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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행 Sep 19. 2020

악의 꽃 - 떡밥 회수의 끝판왕

이게 이렇게 연결된다고?

나는 드라마광이다.

다모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도깨비, 스카이캐슬, 동백꽃 필 무렵, 부부의 세계까지 일주일에 한  이상 드라마를 챙겨본다.

영화보다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

요즘 사전 제작이 많다지만 아직도 방영 중에 촬영하는 일이 흔하다. 쪽대본과 밤샘 촬영으로 인해 퀄리티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 반응을 살피며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드라마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각 회의 엔딩이다.

쫄깃한 엔딩부터 가슴 절절한 엔딩까지 어떻게 이런 생각과 연출을 하는지 경외 로울 때가 많다.

보너스로 다음회까지 기다리며 로또 발표를 기다리 듯 설렘을 얻을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한 드라마 엔딩은

1. 도깨비 8회 - 허름한 서점의 책장이 갑자기 움직이고 삼신 할매가 나타나며 김신과 대화하는 엔딩.

빨간 정장의 삼신할매와 어두운 의상의 김신이 대비되며 흘러나오는 OST Who are you가 인상적이었다.

단연 으뜸은 공유의 독백

"그렇게 백 년을 살아 어느 날.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첫사랑이었다 고백할 수 있기를..
하늘에 허락을 구해본다."

2. 스카이캐슬 1회 - 한밤중, 눈이 오는 길을 홀로 걸어가는 여인. 호숫가에 도착해 흐느끼며 자신의 목에 총구를 겨누고 숨을 거둔다.

김정난의 압도적인 연기가 빛이 났던 1회 엔딩이다.


3. 부부의 세계 5회 - 살벌한 식사.

남편과 바람피운 여자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 식사에 초대받은 척 태연하게 연기하고 식사 도중 그 여자의 부모에게 폭로하는 장면.

폭로 장면 전 도자기를 깨뜨리며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는 게 아닌데"라며 한소희에게 일침을 가하는 김희애의 카리스마부터 긴장을 유발하기 시작해 폭로 장면에서 정점에 다다른다.


그리고 끝판왕은 그저께 방영된 악의 꽃 15회의 엔딩 장면..!!

연쇄살인범이 아내를 죽였다고 도발하자 이를 믿어버린 이준기가 연쇄살인범을 칼을 찌르려는 순간 아내인 문채원이 나타난다.

하지만 평소에도 이미 죽은 아버지가 보였던 이준기는 아내와 죽은 아버지가 함께 보이자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아내에게 "난.. 나는 죽은 사람이 보인단 말이야.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를 믿을 수가 없어."

라고 말하며 울부짖는 이준기의 연기가 정말 절절했다. 와서 안아보면 된다고 제발 와달라고 애원하는 문채원과 죽는 순간에도 실실 대며 웃는 김지훈의 연기가 절경과 어우러져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동안 연쇄살인범이자 이미 죽은 아버지가 보이는 장면은 자주 나왔다. 나는 그것이 감정을 읽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이준기가 선과 악 선택해야 하는 순간의 혼란함을 표현하는 장치라고 여겼다. 그리고 아내와 있으면 아버지의 혼령이 물러나는 것을 보고는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나타내는 장치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 의미만으로도 악의 꽃 작가 대단했다.

이번 15회에서 죽은 사람이 보이는 것을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연결했고, 또 아내의 믿음과 사랑으로 비로소 현실을 구분해내는 것을 표현하는 장면을 보고 엄청난 표현력에 감탄했다.

떡밥 회수의 정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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