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배운 비즈니스
2003년, 둘째 아이를 임신한 지 3개월쯤이었어요. 4살 터울의 큰 아이를 키우는 일상이 안정되었고, 임산부였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였죠.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탐색하던 중, 문득 '나 같은 엄마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여유 있게 예쁜 커피잔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아이들은 베이비시터가 돌봐주는, 분위기 좋은 안정적인 공간에서 쉬는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아마 제가 경험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결심했죠. 직접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아이디어를 모아봤어요. 나름 시장조사도 하고 수익구조도 따져보며 다소 무모한 도전을 용감히 실행했어요. 여동생이 카페 전반 운영을 맡고, 저는 자본과 기획을 담당했어요. 핑크빛 당돌한 출발이었지만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도전이었어요.
사업을 처음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로소 내가 정말 어려운 사업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오픈하고 보니 미리 예상 못한 일들 투성이었어요. 그것은 직접 해봐야만 아는 거였죠. 평상시 쿠킹룸 에선 색색별로 밀가루 반죽을 해서 꼬마요리사 아이들이 조물딱 소근육 놀이를 할 수 있게 했어요. 정말 우리 집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꾸몄죠. 대장금이 유행하던 시절이라 장금이 옷을 입고 떡과 다식을 만드는 이벤트도 열었고요. 특별 이벤트로 외국인 셰프를 초빙한 영어 쿠킹클래스도 진행했고 반응도 아주 좋았죠. 홈페이지에 아이들 모습과 행사 사진을 올리니 입소문이 났어요. 크리스마스, 핼러윈, 어린이날 같은 시즌 이벤트도 기획했고요.
이런 노력 덕분인지 공중파 3사와 경제 프로그램, 여러 잡지에도 소개될 만큼 화제가 되었어요. 엄마들의 독서모임, 동아리모임, 맘카페 정모 장소로 알려지면서, "이런 공간이 있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화제가 되고 입소문이 났음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어요. 고객층 특성상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았고, 고객이 몰리는 시간이 겹치는 것, 객단가의 제한, 추가 수익모델 부재,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 부담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아이들이 오래 머무는 구조라 회전율이 낮았고, 매장 운영비용이 많은 부담이 되었어요. 계약 2년 후,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 결국 다른 분께 가게를 넘기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이 경험을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때 알았거든요. 좋은 의도만으로는 비즈니스가 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배웠어요. 하지만 그 '좋은 의도'가 있었기에, 저는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어요. 지금도 가끔 생각해요. 지금부터 22년 전 나는 어떤 용기로 그 일을 시작했을까? 나에게 빠져 있던 건 감각은 뭘까? 엄마라서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저는 기획, 인력 관리, 마케팅 등 사업의 모든 면을 경험하며 배웠고 성장했어요. 해보지 않았다면 저는 사업을 쉽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오직 플랜 A만 갖고 시작한 첫 사업, 초보 사장 대부분은 자신이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고 합니다.
그 경험 이후로 저는 어떤 결정을 할 때 최악의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내가 이 결정을 했을 때 최악은 무엇인가? 그 경험으로 인해 첫 창업과 폐업 후 한동안은 꼼짝하지 않고 엄마, 아내자리에 충실했어요. 그러면서도 다음엔 다르게 잘할 수 있다고 혼자 조용히 자신감을 채워갖죠. 이건 끝이 아닌 제 비즈니스 여정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