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배우자는 자상하지만 로맨틱하진 않다.
나는 그런 현실적인 면이 좋았다.
남편이 내게 한 말 중에 가장 감동적인 말은
"넌 나의 종교야."였다.
감동을 주려고 꾸며낸 말이 아닌 무심코 나온 진심 어린 이 말이 나에게 와서 꽂혔다.
우리는 둘 다 무교다.
사전에 찾아보니 종교란 신을 숭배하여 삶의 목적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
삶의 목적까지는 모르겠으나 결혼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결혼 전에는 '에이, 결혼한다고 크게 달라지겠어?'라며 의심했지만, 결혼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결혼 전에 들었던 확신은 결혼 후 더 큰 확신으로 다가왔다.
남편은 나를 만나 처음 한 일이 많다.
닭발을 먹은 것, 여행을 길게 떠난 것,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것, 독서를 한 것
그중 나를 만나 나라는 종교를 갖게 된 건 경제적 관념 덕분이라고 했다.
남편은 비교적 현실적인 편이지만, 청춘은 대개 그렇듯 자본주의나 투자, 경제, 사회,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나와 대화하고 만나면서 확 달라졌다고 한다.
나만 종교인 것이 아니다.
남편도 나의 종교다.
오빠를 만나고 나의 변화가 마음에 든다.
오빠와의 연애 후 지인으로부터 성숙해지고 안정되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롤러코스터 같던 나의 감정은 완벽하진 않지만 완만해졌고 이제는 많이 편안하다.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친한 벗을 사귀는 것도 어려운데 친한 동반자를 만난 것은 기적이다.
이 기적의 페이지를 앞으로도 예쁘게 채울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