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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상을 못 받다니

(1) 미처 준비하지 못한 위로를 찾느라

by 조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울고 있는 아이 옆에서 나도 정신을 차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급한 불을 꺼놓고도 잿더미가 내려앉은 마음을 황망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이는 실망으로 떨군 고개에 직각으로 굽힌 팔등을 받침처럼 대고 흑흑 흐느끼다가 급기야 엉엉 울었다. 이런 상황을 전혀 상상조차 못 했던 어리석은 엄마는 하필 휴지도 손수건도 챙겨 오질 않았다.


내가 준비한 건 축하해 주려던 마음과 박수갈채뿐이었는데, 꺼내놓기도 전에 황급히 집어넣어야 했다. 그리고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위로의 마음을 찾아 손바닥 대신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급하게 초록창에 검색을 했다.


'자녀 한 명만 상을 받았을 경우 대처법'


수상자 발표 명단이 화면에 떴는데 딸아이의 이름이 없었다. 대신 한 살 동생인 아들의 이름만이 끝자락에서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대상을 기대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당연히 상을 받을 줄 알았다. 동생이 장려상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했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매일매일 이날을 준비했다. 조금씩이라도 거르지 않았고, 동영상까지 촬영하며 연습을 했다. 아들은 누나가 하는 걸 보며 자극을 받고 따라 하기 시작해 놀라운 성과를 냈지만, 누나만큼 성실하진 않았다. 그 과정을 다 지켜본 나와 딸은 이 결과를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상자들의 발표와 함께 떠들썩해진 장내 분위기 속에서 아이의 울음은 점점 더 커졌다. 평소에도 유난히 컸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묻힐 만큼 그곳은 시끌벅적했다. 그래서 아이는 마음 놓고 울었던 걸까. 그랬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조용히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는 나의 손을 뿌리쳤다. 여기까지 우리 같이 동행해 왔는데, 아이는 나를 믿었고, 나는 아이를 믿었는데. 우리는 순식간에 길을 잃어버렸다. 나는 급한 불을 끄듯 아이의 귀에 대고 위로의 말들을 부어 넣었다.


그러나 어쩌나. 아이의 울음은 그쳤지만 나의 물음엔 아직 답을 내지 못했다. 아이를 달래기 위해 했던 말들은 이곳에 쓰고 싶지가 않다. 아이에게 건넨 위로의 말들도 물론 진심이었지만, 그 아래에 깔린 서운함이 잉크처럼 번지고 있었다. 함께 준비한 나도 아이만큼이나 서운했다. 내가 아이라면 무슨 말이 듣고 싶을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위로를 찾느라 글을 쓴다. 어쩌면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 제게는 두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에피소드에 따라 대상이 달라지고, 대상에 따라 해주고 싶은 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성별과 성향 상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는 딸이 주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내가 듣고 싶던 말을 네게 해줄게> 1권부터 읽고 싶다면


*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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