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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스타벅스는 특별 포인트가 몇 개?

아메리카노 뭐라카노

by 조이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점원이었는지 손님이었는지 하여간 대구 사람이 말하는 아메리카노는 특별했다. 거의 매일같이 입에 올리는 이 단어가 완전히 새롭게 들렸다.


이 특별한 억양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글자 옆에 위를 향하는 화살표를 넣지 않고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뭐라카노?"


이거다. 이거였다. 아메리카노의 '카노'와 뭐라카노의 그것은 발음만 같은 게 아니라 억양도 같았다. 특별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대구에는 용무가 있어서 방문한 터라 일부러 어디에 들를 계획은 없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찍 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산책하던 길에 발견한 이곳은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이다.



한옥이라서 특별하게 느껴진 건 아니었다. 전주 한옥마을도 여러 번 가봤고, 서울에는 북촌도 있으니. 그저 열린 문 틈 사이로 비치는 정원과 야외 공간이 내 마음을 끌었다. 향방 없이 불던 바람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는지도.



주문 카운터가 있는 건물 맞은편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별채 같은 건물이 있었다. 좌식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외국에서 들여온 브랜드가 아닌 전통 찻집을 연상케도 했다. 나는 그 건물을 둘러싼 뒤쪽 마루, 맨 끝자리에 앉았다.



그늘진 자리에 앉아있으면 선선할 것 같아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손님, 뜨거우니까 조심히 들고 가셔요."


바쁜 와중에도 직원은 두 눈을 맞추고 찡긋 웃어 보였다. 서울에 있는 스타벅스 직원들도 친절하지만 여긴 뭔가 특별했다. 혹시라도 방문객이 대구 사투리 억양으로 인해 오해를 살까 봐 친절함에 친절함을 덧입힌 걸까?


무엇이든 배려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따뜻한 커피를 머그컵에 받아 들고 자리로 돌아가는 길, 마음도 따뜻해졌다.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은 한옥의 전통 양식인 맞배지붕 형태로 지어진 건물이다. 한옥의 처마 아래서 홀짝이던 대구의 아메리카노, 뭐라카노의 맛은 특별했다. 그곳의 분위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담벼락 아래 심긴 대나무같이 생긴 건 찾아보니 조릿대라는 풀이었다. 대나무도 목본식물이 아닌 초본식물이라 풀에 속한다. 어쨌든 대나무를 연상하다가, 얼마 전 브런치 작가님의 글에서 읽었던 '푸른 발톱'이 생각나기도 했다.


https://brunch.co.kr/@yeses11/48


울산 태화강의 대숲에서 들었던 바람소리가 그리워지던 찰나, 들려오는 풍경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처마 밑에 물고기 모양의 풍경이 달려 있었다. 바람을 따라 휙휙, 왔다 갔다, 빙글빙글, 달랑달랑. 아름다운 풍경소리.



이곳은 1919년에 지어졌으며 대구역으로부터 약 900m 정도 떨어진, 여성 국채보상 운동이 시작된 진골목에 위치해 있다. 한 시간도 채 머물지 않았지만 한 공간에 특별 포인트가 도대체 몇 개인지.


이젠 어딜 가나 흔한 스타벅스지만 이곳에서는 '스타벅스'의 '스타'보다 더 특별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듯했다. 여전히 기차에 몸을 싣고 있지만 대구까지 왔다 가는 시간이 아깝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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