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나무들이 겨울옷을 입었다.
어떻게 입게 되었을까?
아마도 무슨 프로젝트였겠지.
서울시와 협력하는 지원 프로그램이거나, 어느 뜨개 예술가 클럽의 프로젝트 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뜨개질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왔겠지.
나무 하나하나를 둘러보며 자신이 옷을 입힐 나무들을 골랐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옷을 입혀줄 나무의 몸통을 쓰다듬어 보다가,
자신의 손 뼘이나 줄자를 가지고 그 둘레를 가늠해 봤겠지.
'이 정도면 되겠구나.' 하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모양을 구상하고,
예쁜 색의 털실들을 구매하고,
그 나무를, 자신의 나무를 생각하며
안뜨기 겉뜨기를 하며 상상했겠지.
그리고 그동안 행복했겠지.
다 뜬 펼쳐진 뜨개옷을 들고 또 정동길을 찾았겠지.
그리곤 자신의 나무로 달려가 둘러보고
이음새를 그 자리에서 마무리지었을 것이다.
그리고 벅차게 바라봤겠지.
그 순간, 나무가 말을 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나는 그것은 참 부러웠겠다.
나는 뜨개질을 잘 못해서 엄두도 못 내지만,
만약 그 나무가 나를 알아봐 준다면 한 번 떠볼 수도 있으리라. 삐뚤빼뚤.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다녔던 정동길에 사연이 쌓여간다.
겨우내
봄이 올 때까지
입고 있겠지.
저 옷을 벗을 때쯤,
또 뜨개 예술가들이 달려와서
지난겨울을 잘 견뎠냐고 쓰다듬으며 인사하겠지.
그리고 한 코 한 코 풀어가면서
작별 인사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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