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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ep 10. 2021

'3대 이모님'이 인기 있는 이유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 job to be done

'파괴적 혁신' 개념을 만들어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요소가 네 가지라고 이야기했다. 고객 가치 제안, 이익 공식, 핵심 자원, 핵심 프로세스가 그것이다. 그는 고객 가치 제안의 핵심 요소로 job to done(해결해야 할 일)을 이야기했다. 고객이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데, 타깃 고객에게 그 일(job)을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 줄지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맥도날드로부터 컨설팅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맥도날드의 밀크셰이크의 매출 증대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었다. 크리스텐슨의 컨설팅 팀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밀크셰이크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주로 언제 구매하는지, 고객층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 관찰을 했다. 이런 관찰을 통해서 특이한 고객층이 관찰되었는데, 성인 남성들이 오전 8시 이전에 맥도날드 매장에서 밀크셰이크를 구매해서 자기 차로 가져가곤 했던 것이었다. 밀크셰이크 구매자 중 이들의 비중이 꽤 높게 나왔다.


다음 날, 크리스텐슨 컨설팅 팀은 밀크셰이크를 오전에 구매하는 성인 남성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이를 통해서 아침에 밀크셰이크를 구매하는 남성들이 왜 밀크셰이크를 구매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들은 주로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장시간 운전을 하는 중에 밀크셰이크를 마시면 배고픔을 해결하고, 졸음운전을 방지하고, 운전의 지루함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밀크셰이크 아니면 이런 역할을 하는 제품이 어떤 것이냐고 질문하니 바나나, 도넛, 베이글 등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전 8시 이전에 밀크셰이크를 구매하는 성인 남성들에게 밀크셰이크의 job to be done은 배고픔 해결, 졸음운전 방지, 운전의 지루함 완화였던 것이다. 이 일(job)을 시키기 위해서 고객은 제품을 구매한다. 그런데, 크리스텐슨은 제품에게 일을 시킨다는 것을 더욱 뚜렷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고객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그들은 제품을 고용한다.'라고 표현했다.(Customers don't simply buy products. They hire products to do a job.) 제품은 일을 하기 위해서 고객에게 고용된다는 것이다. 일을 못하는 제품은 고용될 필요가 없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크리스텐슨 컨설팅 팀은 맥도날드의 밀크셰이크의 매출 증대를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법은 밀크셰이크의 점성을 높여 밀크셰이크를 좀 더 오래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밀크셰이크가 출근 시간의 지루함을 좀 더 오랫동안 달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밀크셰이크를 만드는 기계를 카운터 앞으로 가져와서 밀크셰이크의 주문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출근 시간의 바쁜 사람들에게 밀크셰이크를 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밀크셰이크가 좀 더 일을 잘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컨설팅 이후 밀크셰이크의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3대 이모님 없이는 못 산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3대 이모님은 가사노동을 많이 덜어주는 가전제품을 말하는데, 흔히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를 뜻한다고 한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사도우미를 통상 '이모님'이라고 많이 부르는 데서 착안한 별명이라고 한다. 이 제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일을 잘한다는 점이다. 크리스텐슨이 말한 '고객이 제품을 고용한다'라는 표현의 의미도 '3대 이모님'이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고객들은 일을 시키기 위해 3대 이모님을 고용하는 것이다.  


타깃 고객에게 제품이 해야 할 일을 찾는 것, 그리고 일 잘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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