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감정을 잘 표현해야 하는 이유
우리 선배가 어릴 때 화가 나서 친구들이 하는 욕을 했단다. "에잇! 씨 x." 소리를 지르고 나니 화가 조금 가라앉았다고 했다. 그것을 본 어머니가 "00아! 소리를 지르고 나니 좀 풀렸니? 그런데 씨 x는 신발을 잘못 이야기한 것이란다. 그럴 때는 신발, 슬리퍼라고 크게 외치는 거야."라고 알려주셨다고 했다. 선배는 그 후로도 화가 나면 옥상에 올라가 "에이, 신발, 슬리퍼.!"라면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했다. 화가 나는 감정을 잘 받아주었고 나쁜 말 대신 다른 말을 외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방향을 바꾸어 주었다. 선배가 어릴 때 욕을 한다고 화나는 감정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리를 지르면서 그 스트레스가 풀리고 표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선배는 지금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노래방에 간다.
우리 아이가 잘못할 때 미안이라는 행동을 가르치고 '미안'이라는 단어를 100번은 더 반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미안하다는 감정을 이해하고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고 표현할 때 우리 아이는 사람에게 달려와 안긴다. 우리 집은 '사랑해요'를 안아주는 것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또 고마울 땐 손을 잡고 고맙다고 표현한다. 화가 날 땐 잠시 그 자리를 피하고 생각이 정리되면 말한다. 이런 사소한 것들은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할 때 가능하다.
사람들은 감정이 타고난 것, 당연한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감정을 배울 수 있는 환경에 놓여야 한다. 감사함을 표현하고 미안함을 표현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등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화가 나면 엄청나게 흥분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편이었다. 내가 어릴 때 본 화를 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다 이러했다. 나는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때 화가 나면 물건을 잘 집어던졌다고 했다. 나는 기억나지 않는 피해자들이 등장하면서 동문회에서 엄청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성인이 된 나는 물건을 던지지는 않지만 1년에 한두 번은 학교에서 학생에게 소리를 지르며 폭발을 할 때도 있고 지금도 가끔 아이를 향해 화를 버럭 내는 나를 멈추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생각한다.
아이가 이 감정의 옷을 입는 것을 지켜보고 잘 입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이가 감정을 입는 동안 부모도 어쩌면 자신이 입은 감정이라는 옷이 잘 정돈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옷을 다시 고쳐 입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부모가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아이도 그것을 보고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고민하고 또 생각한다.
아이도 나도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아이와 싸움을 하면서 어른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