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지은 시였는지, 처음으로 공개된 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처음으로 학교신문에 실렸던,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나의 시다. 어머니께서 스크랩해 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간직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달에 실린 것을 보니 학교 도서관에서 데미안이라는 책을 읽고 난 뒤 썼던 시 같기도 하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인데도 노트르담의 꼽추와 데미안을 읽었던 그날이 기억난다. 점심시간, 감색 줄무늬 스웨터를 입고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이다.
알을 깨고 나온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마다 깨고 나와야 할 세계라는 건 구태의연한 내부 사고방식일 수도 있고, 극복해야 할 외부 환경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본다.
줄탁동시.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수도부전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다. 병아리의 부화를 돕는, 어미닭의 역할을 해주었던 손길들이 내게도 있다.
좁고 좁은 틀 안에서 늘 변화를 갈망하지만, 나의 세상이 깨지는 것 같은 절망과 두려움도 함께 온다.여기서 나가고 싶어, 신호를 보내놓고서도 나를 쪼아 오는 외부의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마치 나를 무너뜨리려는 공격 같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내가 도와줄게. 이런 말을 어린 병아리는 알아들을 리 없다. 톡톡톡톡, 내가 내는 소리가 아니잖아. 영문도 모른 채 무너지는 나의 작은 세계 속에서 병아리는 두 귀를 틀어막는다.
어느새 작게 난 틈 사이로 어룽어룽 빛이 비친다. 아침햇살에 기지개하듯 톡, 마침내 바스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