무 준비 없이 떠난 우리, 나중에서야 큰 실수란 걸 알았다. ‘등산’이라고 한 번만 말해줬더라면 등산화는 준비하는 건데…방송이 무슨 죄냐, 보고 싶은 대로 본 시청자의 잘못인 것을.  


그나마 일주일 이상 걸리는 일주코스 대신 3박 4일의 W코스를 고른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동쪽 입구에서 시작해서 서쪽의 빙하를 본 다음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면 트래킹이 끝난다. 카사 비레이나토의 계란군(Kieran)에게 빌린 배낭과 추위 대비용 침낭만 달랑 들고 트레킹에 올랐다. '가벼운 산책’을 꿈꾸면서.  


첫째 날(21km)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에서 새벽에 출발하였지만 10시가 넘어서 공원 입구에 도착하였다. 토레스 삼봉(Los Torres)을 찍고 돌아오려면 서둘러야 했다. 무거운 배낭은 숙소에 맡기고 작은 가방에 간식과 물, 카메라만 챙겼다. 아침 안개가 걷히더니 하늘은 깨끗하고 맑았다. 삼봉을 오르고 내려오던 여행자 말이 어제까지 비가 많이 와서 고생했다고 한다. 한참 이어지던 가벼운 산책길이 오르막으로 바뀌고, 이따금 우리 신발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 느껴졌다. 스테이시는 스니커즈, 저니는 슬리퍼. 등산 스틱이 무슨 말이냐, 우리는 그저 산책 나온 것이었으니까. 


등산로 건너로 보이는 계곡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정상에 가까워짐을 알 수 있었다. 첫날 코스의 중간 지점인 칠레노 캠프(Chileno Camp)에서 사과와 빵으로 점심을 먹었다. 캠핑장 안에 간이 식당이 있었지만 이용객은 많지 않다. 워낙 외딴 곳이라 값이 높을  수밖에. 오던 길에 만난 말과 보따리꾼 행렬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유일한 물자 공급 수단이자 쓰레기 등을 운반한다고 한다. 물론, 탈 수도 있다, 당연히 비싼 값에.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싱그러운 수풀을 몇 차례 지나자 가파른 돌길이 나타났다. 멀리 보이던 설산은 길 건너 계곡을 사이에 두고 더욱 가까워졌다. 하산객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힘내라 응원을 보낸다. 직선으로 가면 금방이지만 굽이 굽이 돌아 난 돌길에 발걸음이 더디다. 돌 사이에 표시해 둔 빨간 화살표만이 길을 안내할 뿐이다. 지친 가운데 말없이 한동안 걸었다. 바위산 위에 아담하게 펼쳐진 평지. 세 개의 봉우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눈 녹은 듯한 차가운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싼 로스 토레스의 모습은 여행 책자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웅장하였다. 카메라로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오래 머물 순 없었다. 느린 걸음탓에 부족한 등산장비 탓에 예상보다 많이 지체되었다. 서두르자. 상대적으로 수월하였던 내리막. 땅거미가 지고 하늘에 별이 가득해질 무렵 숙소에 닿았다. 토레스의 첫인사를 간직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14km)

어제의 후유증으로 허벅지가 묵지근하다. 오늘의 미션은 평지길 14km 이동. 하지만 무거운 배낭을 등에 업고 걸음을 옮기는데 오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보다도 훨씬 무거운 짐을 지고도 발걸음은 가벼워 보이는 푸른 눈의 서양인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Hola(올라 = 안녕하세요)~” 
“Muy bonito(무이 보니또 = 매우 아름다워요)”      


노르덴스크홀드 호수를 둘러싼 숲 속 시원한 길. 정말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반반한 바위 쉼터에서 사과와 뮤즐리로 늦은 점심을 하고서 두어 시간 더 걸어 꾸에르노 피난소(Refugio Los Cuernos)에 도착. 오후 네시 쯤이었다. 오늘의 숙소인 프란세스 캠프(Frances Camp)가 눈에 들어왔다. 금방 닿을 것 같은데 고개를 돌아 돌아 보였다 안 보였다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지난 며칠 비가 많이 오긴 하였나 보다. 질척 거리는 물웅덩이 사이로 놓인 나무를 밟으며 조심스레 건넜다. 신발이 부실해 여러 번 미끄러질 뻔하였다. 아, 이래서 등산화가 필요하구나! 


