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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 Apr 03. 2020

미국에서 코로나 버티기

미국에서 살다보면 무서운게 여러가지가 있다.

총, 교통사고, 인종차별, 살인적인 병원비.


한 달 전만 해도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난리였을때 청정지역 같아 보이는 미국에 살아서 부럽다는 얘기를 들었다. 확진자 1위를 찍은 지금 전세계서 가장 기피하는 국가가 됐다. 검사가 무료라지만 양성판정이 나와 확진자가되면 병원에 입원해서 들어가는 비용은 본인부담이다. 국은 국가가 치료라도 해주지. 치료제가 없는 지금 중환자가 되어 산소호흡기 부착하고 격리병동으로 들어가면 드는 병원비는 인 파산을 부르지 않을까. 의료보험 커버가 되면 그나마 좀 낫겠지만 보험이 없어 환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나올지 모른다.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하나 코로나바이러스로 2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은 허언이 아니다. 돈 없으면 죽어야 하는 극강의 자본주의 국가 일면일 뿐. 그나마 다른 점은 자본을 들여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려나?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든 나라의 정치, 의료시스템 효용가치를 확인하는 트리거가 됐다.


요즘처럼 한국이 안전해 보이는 때가 없다. 이렇게 전세계가 한국을 집중조명해서 벤치마킹하자며 연일 보도하는 때가 있었을까.


한국에 가고 싶어도 아기를 데리고 미국 공항을 거쳐 들어가려니 불안하다. 가는 길에 전염될 수도 있고, 그 비행기 안에서도 걱정이 되니.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집콕을 해야 하는 거라면 리스크가 큰 장거리비행 여정을 생략하고 싶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동네에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출근하는 아빠들이 집에 있으니 육아를 전적으로 담당했던 주부 엄마들의 숨통이 조금은 풀린듯하다. 그렇다고 자유롭게 다닐 수 없으니 아파트 주민들의 유일한 숨통은 동네 산책이다. 어린이집도 문을 닫는 곳이 많아 집집마다 아기들이 놀이터와 공터를 순회한다. 아빠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유모차를 끄는 아빠들. 엄마 아빠와 손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 조깅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인다. 오스틴시는 사회적 거리를 지킬 수 있다는 골프장과 테니스장, 자전거 트레일은 폐쇄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몰리는 공원은 문을 닫았지만. 그래서 그런지 골프장은 평일까지 붐빈다. 늘 즐기던 레저활동이나 사회활동을 못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듯하다.


집콕을 해야 하는 이 시기.

2주에 한번 정도 남편이 식료품을 사러 혼자 마트를 간다. 아시아인이라고 해코지당할까 걱정되는 장보기 과제. 마트도 한 시간 반 넘게 줄 서서 들어가야 한다. 원하는 물건이 있을 수도 있고 이미 팔렸을 수도 있다. 없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다행히 아기는 데이케어에 보낸 적이 없어 패턴이 비슷하다. 동네 산책을 한다. 기어다니기 시작하니 청소의 비중이 높아졌다. 집에서 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넷플릭스 시청, 유튜브 감상, 핸드폰으로 뉴스 및 웹툰 보기. 생산성 있는 일을 하려면 홈트라도 해야 하는데, 아기 재우고 바닥을 닦으면 몸을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림이라도 그려야 하나 싶기도... 내 취미가 tv 시청, 핸드폰 붙잡고 하기 밖에 없었나. 아기 낳기 전엔 운동도 조금은 했었던거 같은데 왜 지금은 부지런하지 못할까. 이라도 읽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내면의 성찰과 마트마다 사재기로 물건이 없을때 물자를 다람쥐처럼 쌓아놓고 폭동의 대비를 두려워하는 외면의 눈치싸움이 한창인 요즘이다. 밤마다 뉴스를 확인한다. 오늘은 이 도시에 확진자가 몇 명이나 늘었을까. 이 사태가 하루라도 리 끝나길 온 우주가 도와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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