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모유수유 실패가 엄마로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왜 모유수유를 강조할까?
임신을 하고 참 출산과 육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공부를 한 이유 중 가장 우선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나의 강박 중 하나는 불안은 지식을 쌓는 것으로 푸는 것이다.
나는 두 가지 질문과 싸워야겠다.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임산부를 위한 강연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했다. 이상하게도 임산부 강연들의 가장 초점은 모유수유였다. '모유수유를 하면...'으로 시작되는 연구결과는 정말 모유수유에 대한 기대, 그리고 엄마로서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인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나는 복직을 하더라도 꼭 모유수유를 끝까지 하리라 다짐하고 모유수유 강연에서 실습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산 후 내 연습은 모두 허사가 되어버렸다. 임신, 출산, 육아 그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 없었다.
아이가 작게 태어났다. 2.52kg.
살이 많이 찌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10kg 이상 찌지 말길 권고했다), 그 얘기를 듣고 맞장구치며 당시 시댁에서 우리 집은 임신하고 출산해서도 말랐다는 말, 전 남편의 살찐 여자들을 싫어한다고 반복적으로 들었던 말 등등이 쌓여 나는 음식을 잘 먹지를 못했다.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연예인들도 임신해선 마음껏 먹는다는데 내 낮은 자존감이 아이에게 제대로 된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해 아이가 제 때 크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이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너무 작고 탯줄이 얇아서 17시간의 진통을 이기지 못했고 아이 심장박동 기기에 2번의 불이 들어오고서 아이가 이상하다며 병원에 항의 끝에 응급수술을 할 수 있었다. 진통은 진통대로 수술의 통증은 통증대로 다 겪고 아이를 낳자마자 젖몸살의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젖을 물려야 했지만 제왕절개를 해서 아이를 바로 볼 수 없었고 제왕절개를 한 아이는 결국 17시간 진통 때문에 내가 숨을 잘 못 쉬어서 혈액 속에 산소가 모자라다고 했다. 그래서 하루 이틀 간격으로 피를 뽑아 검사를 해야 했다. 그 와중에 고생을 한 아기는 빠는 힘이 부족해 모유도 거부했다. 실은 분유도 잘 먹질 못했다.
나는 자연분만을 실패했다는 마음에 모유수유라도 잘하고 싶었다. 산모교육에서 그렇게 강조한 모유수유는 꼭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는 모유를 빨 힘이 없었고 분유만 겨우 먹었다. 유축을 하고 마사지를 하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봤지만 모유의 양도 적고 아이가 거부를 하니 모유수유 시간은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로 정작 중요한 것들을 잊었다. 모유수유가 왜 좋을까? 초유 성분이 지나고 나면 영양분은 분유냐 모유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엄마와 아이가 피부를 맞닿아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 제일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7세까지도 모유수유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아마 영양분이 아니라 애착의 문제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약 7개월간 모유 직수를 거부하는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겠다며 새벽에 졸며 유축을 하고 계속 직수를 시도했다. 수면부족에, 젖몸살에, 염증에, 스트레스에 결국 7개월이 지나자 모유에서 염증 때문에 이상한 맛이 났고 결국 나의 모유수유는 실패로 끝났다. 병원에서 직수를 하지 않기에 생기는 문제들을 보고 이제 분유만 먹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7개월의 모유수유와 분유의 혼유가 끝나고 포기를 하자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직장에서까지 유축을 하며 아이에게 먹였다고 해서 누군가 알아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모유를 직수하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아이를 두고 일을 하는 것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뿐이다.
내가 젖동냥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아서 배고픈 아이에게 분유를 먹일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리고 분유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 인가로 생각을 바꾸고 나서 비로소 스트레스가 아닌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서 먹일 수 있었다.
그래서 꼭 엄마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모유수유도 분유도 혼유도 다 장단점이 있다. 그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내 걱정을 접고, 주변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에 신경을 끄고 오롯이 나와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 모유를 먹어서, 분유를 먹어서 아이의 성장과 영양에 차이가 있다면 건강하고 똑똑한 사람은 다 모유를 먹었거나 분유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
그것을 고민할 시간에 미안해할 시간에 손 한 번 더 잡아주고 따뜻한 품에 엄마 냄새를 맡으며 쉴 수 있게 한 번 더 안아주자.
공부의 끝에 내린 결론은 만 3세 이전에는 부모를 보호를 받으며 세상을 신뢰하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되는 시기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주가 되어야지 모유냐 분유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분유도 결국 이유식까지의 과정이지 그 이후엔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때론 너무 지치는데 작은 것에 얽매여 나처럼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