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컥할 때
부모교육을 받던 중이었다. 그날 교육 내용에서 내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그분과의 동행을 소망했듯, 아이들의 부모로서 자녀들과 동행할 수 있는 방법으론 뭐가 있을지 적용점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떠오른 것은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어릴 땐 당연하게 읽어주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한글을 깨쳤단 이유로 스스로 읽을 것을 종용했다. 연령대에 따라 글밥이 많아진 책을 읽어주기가 부담스럽기도 했고.
그저 엄마 옆에 딱 달라붙어서 체온을 나누고, 같은 지면을 보고 이야기 속에 함께 머무는 것. 그 자체가 동행이란 걸 모르지 않았음에도 힘들단 이유로 외면했던 게 사실이다.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떠올라 다시 손에 모았다. 내 손에 들린 건 책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
마음을 지켜가던 중, 아이가 먼저 읽었던 책을 함께 읽고 싶다며 가져왔다. 책을 읽으며 자신이 받았던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었나 보다. 책의 제목은 <한밤 중 달빛식당>. 만화책 위주로만 읽는 아들도 글밥이 제법 많은 이 책에 귀를 기울였다.
"엄마..."
책을 다 읽고 나자 아이들이 내게 꼭 붙어서 한 마디씩 했다. 이야기가 감동적이라고 말하는 동안 아이들의 눈이 젖어들었다. 나는 양쪽 겨드랑이를 한껏 오픈하며 아이들의 수박통만 한 머리를 힘껏 감쌌다. 꽉 안아줄 테니 꼭 울어버리라는 것처럼.
그전에 아들이 성냥팔이소녀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울컥하던 모습도 떠올랐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눈가가 벌게지며 울먹거리는데, 고아가 된 소녀에 감정이입한 그 마음이 어찌나 귀하고 또 귀여웠던지.
혼나고 억울해서가 아닌, 감동을 받아 울컥하는 순간은 얼마나 소중한가. 때로는 회한이라 할지라도 내 안에 덩어리 져있는 진심을 마주하는 순간일 테니. 그럴 땐 애써 눈물을 훔쳐낼 필요가 없다. 차오르는 감정을 담담하게 담아내면 될 일이다. 아이처럼 울어도 될 일이다.
눈물을 훔치기 위해 황급히 휴지를 찾으면서도, 울컥 넘쳐버리던 순간에 미처 준비하지 못한 마음의 그릇을 주섬주섬 마련해 본다. 어설프더라도 진심을 맞이하는 자세다. 그러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진심이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도 어느새 마음을 더듬는다. 같이 넘쳐버리지 뭐, 까짓것 같이 울어버리면 어때. 그야말로 찌르르한 진심이 통한 순간인 것을.
《내가 듣고 싶던 말, 네게 하고 싶은 말》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떨까? 어떤 선택을 했을까? 외면하고 싶고, 잊어버리고 싶고, 도려내고 싶은 아픔이라도 소중한 것과 연결되어 있다면 그렇게 하기 어려울 거야. 소중한 것들까지 통째로 날아가버릴 테니까. 소중한 것을 지키기로 한 이상 주인공이 더 이상 불쌍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이런 감동을 줄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는 사람이라면 말이야. 우리도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길 소망해.
그리고 살다가 울컥하는 마음이 들면 꼭 들여다보렴. 억울한 마음은 억울한 대로 바라봐주고, 지금처럼 감동한 마음은 감동한 대로 만져주면 돼. 울컥하고 눈물이 차오를 때가 오면 조용히 마음의 그릇을 가져다 대렴. 그릇을 타고 모인 눈물이 메마르고 힘든 마음을 적셔줄 거야. 그러는 동안 속으로 그렇구나, 그랬구나라고 말하면 돼. 마음에 단비가 내리는 시간을 마음껏 누리렴."
* 사진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