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포인트 (2) 다른 사람은 해냈다는데 왜 넌 안된다고 할까?
회사를 다니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학교를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가가 내 회사 생활과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극과 극의 회사를 다녔다. 한 번은 각자의 일에 자긍심을 가진 동료들을 만났고, 또 한 번은 '해봤는데 안됐어요'와 '나는 저 사람이 이해가 안가'가 입버릇 같은 동료들을 만났다. 이에 나는 근묵자흑이라는 사자성어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며 회사를 다녔다. 주변이 어떤 사람들로 채워지는지에 따라 행실에 차이가 있었다. 본성이야 동일했겠지만 조직마다 '용인되는 어떤 가이드라인'이 있었기 때문에 처한 환경에 따라 행동은 다를 수 있었다. 이번 컴퍼니 포인트에서는 두 회사를 거치며 느꼈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A 프로젝트를 하던 K군에게 사정이 생겨 갑작스레 내가 해당 업무를 맡게 됐다. 나는 그동안 A 프로젝트에 대해 깊이 관여한 적이 없었던지라 K군의 업무 내용을 팔로 업하며 그와 협업했던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몇 날 며칠을 시행 기획안과 결과 문서를 끼고 뒹굴었더니 어느 정도 내용은 확인이 되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갔더니 K군과의 협업에 대해 꽤나 진솔하게 이야기를 토로한다. 아무래도 업무 분배나 진행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이때 PM으로서 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독려'다. 함께 할 사람들의 에너지를 확인하고 차분히 업무에 대한 To do list를 적는다. 주로 동료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방안이 하나씩 적힌다. 그다음 전반적인 기획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그 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하는데 '아 그거 K군이 해봤는데 잘 안됐더라고요. 원래 이게 상품이 문제인가 봐요'와 같은 회신을 반복해서 받는다면 아무리 긍정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고 해도 결국엔 지쳐버릴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동일하게 K군의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새롭게 제안한 내 기획안을 보고 협업하던 동료들이 하나 둘 그때 시행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을 꺼내놓는다. 나는 지난 담당자가 실패했던 사례들을 분석해 실패한 이유를 확인하고 고민되는 점을 개선할 방법을 정리해 동료들과 다시금 이야기를 나눈다. 직접 실행에 옮기고 또다시 러닝 포인트를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성공의 지향점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상황에서 나는 동일한 행동을 취했으나 다른 결과를 얻었다. 나는 후자의 동료들을 만났을 때 정말 많은 일을 해냈다. 반복적인 업무를 진행하더라도 결과가 배로 좋았다. 일부는 계속해서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하나 둘 성공경험을 쌓다보니 회사에서 해당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독보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물론 더 유능한 PM은 이런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끌어갈 수 있겠지만 내가 보아왔던 대부분의 경우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번아웃이 오기 일쑤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단순히 PM의 역량과 성향 그리고 주변 동료들의 열의에 따라 업무의 성공과 실패를 좌지우지 한다고 하긴 어렵다. 이때 회사의 분위기가 그런 주변 환경으로 인해 번아웃이 온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리더의 품격이라는 단어는 이 부분에서 나온다. 후자의 방식으로 굴러가는 팀이 되기 위해 리더는 조직의 에너지 관리에 힘써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걸음들이 잘 내디뎌지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프로젝트가 순항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내 성향과 주변 사람의 성향, 회사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질 때 가장 좋은 아웃풋을 낼 수 있었다. 흔히 면접을 볼 때 '그 회사의 분위기를 봐라'라고들 이야기하는데 그 이유는 여기에 있는 듯하다.
어떤 사람이 내게 10년 뒤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동안 나는 골똘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고민하다 답을 했다.
성공경험은 실패에서 얻은 러닝 포인트를 계속해서 시도해서 얻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 번 실패했다고 이건 잘못됐어, 내가 해봤는데 별로더라 등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시도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여 오늘의 포인트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