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 행복을 모으다 보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백수린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나 또한 행복에 대해 추구해야 할 무엇이라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라 저 문장이 와닿았던 것 같다. 잠깐 반짝였다 사라질 찰나의 감각.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수록 행복과는 더 멀어진다고 믿고 있다. 짧은 순간일지라도, 달콤하고도 벅찬 순간을 충분히 느낀 것만으로도 괜찮은 거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하루는 쪼끄만 둘째 녀석이 부자가 되면 뭘 하고 싶은지를 계속 묻는다. 그러더니 자신이 원하는 것들(돈이 엄청 많아야 가능한 물질적인 것들과 공상과학의 세계에서 가능한 일들)을 줄줄 나열하기에 어떻게 돈을 벌 거냐고 슬쩍 물어보았다. 돈이란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던 딸의 답.
"엄마, 나도 일해."
"네가 무슨 일을 해?"
"엄마, 나는 매일 노는 게 일이지. 놀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그러니까 난 매일 행복을 벌어. 그게 돈을 버는 거랑 같은 거지 뭐."
생각지도 못했던 딸의 대답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누군가는 기적의 논리라고 웃을지도 모르지만 행복을 번다는 말이 참 좋았다. 매일 행복을 벌어서 차곡차곡 저금하는 딸은 부자임에 틀림없다. 공원을 산책하고 책도 사고 함께 배드민턴을 치며 오늘치 행복을 벌었으니까, 나도 하루치 행복을 벌어들인 셈이다. 찰나의 순간도 자꾸자꾸 모으다 보면 행복 부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매일 행복을 번다는 딸의 말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