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추스르고서 다시 만난 아이들
지난 일 년간 무너졌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졌다. 뉴스에서 자살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할 무렵, 내 안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줄 하나가 뚝 끊어져버렸다. 별 일이 아닌데 자꾸만 움츠러들고 울고 싶던 봄날에 나는 휴직계를 냈었다. 유난히도 시린 봄날이었다.
많은 일들을 그저 차곡차곡 묻어둔 몸과 마음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잔뜩 젖은 솜도 한 번씩 꾹 짜주고 햇볕도 쐬어줘야 한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얼마나 많은 물을 머금고 있었는지 계속 눈물이 났다. 울면서 마음의 멍을 조금씩 빼냈다. 상담을 받으며 끝도 없이 울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실은 괜찮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배드민턴을 치며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 책을 보면서도 울고 글을 쓰면서도 울고 영화를 보면서도 울었다. 실컷 울다 보니 가벼워졌다. 가벼워지니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났다. 다시 아이들을 만날 용기가 났다. 그렇게 나는 학교로 돌아갔다.
3월 한 달간은 제법 힘들었다. 원래도 3월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학급을 세우느라 교사들도 아이들도 힘든 달이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힘들다.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머리털이 우수수 빠지고 온갖 약을 먹었다.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선생님, 누가 놀렸어요.", "2반 애가 저 때렸어요.", "ㅇㅇ이가 자꾸 시끄럽게 해요." 같은 말들을 매일같이 듣고 매일매일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과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 아침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살폈다. 그림책을 보며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갔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이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퉁퉁거리던 아이도 가끔 웃으며 내게 말을 걸고 꽃이 폈다며 수줍게 벚꽃 잎을 주는 아이도 있다. 정성스레 그린 그림을 선물로 주고 멀리서 내가 보이면 반갑다고 양팔 가득 흔들며 인사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를 반겨주는 이들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나다가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선물처럼 꺼내어 보여준다.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다시 본다. 작고 귀여운 고 머리에 든 반짝이는 생각을, 그 여린 마음에 난 생채기들도 다시 마주한다.
다시 봄이다. 따뜻한 봄이다. 비도 오고 가끔 칼바람도 불기야 하겠지만 다시 맞게 된 봄을 최대한 만끽하려 한다. 내 마음이 너무 무겁고 눅눅해지기 전에 가끔 햇볕도 쐬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