오후 6시를 넘겨 프란세스 캠프에 도착하였다. 따듯한 물로 씻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자전거 여행자로서 텐트와 취사도구를 등에 지고 다닌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된 우리. 토레스 델 파이네 3박 동안 호사스러운 숙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 식사 자리엔 우리 말고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산티아고에서 온 파트리시아와 멕시코 출신 페르난도.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 겨우 우리 소개를 하였다. 그 둘도 우리와 같은 방향이었는데, 어쩐일인지 두 사람은 피곤함도 없이 무척 여유 있어 보였다. 


별은 밝지만 숙소 안은 새까맣다. 온종일 등산화 생각이 많았던 하루, 오늘도 고생했구나, 푹 쉬자! 



셋째 날(18km)

아침에 숙소를 떠나면서 전해 들은 소식. 전날까지만 해도 비 때문에 진입 금지였던 브리타니코(Britanico) 전망대가 열렸다는 얘기. 좋은 소식이지만, 오늘 가야 할 길이 4km 정도 늘어난 만큼 더욱 서둘러야 했다. 2km쯤 떨어진 이탈리아노 캠프(Italiano Camp) 장 입구에 너도 나도 무거운 배낭은 벗어 두고 브리타니코(Britanico)로 향하였다. 


쿠구궁~ 

어디서 무너져 내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만년설이 떨어져내리는 소리다. 산울림이 되어 들려온 그 소리는 햇살이 강해지자 점점 자주 들려왔다. 얼마나 큰 눈조각일지 궁금하다.  


숲은 언제나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수풀 사이로 난 등산로는 지나는 내내 신선함이 느껴졌다. 생명의 숲이 거의 끝나고 중간 지점인 프란세스 전망대에 올랐다. 멀리서 들렸던  쿵하는 소리가 눈앞에서 들려온다. 프란세스 빙하, 자연은 참 신비롭구나. 


계곡을 서너 차례 지나고 강도 높은 오르막이 이어졌다. 두 손 두 발 안간힘을 써야 했다. 산 중턱에 나무는 보이질 않고 널찍한 돌 무더기 평지가 나타났다. 어두운 동굴의 한 줄기 빛처럼. 돌 사이로 흐르는 물 줄기에 다가가 목을 축였다. 

급경사 길이 한 번 더 이어지고 드디어 브리타니코 전망대에 닿았다. 거대한 산봉우리의 파노라마. 널따란 분지를 둘러싼 봉우리들은 마치 산신들의 하얀 모자를 쓰고선 무엇인가 의논하는 듯하다. 

바위 무덤에 앉아 맥주 한 캔을 꺼내 들어 벌컥 들이키는 맛이란. 캬~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신선이 따로 없다.


자! 다시 내려가 볼까? 필름을 거꾸로 돌리듯 금세 산을 내려왔다. 다시 배낭을 메고 오늘의 목적지인 파이네 그란데 캠프(Paine Grande Camp)로 향하였다. 호숫가 조약돌 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어깨는 무거웠지만 기운이 났다. 호수가 가까워지고, 한 무리의 여행자들 사이로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콩밭 메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표현을 해야 맛이지. 반가운 한국 여행객과 살가운 인사를 짧게 나누고 걸음을 재촉하였다. 오랜만에 듣는 우리 노래에 미소를 지으며 파이네 그란데에 도착하였다. 브리타니코는 오르지 않았다는 파트리시아와 페르난도가 저녁식사를 먼저 하고 있었다. 늦은 우리를 환하게 반겨준다. 좋은 친구들. 기념사진 찰칵~

칠갑산을 흥얼거리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넷째 날(26km)

마지막 코스. 어려운 길은 아니지만 왕복 거리가 26km이기 때문에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이 코스의 정점은 그레이 빙하(Glaciar Grey)다. 3일째 피로가 누적되어 발걸음은 무겁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그레이 빙하에  가까워졌는지 빙하 조각이 둥둥 떠다니는 호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순탄한 평지 길, 빠른 걸음 가운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하니 24시간 매일 붙어 있는 건데, 지겹지 않아?"
“지겨우면 그만하지 뭐~"


여행을 떠나고 나선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다. 연애할 때 항상 같이 있고 싶어도 시간이 야속했고, 결혼을 하고선 회사생활로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이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멋지게 늙어가자 우리. 


