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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빛 Sep 19. 2019

어린날의 기억들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잊으면 안 되는..

글감 : 당신의 일생에서 단 하나의 추억만 간직할 수 있다면 무엇일까?


양희은 <가을 아침>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눈 비비며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 가고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 뜸 드는 냄새가 어우러진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응석만 부렸던 내겐



이 가사가 정말 좋다.


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따뜻함이 노래에서 흘러나온다.


 우리 집은 아침이면 라디오에서 영어가 흘러나온다. 아버지는 아침 7시만 되면 새벽기도를 마치고  안경을 코에 반쯤 걸치고 책을 들고 ebs 라디오를 켰다. 그리고 펜으로 끄적이며 하루에 20분~30분씩 공부를 하셨다. 아버지가 신문들 들고 방에서 나오면서 "너도 영어공부 좀 해라." 하면 그 말씀을 피하듯 도망치며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저녁이면 티브이를 보는 어머니 옆에서 딸들이 둘러앉아 하루의 일과를 조잘거렸다. 3명이라 한마디 하려면 목소리를 올리고 어머니의 고개를 돌리며 어머니를 차지하고자 경쟁했다. 티브이를 보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 깔깔거리고 기타 치는 아버지에게 티브이 본다고 투닥거리던 그 어린날의 기억들…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가난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그 포근함.

내 삶의 근원.



 이 글은 공대생의 심야 서재 108일 글쓰기에 참여하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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