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집>을 둘러보다가

by 조이


인테리어 공사를 앞두고 '오늘의집'이라는 어플에 오랜만에 접속해 보았다. 광고 게시물이 전보다 많아졌지만, 여전히 건재하는 온라인 집들이 코너를 설레는 마음으로 둘러보았다.


예쁘고 깔끔한 집의 풍경들, 구석구석 찍어 올린 사진에서 집주인의 애정이 느껴진다. 공간을 가꾸고 유지하기란 생각보다 힘이 드는 법이니까. 집들이를 가본 게 언제던가. 온라인상으로나마 다른 이의 공간에 초대받는 기분이 좋다.


그런데 수십 채 집들이를 해보아도 마음이 닿지가 않는다. 왜일까.


아마도 나는 한계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사진 속 풍경과 같이 유지하며 살아내는 데 내겐 얼마큼의 에너지가 필요할까 하는 그런 생각들. 종국엔 이것이 내게 꼭 필요한가, 내 공간에 들인다면 쓰임을 다 할 것인가, 그것의 쓰임을 위해 나의 힘은 얼마나 쓰일까 하는 계산들로 귀결된다.


보관 이사를 준비하며 덜어낼 것들을 주말에 미리 처분했다. 새로 살 요량으로 현재 있는 소파도 처분할 예정이었다. 당근마켓에서 무료드림으로 받아온 소파. 용달비용은 들었지만 그 값이 아깝지 않았다. 집에 비해 크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드림을 할까 했는데, 배치를 살짝 바꾸니 달라 보인다. 아이들이 나란히 앉는 걸 좋아해서 책상도 가로로 붙여놓으니 거실이 훨씬 넓어졌다. 아직은 각자의 방보단 거실에서 모이는 분위기가 좋다.


인테리어에도 유행이 있다. 소품뿐만 아니라 자재와 공법까지도. 그래서인지 사람 없이 둘러보는 집들이는 질리기도 했다. 스튜디오와 호텔 같은 집들도 있었는데, 문득 거기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모습이 궁금했다. 프라이팬을 꺼내고, 음식을 해 먹고, 설거지를 하고, 쌓인 먼지를 털고 닦아내며 생활하는 모습 같은 것들. '한 번이라도' 그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은 가끔 호캉스 여행으로 충족하고 있는데, 늘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인지. 인테리어를 해칠 수 없다는 명목으로 필요한 물건들도 기꺼이 포기하고 살아가는지. 그런 삶은 또 어떤지. 오랫동안 꿈꿔오던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소망도 슬몃 떠올랐다.


그러나 그 또한 자신이 없다. 최소한의 물건이라도 자기 자리는 필요할 테니 수납공간을 먼저 확보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없애는 게 아니라 드러내지 않는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버리는 것도, 들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그것의 기준에는 나와 내 가족이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와 내 가족이. 그리고 나는 살림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다스릴 수 있는 집을 만들어갈 의무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동식 TV스탠드가 자주 눈에 띈다. 기본으로 설정되는 바탕화면인지는 모르겠지만 띄워놓은 이미지도 비슷하다. 그 화면에 공통적으로 새겨진 글귀는 'essential:'. <오늘의집>에서도 발견했는데, 마치 내게 인테리어의 본질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듯했다.


바꿔,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하는 노래 가사처럼 바꾸는 김에 다 바꾸고 싶은 충동 앞에서 사람이 가장 바뀌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상기시켜 본다. 새로운 공간에서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할 테지만 우리 집의 라이프스타일이 확 바뀌진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우리를 중심으로 공간을 바꿔가야겠지. 가장 좋은 성형은 다이어트라고 하던데, 어쩌면 가장 멋진 인테리어는 가구 배치를 포함한 정리정돈일지도 모르겠다. 물건의 제 자리를 찾아주는 일, 그리고 제 자리를 찾아가는 일.



*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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