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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받아쓰기

브런치는 나의 받아쓰기 노트

내 마음이 불러주는 글을 쓰는

by 조이


2015년, 지금의 남편과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짧은 신혼시절을 지나 아이들을 낳고 동고동락해 온 시절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얼마 전 맞이한 결혼기념일에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준 남편에게 감사했습니다. 브런치도 10주년을 맞았다고 하니 더 반갑습니다. 브런치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많은 작가님들께 브런치도 저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브런치와 저의 인연은 2024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꾸준하게 글을 써오며 브런치와 함께 이룬 꿈은 '쓰는 삶'입니다. 브런치 작가에 신청하기 전 휴직을 신청한 상태였고, 육 개월밖에 되지 않는 기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동네 도서관에 출입했습니다. 빌려온 책들을 보니 내가 좋아하던 글은 바로 에세이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중 고수리 작가님의 책이 있었고 저는 그녀의 책을 읽으며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랑과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제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고수리 작가님의 다른 책들과 인터뷰 등 그녀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브런치라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사랑, 저도 사랑이라는 걸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사랑해야 했습니다. 사랑하기 위해선 제대로 대면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감정을 게워내듯 글을 쓰고 나면 오히려 덤덤하고 관조적인 태도를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쓰는 삶, 브런치에서 이룬 꿈은 제 일상을 바꿔놓았습니다. 글이 갖는 치유의 능력을 경험했고, 작가는 직업이 아니라 정체성이라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브런치에는 작가의 정체성을 지니고 이미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몇 분이 브런치를 통해 출간 작가의 꿈을 이루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편으론 부러운 마음도 있지만, 그 또한 작가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쓰는 삶'이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쓰는 글은 어디까지 흘러가서 누구에게 도달할지 알 수 없으나 무엇이라도 쓰는 삶, 그것이 제가 브런치와 함께 이룬 꿈입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꿈이 제게 휘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난데없이 소설을 쓰고 싶어진 것입니다. 드라마보단 예능, 영화보단 다큐멘터리, 소설보단 에세이를 선택해 왔던 제게 이것은 정말 뜬금없는 소망이었습니다. 그저 내 삶을 걸어가며 보고 느끼는 것들을 그때그때 글로 풀어내는 삶에 만족했는데, 살면서 소설 한 편은 완성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이 피어올랐습니다.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완성해보고자 하는 꿈이 생겼습니다.


브런치에서 소설을 연재 중인 작가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저는 아직 제가 쓰는 소설만큼은 세상에 내보일 자신이 없습니다. 분명 발단부터 결말, 인물과 사건과 배경을 정해놓고 시작했지만 쓰는 동안 다른 길로 가기도 하고 갑자기 다른 인물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설정해 놓은 위기와 갈등 상황에서 자꾸만 뒷걸음질 치는 것이 저인지 캐릭터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 결점을 사랑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소설을 전개해 나가는 것은 제 삶을 전개해 나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소설을 써나가기 위해서는 주변을 살피고, 관찰하고, 인물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제가 소설을 쓰게 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내 삶을 그러모아 쓰는 일에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 나로부터 시작된 글이 남에게로 향하는 일, 나의 세상에서 비롯된 문장들로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일. 브런치를 통해 이런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이 꿈마저도 저는 브런치를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드러내지도 않은 글일지라도 저의 꿈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브런치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마치 일부러 고난의 길을 선택하는 것처럼 창작의 고통을 한 번쯤 느껴보고 싶다는 치기 어린 다짐에도 브런치의 작가님들께서는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뜨거운 여름밤이 가고 제 노트북에 남은 글들은 볼품없지만, 브런치 작가님들의 응원이 있기에 다시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


저도 다른 이들에게 기꺼이 응원의 손을 내밀며 살아가려 합니다. 꿈을 발견하고 키워가고 응원하는 공간, 브런치 스토리의 10주년을 축하하며 이곳에 머무는 모든 이들의 삶 또한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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