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쓸 에너지가 없다

by 조이


연년생이었다. 첫째 아이가 생각보다 쉽게 생기지 않아서 난임병원을 다녔기에 둘째 아이가 이렇게 쉽게 와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미쳤다, 미쳤네. 축하를 받기도 전에 자책을 했다. 출산 후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또다시 임신이라니.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나를 걱정했다. 만삭까지도 첫째 아이를 안고서 달래며 낮잠을 재웠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와야만 내가 쉴 수 있었다. 첫째 아이가 조금 컸을 땐 그나마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었지만 그 시간에도 온전히 쉬는 건 아니었다.


얼른 나와라. 뱃속에 한 명, 배 위에 한 명. 이미 둘을 짊어진 채 나는 둘째 아이가 빨리 태어나길 바랐다. 얼른 커라, 둘째 아이가 마침내 내 몸에서 분리되어 나온 뒤에도 나는 한동안 아이들이 빨리 크길 바라고 또 바랐다.


신생아는 거의 하루 종일 자면서 먹고 싸는 게 일이라, 자다가 배고프다고 깬 둘째 아이를 다시 재우기 위해선 조용한 환경에서 수유해야 했다. 그러나 둘째 아이에게 수유를 하는 순간조차도 첫째 아이는 분리불안을 호소했다. 말도 못 하는 아이가 가지 말라고 몸짓하며 울던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순간 나는 이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가길 바라는 것을 넘어 나의 지난 선택을 후회했다. 내가 못할 짓을 했구나.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몸으로는 둘째를 안아 수유하며 눈으로는 첫째 아이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책임을 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회복되지 않은 체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겨우 이딴 일로 잔소리를 하다니. 당신은? 그러는 당신은 잘하고 있어? 당신이나 잘해. 가시 돋친 말들이 결국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결코 나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남편 또한 그랬지만 그땐 나밖에 보이질 않았다.


하루 내내 긴장하고 있다가 그것이 풀려서 나온 나의 옛 생활습관 하나에도 그는 반응하지 않고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이것조차도 한결같은 사람인데, 그 한결같음이 집요함이 되어 나를 괴롭혔다. 지독하게 집요한 사람. 나는 왜 이 사람과 결혼했으며 이 사람은 왜 나를 바꾸려 드는가.


가뜩이나 자존감이 낮은 나는 육아에서도 자책을 했고, 그렇게 고인 고름은 남편의 잔소리에 찔려서 터져 나오길 반복했다. 내게 없던 모습들이 그와의 대화 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데도, 남편이 나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편 때문에 내가 미쳐가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나의 밑바닥을 마주할 자신도, 그것을 자꾸만 드러내는 남편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자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우리, 이럴 거면 이혼해."




*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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