도란도란 이야기의 끝에 그레이 빙하와 마주하였다. 단단해 보이는 저 푸른 빙벽, 하지만 매년 조금씩 조금씩 전진한다고 한다. 저 빙벽처럼 느리지만 우리의 길을 찾아 간다. 


토레스 델 파이네, 그 이름처럼 늘 푸르고 듬직한 모습 영원하길…


대자연을 몸으로 직쩝 느낄 수 있는 파타고니아



<우수아이아 다빈이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Ushuaia), 지구 최남단 도시를 찾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남극행 페리에 올랐겠지만,  상상 초월 고비용에 그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언젠가 다시 찾을 이유로 남겨두자며 아쉬움을 달래었다. 비글해협을 앞에 두고 그저 맘 속으로 남극을 밟아본다. 


지구 땅끝 마을에도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살고 있다. 이 남단의 차가운 땅에서 화훼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영선님을 만났다. 우수아이아의 유명한 민박집 "다빈이네”의 안주인이시다. 농한기를 이용해 어디까지나 부업으로 시작한 것이 입소문이 퍼져 지금에 이른 것.   


남극 탐험이 수포로 돌아간 덕분(?)에 생긴 여유 시간, 화훼 농원 우핑(wwoofing)이 시작되었다. 민박집에서 차로 십여분 거리. 꼬레아노 쁘로레스(Coreano Flores, 한국인 화원)이라고 쓰인 간판이 보인다. 비닐 하우스 안에는 색색별로 예쁜 꽃들이 가득하였다. 한 켠에 보이는 저 파릇 파릇 익숙한 채소는? 상추! 역시 한국인의 피는 속일 수가 없다. 반갑네 반가워. 색깔이 다양한 루피노(Lupino, 층층이 부채꽃). 뿌리가 상처 나지 않도록 뽑는 것이 중요하다. 화훼는 처음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수확뿐이다. 


“수확이 제일 쉽지. 풀도 가려 뽑아야지, 일일이 알려주려면 한참 걸려”


지당하신 말씀. 브라질 이민 2세에게 시집와서 우수아이아에 터전을 일군 그녀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주변 일대 모두 숲이었던 땅. 십 수년에 걸쳐 이제야 그럴듯한 농원을 만들었지만, 한창 개발 붐에 휩쓸려 몇 년째 우수아이아 시 당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농원 저편으로 호텔을 짓느라 분주하게 드나드는 공사 차량 행렬이 보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까지. 남편과의 추억이자 그녀의 모든 것인 화훼 농원. 의학도였던 장남 다빈은 농과로 바꾸어 어머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한다.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스친다. 고생스러운 삶. 이제 살만하다 싶으니 하나 둘 떠나간다. 잊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변명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모든 날들,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 가치 있게 쓰고 싶다. 


다빈이 어머니 영선님, 늘 응원합니다. 파이팅!!


차가운 땅에 비가 추적 추적 내렸다. 땅끝마을에서 소중한 분들에게 엽서를 썼다. 

물심 양면으로 우리를 응원해주고 염려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세상을 다닐 수 있는 것은 그들 모두 무사히 살고 있는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욱 열심히 여행하고 세상에서 배우자!  

언젠가 영선님께도 엽서 한 장 보내리라.  


다빈이네 활짝 핀 루피노

<빙하 위를 걷다. 모레노>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는 모레노를 보러 온 관광객으로 붐볐다.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호스텔이 있었던  듯하다. 빙하 하나로 형성된 관광 타운, 독특한 광경이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 길이 35km, 폭 5km, 높이 60-80m. 새로 내리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연간 100미터씩 앞으로 미끄러져 내린다고 한다. 바로 눈 앞에서 보는 것도 놀라운데 직접 그 위를 밟아볼 수 있는 참신한 관광상품이 있다.


숙소를 떠나 한  시간쯤 버스를 탔다. 글래이셔 국립공원 입구. 

