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다. 남편에게 편지를 쓸 생각은 없었다. 쓴 편지를 이곳에 옮겨 쓸 생각도 없었다. 쓰다 보니 종이 위에 고스란히 드러난 나의 마음을 간직하고 싶어서 급하게 옮겨 적어본다. 이것으로 결혼 기념 글(?)을 대체하기로 한다.
학창 시절, 친구에게 진심을 다해 썼지만 내 손을 떠나간 편지를 다시 받아볼 순 없을까 아쉬웠던 적이 있다. 남편은 같은 집에 살고 있으니 집 어딘가에 보관되겠지만, 스스로 간직하고 싶었다. 편지를 쓰며 고백하고 다짐한 나의 마음들을.
사랑하는 나의 남편, -님께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벌써 10년이라니 믿기지가 않네.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지난 10년은 차마 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지난하기도 했지만, 당신이 곁에 있어서 잘 지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사랑했던 모습은 변치 않았더라, 당신은. 오히려 더 좋은 부분들을 살면서 발견하기도 했고, 내가 선택한 남자가 원석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기도 했어. 당신의 선한 영향력으로 나 또한 더 좋은 방향과 모습으로 걸어가는 시간들이기도 했고. 방법은 서투르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을 알고 있어. 나를 사랑하려는 당신의 노력은 책임감에서 비롯되기도 했겠지. 무엇보다도 '내가 당신의 아내라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세월에 감사할 뿐이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당신의 사랑은 하나님의 그것과도 많이 닮아 있어. 나의 어떠함이 우선하지 않고 언약 위에 맺어진 사랑, 그 약속에의 의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의 힘은 거기에서 나오겠지. 자기를 내어준 그리스도의 사랑. 부부의 관계를 통해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나타내시고자 한 하나님의 뜻을 당신은 참 성실하게 수행해 왔구나. 고맙고 감사해. 최근 읽게 된 <여자,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책을 내게 건네주신 것도 감사하고. 존 파이퍼는 아내의 남편에 대한 복종을 이렇게 정의했대. "남편의 지도력을 존중하고 확증하며, 주어진 은사를 통해 그것이 잘 발휘되도록 돕는 거룩한 소명"이라고. 결혼하고 나서도, 요즘도, 당신을 남편으로서 충분히 존중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용서해 줘. 하나님 앞에서도 나는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거야.
다만 나도 이제는 '당신의 어떠함'때문이 아닌, 하나님께서 내게(아내들에게) 명령하신 말씀에 기반하여 당신을 존경하고 존중하려 해. 물론 우리 남편은 존경할 말한 점이 많기도 하지만, 죄가 내 눈을 가리는 때에도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할게. 약속에 근거한 당신의 사랑 또한. 언제나, 변함없이,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늘 나와 함께 하기를 원하는 당신의 존재가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나 또한 당신의 곁에서 언제나 당신을 지지하는 아내로서 함께 할게. 이 땅에 사는 동안 영원히. 내게 사랑을 가르쳐줘서 고마워. '다정한 사랑으로' 당신을 사랑할 거야.
비가 오는 날인데, 곧 무지개가 뜨겠지. 하나님의 언약의 상징. 오늘 이 편지가, 이 편지를 건네는 시간에 우리가 나눌 눈빛이, 앞으로 10년, 20년, 30년... 우리의 남은 결혼 생활에 연약의 증거가 되기를 바라며.
2025. 5. 16.(금) 12:20
당신의 사랑스러운 아내, 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