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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샐리 Mar 29. 202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글을 봐주신 3만 명의 사람들에게

나는 왜 글을 쓸까?

감정이 넘쳐흐르는 글은 몇 번이고 정제할 필요가 있다. 그런 날이면 머리 끝까지 찌뿌둥한 느낌이 든다. 오늘도 그렇게 한 편을 쓰다가 백기를 들었다. 글이 쉽게 써 내려가지 않는 날에는 뭔가를 먹어줘야 한다. 그게 글이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웹툰이 되었든 말이다. 한때 내가 좋아했던 웹툰 <커피와 스무디>의 프롤로그 속 대사를 들춰봤다.

어차피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일 텐데
단순히 '표현'이 고픈 거라면
일기장에 적어도 되잖아?

지극히 맞는 말이다. 내 삶을 받아쓰는 글을 적을 때 고통이 수반되었던 이유는 '애초에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나는 나의 일대기를 정리해보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기에 나는 끝까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아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조회수에 주변 사람들의 관심 어린 눈빛에 하나 둘 욕심이 생기더니 조금씩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글을 적기 시작했다. '조금 더 극적인 상황을 극복한 것처럼 보였던 일이 없었나', '조금 더 자극적인 제목을 쓸 걸 그랬나'하는 생각에 글을 올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생각했다.

타인의 관심과 관찰이 동력이 아니라
스스로가 에너지 그 자체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한창 생각이 많아졌던 그때, 잘 쓰이지 않던 연재물을 덮고 얕은 글을 적었다. 얕은 글을 적으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떠올렸다. 나는 나를 위한 글, 내가 중심이 되는 하는 글을 쓰고 있으며 읽는 사람도 중요하겠지만 '이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타인을 신경 썼던 글보다 내 이야기를 담담히 적어 내려 간 글이 쉽게 읽혔고, 더 사랑받았다. 그것을 깨닫게 되니 글이 조금 더 술술 써졌다. 타인을 의식하는 마음과 과하게 분출되는 감정을 밀어내며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의미 있는 열 번째의 글

드디어 이번이 10번째 글이다. 매주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생각의 고통 속에 살았는데 드디어 10이라는 숫자를 만들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며 글을 통해 20대를 정리하고 싶었고, 일기 형태의 연대기를 통해 나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글 쓸 때의 습관이었던 '감정이 듬뿍 담는 것'을 지양하고 꽤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첫 글과 가장 최근 글을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개선된 것 같아 기쁘다.

내 글은 인사이트가 있는 글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경험담이라기엔 다른 사람들보다 얕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아 발행하기 버튼을 누르면서도 참 민망했다. 여러모로 글을 쓰며 '이걸 대체 누가 읽을까' 반신반의했지만 놀랍게도 글을 연재하는 동안 브런치와 다음 포털에 실린 덕분에 3만 회가 훌쩍 넘는 조회수를 얻었다. 진심이 담긴 댓글을 달아주신 이름 모를 분들부터 누군가 읽어줘야 쓸 맛이 난다며 매번 읽어주는 지인, 그리고 내 글을 잘 보고 있다 연락해준 오랜 친구까지 많은 분들의 응원으로 이뤄낸 결과라 생각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주간 10개의 연재물을 적고 싶었는데 이성보다는 감성이 솟아나는 주간이 있었다. 그렇게 10주 간 7편의 연재물과 2편의 얕은 글을 적었다. 7편은 내 삶을 적었고, 2편은 떠올려봤던 생각에 대해 써냈다. 10개의 글쓰기는 달성했지만 내게는 아직 목표로 했던 3편의 연재물이 남아있다. 연재는 계속된다. 한때 푹 빠져있었던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나를 위한 글이라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글을 누군가 읽어주길 바랬다. 한 마디로 말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의 존재를 알아채 주는 것'을 원했다. 꾸준히 글을 쓰기로 약속한 10주는 끝났지만 미처 갈무리 짓지 못한 글이 서너 편이 나를 기다린다. 보다 읽기 좋은 형태로, 더 정제된 형태로, 훨씬 담담한 문체를 위해 퇴고하고 발행 버튼을 누를 것이다.

[그동안 써왔던 <샐리의 인생 받아쓰기>]

1화 - 완벽을 꿈꾸는 사람이었다

2화 - 완벽함을 꿈꾸는 이야기 (1) 가족

3화 - 완벽함을 꿈꾸는 이야기 (2) 회사

4화 - 완벽함을 꿈꾸는 이야기 (3) 연인

5화 - 완벽함을 꿈꾸는 이야기 (4) 돈

6화 - 완벽함을 꿈꾸는 이야기 (5) 나의 일

7화 - 완벽함을 꿈꾸는 이야기 (6) 사이드 프로젝트

8화 -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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