벌써부터  쩡쩡하고 빙하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전망대에 오르자 상상 그 이상의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푸른 빛과 흰 빛이 조화롭게 섞인 얼음 덩어리는 마치 안데스가 쏟아 낸 차가운 보석 광산 같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그레이 빙하는 잔잔한 평화로움이 있어 그것대로 좋았다. 하지만 모레노 앞에서는 그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광각 렌즈로도 담기 어려운 거대함이다. 어쩌다 방하 조각이 떨어질 때면 쿠궁 하는 굉음과 함께 물보라의 장관을 연출한다. 더구나, 변화무쌍한 날씨 덕분에 무지개까지 보는 행운을 얻었다. 그것도 여러 번씩이나. 


빙하 투어를 위해 배를 타고 호수 건너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아이젠과 장갑을 착용하고 안전 교육을 받고 나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빙하로 다가갔다. ‘착착' 소리와 함께 걷는 느낌이 상쾌하다. 점점 깊이 들어 갈수록 푸른 얼음 왕국에 들어 선 느낌이다. 크레바스(Crevasse)에 고인 물은 햇살을 받아 파란 보석처럼 빛났다. 어찌나 투명한지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이 물을 한 모금 마시면 불로장생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부분은 몇 년이나 된 것일까? 눈의 역사라…인간은 자연 앞에서는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존재로구나…

투어의 하이라이트. 빙하에서 캔 얼음을 담은 위스키 한 잔. 가이드와 함께 모두 건배를 하였다. 찬! 찬! 투어 내내 싸늘했던 기운이 스르륵 녹아내리고 차가운 빙하의 추억이 따뜻하게 변해간다. 

잘 있어요~ 모레노. 


만년설 물맛은 어떨까? 꿀맛!

<푼타 아레나스>

항구도시 칠레 푼타 아레나스. 대서양과 태평양을 오가던 배들의 쉼터로서 오랫동안 번영을 누렸지만, 파나마 운하가 생긴 이래로 지금의 도시는 생기를 잃은 모습이 역력하다. 항구 옆 공군 비행장에서는 남극으로 가는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펭귄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우리가 갔던 4월엔 이미 어딘가로 떠나고 없었다. 


이곳에서 한국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시내로 향했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신라면’ 간판. 남극 세종기지를 오가는 탐사 대원은 잊지 않고 들르는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친근한 인상을 가진 사장님께서 손수 라면을 끓여주신다. 그는 본업은 수산물 무역업을 하고 이 가게는 부업으로 하고 계신다고 한다. 칼칼한 라면 한 그릇과 함께 듣는 사장님의 구수한 이야기. 


“의식이 깨어있는 한국 젊은이들이 자꾸 나와줘야 해. 좁은 나라에 사람이 너무 많아. 
 너희들은 생각을 참 잘했어! 남미도 좋지만, 배우려면 미국을 가야 해. 캠핑카 빌려서 대륙 횡단을 해보라고"


까치 머리를 하시고 그토록 반갑게 맞아주시던 모습이 우리네 아버지 딱 그 모습이다. 플라이바스켓 명함 하나 붙여놓고, 따듯하게 포옹을 나누고 가게를 나왔다. 


파타고니아 여행의 출발점이자 끝점인 푼타아레나스. 돌아가기 전 엘 칼라파테에서 만난 서진, 혜선 씨와 함께 저녁을 

하였다. 안토파가스타(Antopagasta)에 살고 있는 신혼부부였다. 짧은 시간이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타국에서 고생하는 그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챙겨 드리고 싶다’면서 수줍게 건네준 한국 물건들. 너무 고마워요~


남극으로의 꿈을 간직한 채, 파타고니아를 가슴에 새긴다.


덧 1. 다섯 달 후, 플라이바스켓 명함이 방송을 탔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편.
호주에 살면서 늘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준 레이 덕분이다. 고마워!  
덧 2. 이후 산티아고로 돌아간 뒤 터미널에서 가방을 도난당해 파타고니아의 사진 대부분을 잃어버렸습니다. 폰에 남은 사진으로 이번 여행기는 꾸며졌습니다. 남미, 순간 방심하면 털립니다. 조심하세요. 자세한 건 다음 여행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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