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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행 Sep 29. 2020

넌 나의 종교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배우자는 자상하지만 로맨틱하진 않다.

나는 그런 현실적인 면이 좋았다.

남편이 내게 한 말 중에 가장 감동적인 말은

"넌 나의 종교야."였다.


감동을 주려고 꾸며낸  말이 아닌 무심코 나온 진심 어린 이 말이 나에게 와서 꽂혔다.

우리는 둘 다 무교다.

사전에 찾아보니 종교란 신을 숭배하여 삶의 목적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

삶의 목적까지는 모르겠으나 결혼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결혼 전에는 '에이, 결혼한다고 크게 달라지겠어?'라며 의심했지만, 결혼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확실해 보인다.

결혼 전에 들었던 확신은 결혼 후 더 큰 확신으로 다가왔다.


남편은 나를 만나 처음 한 일이 많다.

닭발을 먹은 것, 여행을 길게 떠난 것,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것, 독서를 한 것

그중 나를 만나 나라는 종교를 갖게 된 건 경제적 관념 덕분이라고 했다.

남편 비교적 현실적인 편이지만, 청춘 대 그렇듯 자본주의나 투자, 경제, 사회,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나와 대화하고 만나면서 확 달라졌다고 한다.


나만 종교인 것이 아니다.

남편도 나의 종교다.

오빠를 만나고 나의 변화가 마음에 든다.

오빠와의 연애 후 지인으로부터 성숙해지고 안정되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롤러코스터 같던 나의 감정은 완벽하진 않지만 완만해졌고 이제는 많이 편안하다.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친한 벗을 사귀는 것도 어려운데 친한 동반자를 만난 것은 기적이다.

이 기적의 페이지를 앞으로도 예쁘게 채울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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