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로운 하루를 보내며

나의 엄마

by 주아유

호텔 커튼을 여니 멋진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이들은 푹신한 침대 위에서 핸드폰 게임을 같이하느라 소란스럽고, 남편과 나도 나름의 방법으로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호사스러운 아침과 방 안 가득한 평온함으로 흡족한 마음이 들면서 죄책감도 함께 든다.


최근 엄마는 큰 수술을 받으셨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대학 병원에서는 오래 입원해 있을 수가 없어서 지금은 부산의 작은 병원으로 옮기셨다. 연휴 때 내려가지 못한 게 맘에 걸려 전화를 하니 혼자서 꼼짝하지 않고 병실에 누워있다고 하신다. “괜찮으니 오지 말고 너 힘들 텐데 푹 쉬어”라고 늘 말씀하시는데 나는 부산까지 가는 길이 멀다는 핑계로 전화로만 안부를 여쭙고 있으니 참 못된 딸이다.


엄마는 늘 무뚝뚝하셨다. 어릴 때부터 “사랑한다”는 말이나 따뜻한 포옹, 칭찬이나 격려 같은 건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다른 친구들은 엄마와 손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던데 나는 그리 친밀하게 지내지 못했다. 그때는 그게 참 서운하기도 했는데 결혼하고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 나름대로 본인의 필요는 뒤로 미루며 우리를 키워내셨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어린 엄마 나름대로 늘 최선을 다하셨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그런 엄마는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하는 나를 보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신다. 본인은 도와주는 엄마가 옆에 있었는데 나는 혼자 애달 복들 하는 게 늘 안쓰럽다고 하신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뷔페를 둘러보니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테이블마다 도란도란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문득 나는 한 번도 엄마와 이런 호텔에 온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비싼 식당에 모시려고 하면 손사래를 치면서 그냥 집에서 먹자고만 이야기하는 엄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딸내미는, 아이들을 데리고 랍스타와 안심 스테이크 같은 값비싼 음식을 맛보고 있다. 그런 이기적인 딸인데도 엄마는 내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들으며 누구보다도 반가워하신다. 아이들과 재밌게 놀다 들어가라고, 푹 쉬어야 또 출근할 힘이 난다며 애처로워하신다. 아직 걸음도 불편해 병실에 누워있으면서도 그렇게 딸 걱정을 하고 있다.


조만간 부산에 내려가야겠다. 엄마와 손을 잡고 포옹하는 게 아직도 어색하지만 내려 가면 꼭 한번 안아드려야겠다. 내가 누렸던 값비싼 하루를 다음에는 꼭 대접해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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