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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받아쓰기

브런치에서 차단당했다

by 조이


이게 무슨 일이지? 오류인 줄 알고 검색을 해보았더니 세상에나. 내가 차단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그분의 글을 만나서 반가웠고, 라이킷으로 마음을 표현하려던 것뿐이었는데...



구독을 해지하는 건 자신의 서재를 정리하는 일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라이킷까지 거부하는 마음이라니. 흔적조차 싫다는 건데. 내가 그분께 어떤 실수를 한 걸까 마음이 무거워졌다.


요즘엔 왕래가 뜸했지만 분명 작가님과 댓글로 진심을 나눈 때가 있었다. 나는 그분이 쓴 글에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고, 그분도 내 글을 기쁘게 감상해 주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을 위해 <브런치와 친구가 된 이야기>를 연재하며 나름 기준을 세워갔다. 그중 브런치에서의 소통은 내가 감당할만한 선에서 하기로 했다. 차단에 대해선 생각한 적 없었는데 차단을 당하리라곤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글에 나쁜 마음으로 댓글을 달아본 적 없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굳이 댓글을 남겼던 것은 누군가 세상에 내놓은 글에 대해 글 쓰는 심정을 아는 자로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글로 쓰는 거니 오해가 있었을까 싶지만 어떤 기록 때문인 건지, 언제부터 차단된 것인지 나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내가 감당할만한 소통이란 양적인 부분과 질적인 부분이 적절히 조화된 것인데, 양적인 부분은 최근 발행한 글에 남겨진 흔적을 따라가는 일이고, 질적인 부분은 대댓글을 포함한 댓글을 작성하는 일이다. 그 외의 흔적들은 사실 일일이 확인하기가 힘들다.


알림이 오기 때문에 확인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편이다. 나는 글도 핸드폰 브런치 어플로 틈틈이 쓰기 때문에 브런치에 너무 오랜 시간 매여있지 않으려 한다. 좋아하는 공간이긴 하지만 들이는 시간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글쓰기의 비효율적인 특성에서 오는 현타를 피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플랫폼 사용자들과의 소통이란 글쓰기와는 다른 영역이지만, 좋아하는 공간에 오래 머물기 위해서는 때로 다른 이들의 온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을 만큼의 온기면 된다. 너무 덥히려면 데기 마련이니.


그런데 나는 지금 단단히 데었다. 따뜻한 브런치 마을에서 차단이라니. 한 사람의 개인적 차단이지만(확인을 못해서 그렇지 더 있을 수도...) 마치 퇴출당한 것만큼이나 마음이 차게 식었다. 식어버린 브런치를 맛없게 먹는 느낌이다.


글 쓰는 상황과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흔적을 따라가는 걸음을 놓치는 바람에 소통의 범위에서 잠시 벗어나 있더라도 우리는 언제든 다시 만날 거라 믿었다. 지속하진 못했어도 한 번 이상 마음을 나눈 이들과는 이곳에서 반가운 마음으로 조우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역시 세상은 내 마음 같지 않다. 마음 같지 않은 건 알겠는데, 무슨 마음인지도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너무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아서 번호를 지우는 마음과 같았을까? 브런치를 시작한 지 고작 1년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 그건 아닐 것이다. 분과는 한참 후에 만났으니.


그래도 만약 그렇다면, 이제 나는 오랜만에 흔적을 남기는 것도 조심스러워진다. 또 다른 차단 사실을 알아버릴까 봐 두렵다. 한 번이든 두 번이든 글로 만난 사이는 반갑다고 생각했는데, 차라리 처음 만난 사이가 나으려나 싶기도 하다.


그가 내게 기대했던 것에 비해 무엇이 채워지지 않아 실망한 거라면 그나마 괜찮다. 나는 그의 기대를 채워줄 수 없는 한낱 인간일 뿐이고, 그건 어디까지나 허상이었을 테니. 다만 나의 어떤 표현에 그가 상처받진 않았길 바랄 뿐이다.


라이킷이라는 흔적조차 허용되지 않는, 거부당한 존재에겐 상처가 남았지만 말이다. 이미 떠나가버린 인연의 뒷모습을 그저 아름답게 추억할 수밖에. 차게 식어버린 마음은 분명 다른 온기들로 채워질 것이라 믿기에.




https://brunch.co.kr/@ahmiun/223


+ 그리고 브런치 관계자 분들은 기능을 개선해 주시길 바란다. 차단한 사람/차단당한 사람의 글은 사용자의 화면에서도 안 뜨도록 하면 좋겠다. 서로의 글이 최상단 메인 화면에 뜨지 않게 하거나, 하위 메인에서는 차순위 작품이 뜨게 한다거나... 라이킷조차 남길 수 없게 차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마음이 요새 어떤가 이해해보고 싶기도 해서 살며시 들여다보았는데, 나를 배제한 공간에서 여전히 따뜻한 글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 밥 짓는 냄새가 나는데 맛있게 드세요 말도 못 붙이는, 냄새조차도 맡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기분. 그러니까 이제 그분의 필명과 작품은 내게 움찔하게 하는 상처가 되었다는 것. 나는 이제야 알았지만 그분은 어떤 이유로 나를 차단하기까지 마음이 먼저 좋지 않았겠지. 이 또한 마음이 아프다. 그러니 상호적 보호차원에서라도 기능이 개선되길 바란다. 브런치에서는 부디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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