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시작은 비워내는 것에서부터
'두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행복이 찾아온다고 했어'
가능한 모든 것들을 두 손 안에 모두 움켜쥐고 팔로 또는 몸으로 가득 껴안는 게 행복이라 생각했다. 모자란 것보다 넘치는 게 좋다는 옛 말도 곧이곧대로 믿었고, 악착같이 움켜줘야 실낱같은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즐거움 정도야 어느 날이나 소소하게 선물로 받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행복은 정말 1년 365일동안 한 번도 울지 않아야 겨우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것이었다.
작년에 1년 간 회사 외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쉬며 많은 고민을 했었다. 목적 없이 모으던 적금 만기, 그리고 쉬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던 나. 그 사이에서 내게 휴식과 선물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선택의 끝엔 즐거움 이상의 행복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으나 사실 당장 내 마음에는 그런 선택을 할 여유가 없었다. 힘들게 이끌어오고 있던 주먹 안의 모래들이 따가워도 절대 펼치지 않았기에, 그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는 철저히 계산적으로 이 상황을 돌아봤다. 한참을 고민하던 찰나, '내가 왜 이렇게 나 조차 돌보지 않고, 붙잡는 데에만 몰두할까. 불쌍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나씩 욕심을 걷어내 보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물건을
한 무더기나 가져다 버렸습니다
'나는 뭘 느끼며 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이런 고민을 할까, 이런 고민을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행복해보고 싶다'를 빽빽한 스케줄러에 굵은 펜으로 적고, 뭐든 버려보기로 했다. 차마 버리지 못했던 옷가지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 원치 않았는데 하게되었던 일들부터 구질구질하게 남아있던 잔생각들과 내가 싫어하는 행동들까지 점점 그 원을 넓게 그리면서 행복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5리터 쓰레기 봉투와 재활용품 한 무더기를 버린 뒤에야 조금은 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버리기 힘들었던 생각들도 눈을 감고 하나씩 머리 밖으로 내보냈다.
그랬더니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내쉬는 숨을 크게 내쉴 수록 들이마실 수 있는 숨이 커졌다. 상쾌하고 시원했다. 비어버린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채우고, 긍정적인 나를 채우고, 하고싶은 것을 하나씩 바래만 왔던 것들을 채웠다. 버린다는 것에서 오는 부담과 고통은 여유에서 오는 행복이 위로했다. 그정도면 충분했다. 살면서 내 하루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날엔 크게 숨을 쉬며 자잘한 고민들을 흘려보내보려한다. 빈 공간을 만들어 더 많은 행복을 담을 수 있도록, 더 큰 행복주머니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