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자의 멘탈잡기
한 주가 바쁘게 흘러갔다.
여름 신메뉴가 시작되었고, 며칠은 재료손질과 준비사항을 체크하고
레시피 동영상도 여러 번 돌려보았다.
간단한 듯 하지만, 많은 종류의 레시피와 헷갈리기도 하고
작년과 조금 달라진 옵션들 때문에 신경 쓰며 보게 되었다.
어떨 땐 내가 사장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미리 ‘알잘딱깔센’ 준비해 놓을 텐데..)
어떨 땐 본사직원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건 정말 진심.. 본사 직원채용에 지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신메뉴 개시일이 가게문을 열고 혼자 오전근무하는 날이었다.
점심시간 후 1시간 정도 손님이 몰려서 땀을 삐질거리며 뛰어다녔지만,
손님응대나 홀 업무보다 재료준비하면서 멜론/수박 손질하고, 일일이 양 맞춰보고 만들고, 인증사진 찍어 공유하느라 더 바빴다.
나름 30분 일찍 출근해서 여유 있게 준비했는데, 정시 퇴근까지 풀로 일했더니 발바닥이 욱신거렸다.
집에 돌아가면서 조금은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모두가 내 맘 같지는 않겠지..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잘하려고 애쓰는지. 도리어 나 자신에게 답답하고, 불평이 되었다.
이제 날씨가 더워지면서 주방은 더 더워지고, 손님은 늘어나서 혼자 근무하는 게 버거워진다.
그날 한 손님이 얼음물을 찾으시면서 ‘혼자서 일하시냐?’ 물으시곤, ‘와.. 혼자 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하셨다.
내 얼굴이 상기되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신 건지, 매장 상황을 보시면서 말씀하신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슬슬 파트타임을 구해야 할 때가 다가오는 것 같다.
주중엔 신메뉴의 반응이 그리 폭발적이지 않아서 적당히 재료준비를 했었다.
이번 주말은 재료가 탈탈 털리도록 주문이 많아서, 추가로 재료를 공수해 오고 재료 손질하고 채워 넣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쉴틈이 없었던지, 토요일 저녁에는 퇴근 후 몸살기운에 약을 먹고 누워서 좀 앓았다. 어깨가 아파서 쉬이 잠들지 못했었다.
일요일은 시작부터 밀려오는 손님들과 연이어 울리는 배달앱 주문, 도저히 소화가 안 될 정도로 밀려와서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홀 아르바이트생(2년 이상 주말 낮알바를 하신 내가 존경하고 잘 모시려는? 알바님, 일을 끝내주게 잘해준다)이 사정이 있어서 못 나왔고,
사장님도 안 되겠던지 중간에 배달앱을 일시중지를 했고, 또 바쁘게 움직이다가 팔꿈치를 부딪혔는데 너무 세게 부딪혀서 부어올랐다. (아직도 좀 부어있음)
도저히 휴식시간을 가질 틈이 없어 보여서, 나가지 못하고 일을 돕고, 멜론 썰고, 수박 썰고.
배달사고가 몇 건 있어서 수습하느라 시간을 소모했고(이게 왜 내 몫인가)
보통 주말에는 주방에서 3명이 일해야 하는데, 2명이 일하다 보니 더 더 더 주문은 밀렸던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가게에서 제일 손 느린 직원과 둘이서 일하니까 정말 숨 막히게 힘들었다.
(겨우) 6월 1일인데 시간당 매출 최고점을 찍다니.. 어찌보면 정신을 못 차리면서 일하는 게 정상이지.
손님에게 죄송하단 말을 너무 많이 하면서(홀 테이블을 못 닦아서 물티슈를 달라던 손님에게도 죄송)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밥은 고사하고, 커피나 물도 제 때 못 먹으면서 얼마나 땀을 뺐던지… 막판에는 실실 웃음이 나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아.. 여름이 왔구나. 근데 벌써? 이건 7월 말, 혹은 8월 풍경 아니던가?(마감한 직원말로는 실제로 8월 주말 매출 수준이었단다.)
그것도 최소 인원으로??!!(3명이서 최소 5명분의 일을 했다)
날씨 탓인가? 오늘부터 사람들 연휴시작인가??
얻어 듣기론 대통령선거일까지 월요일 월차 내고 주말과 이어서 쉬는 사람이 많다더라.. 그래서 그런 걸까??
집에 와서도 멍하게 앉아서 쉬는데 기분이 묘했다.
올여름 나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려나…
일주일간 브런치를 잠시 놓고, 여유를 좀 가지고 일하면서 미뤄놓은 일들을 챙겨보려 했다.
현실은 조금 여유 있게 생활한 정도, 온통 일, 일, 일…
그나마 숨은 쉬고 살려고 책을 읽고, 독서모임도 했다.
아이들에게 좀 더 챙겨주지 못할 때마다 미안함과 부담감이 남을 때마다 기도하게 된다.
보이지 않고,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 아이들의 삶을 돌보아 달라고...
여름 풍경에 잠시 빠져 짙은 푸르름을 먹고 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참 시원해지고 좋은데.
점점 버거워지는 일 때문에 올여름을 잘 지나는 것이 최상의 목표가 되어버린다.
그래도 일상의 기쁨과 여유를 잃지 않고 싶고, 우리 가족들의 안녕에 좀 더 기여하는 엄마가 되고 싶기도 하다.
이번 주는 마감출근. 공휴일이 이틀 껴서 고난이 예상된다.
사장님께 파트타임을 조금 일찍 구하자고 슬쩍 얘기해 봐야겠다.
주말 내 엉망이었던 집을 정리하고 앉아 지난 주말을 떠올리며 기록을 남긴다.
재미나게, 힘내어서 또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