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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an 19. 2021

낯설지만 어색하지 않은 내 모습

변화를 받아들일 때 나오는 새로운 내 모습

이케아에 갈 일이 있었다. 간 김에 엄마랑 이케아 구경할 겸 같이 가기로 했는데 행여 무거운 물건을 들면 위험하다며 남편이 같이 가주었다. 어떨 결에 셋이 같이 가게 된 이케아. 먼저 3층 쇼룸을 구경하면서 각자 취향이 담긴 쇼룸에 들러 사진을 찍고 구경을 했다. 나는 연신 “와 이 방 이쁘다. 와 이거 좋다. 엄마 이거 사서 집에다 두면 괜찮을까?” 하며 사진을 찍어 대고 있었는데 엄마가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남편에게 다가가 이런 말을 하셨다.



“유림이 원래 이런데 오는 거 안 좋아했어.”



맞다. 결혼 전만 해도 이케아, 모던 하우스 등등 홈데코에 관련된 가게에 오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엄마랑 그릇 가게 구경을 할 때면 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유림아, 이 찻잔 너무 예쁘지? 여기다 커피 마시면 예쁘겠다.”라고 엄마가 말을 건넬 때면 나는 “이게 예쁜 거야?? 몰라 몰라. 난 덜렁거리고 그릇도 잘 깨니까 결혼하게 되면 (당시엔 내가 결혼할 거란 믿음이 매우 없었다.) 다 플라스틱 컵이랑 그릇으로 할 거야.”라고 대꾸했다. 엄마가 예쁜 그릇이나 쿠션을 보실 때면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온라인 쇼핑에서 올라온 예쁜 옷이나 새로 출시된 화장품 리스트를 보며 이번에는 뭘 살지 고민하며 시간을 때웠다.



꽃도 마찬가지였다. 집에다 꾸밀 예쁜 조화나 꽃구경하러 고속터미널에 가면 나는 길 잃은 어린양처럼 이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내 눈에는 다 그냥 똑같은 꽃일 뿐이요, 그저 다른 점을 찾자면 색이 좀 다르다 정도였다. 이때까지 나의 소비패턴의 주 관심사는 예쁜 옷과 화장품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결혼 후 나는 달라졌다. 엄마랑 같이 쇼핑 겸 아이쇼핑을 하러 나갈 때면 옷 가게보다는 소품 가게 가서 집에 꾸밀 예쁜 소품이 있는지 보는 걸 더 좋아하기 시작했고, NC 백화점에 갈 때면 꼭 모던하우스에 들려 그릇을 구경하거나 어떻게 데코 했는지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이유림이 변했네.”라고 엄마가 농담처럼 이야기하실 때면, 나는 씩 웃으면서 이렇게 변한 내 모습이 낯설었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유림이 가요? 요즘 맨날 예쁜 그릇 사고 싶어 하는데요. 최근에 그릇도 3개나 깼어요. 그래서 제가 새 그릇 사고 싶어서 그런 거야?라고 이야기했어요.”라고 오빠가 놀람 반, 장난 반으로 엄마에게 농담을 던졌다. 나는 괜히 부끄러워 다른 쇼룸으로 타다닥 뛰어갔다.



이런 낯 설음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예전엔 하기 싫던 청소가 조금씩 즐거운 일이 되고 있고, 요리하기를 두려워했던 내가 지금은 겁도 없이 손님을 초대해서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오빠를 위해 매 끼 차리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가끔씩 오빠에게 하는 내 행동을 보면 예전에 무뚝무뚝 했던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나 신기할 때가 있고, 임신 9개월 차인 현재, 핸드폰으로 새로 나온 화장품을 검색하는 시간보다 예쁜 아기 옷과 아기 제품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낯설지만 변해가는 내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 전 나는, 변하는 것을 싫어했고, 내가 살고 있는 패턴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쉽게 받고, 일 중심적으로만 살고 싶어 했다. 나에겐 가정적인 모습이나 사랑스러움, 애교스러운 모습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변하기 싫은 이면의 두려움 (관계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것을 해보는 두려움)을 이겨보려는 노력과, 내가 원하던 패턴대로 살지 않아도 꽤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그리고 이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던 것들을 조금은 내 삶에 스며들게 해도 괜찮다는 유연함, 그 안에서 변해가는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용기… 그런 것들이 처음 보는 낯선 내 모습들을 나오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꽤 괜찮고, 재미도 있다.


만약 변화가 두려워 그때 내가 이상화했던 모습으로만 살려고 바둥거렸다면 나의 새롭고 낯선 모습을 볼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사람은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요즘, 또 어떤 낯설지만 신선한 내 모습이 나올지 더 기대가 된다.



글쓴이: Joy Lee

그림출처: https://archive.curbed.com/2019/9/25/20882135/best-fall-decor-ideas-buy-shophttp://www.thelittlehouseofhyg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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