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살림꾼 생활.
신혼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난 살림꾼이 되었다. 살림'꾼'이라고 하니까 살림 마스터쯤으로 느껴지는데, 그냥 살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란 의미다(살림을 알뜰하게 잘 꾸려 나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난 해당없음). 결혼 전에도 자취를 해서 집안 일에 전혀 무지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뭐랄까, 튜토리얼을 끝내고 실전에 투입된 느낌?
불어난 살림만큼 해야될 일도 늘어났다. 집도 조금 커졌다고 청소도 두 배, 사람도 두 명이라 설거지도, 빨래도 두 배다. 거기다 결혼 전엔 집에서 밥 먹을 일도 별로 없고 먹는다 해도 보통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니 요리는 정말 큰 맘먹고 해야하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매일 집밥을 먹으니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난 한식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요리를 잘 하는 편도 아니라 메뉴는 거의 돌려막기식. 매주 사는 것들이 정해져있는데 매일은 아니라도 메뉴가 계속 반복되니까 나도 지겹다. 오늘은 또 뭘 먹지.
살림을 하며 제일 아이러니한 건 뭘 해도 티가 안난다는 거다. 그 모든 수고가 무색하게도 티가 안난다. 청소를 해도 잠시후면 중력을 이기지 못한 머리카락이 바닥에 안착해있고 빨래는 하기가 무섭게 다시 쌓인다. 일의 완료 상태가 지속되지 않는다. 그럼 다시 원점이다. 깔끔한 상태의 집이 디폴트이므로 끊임없이 움직여야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사실 뭘 엄청나게 하는 건 아니다. 자취할때도 똑같이 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단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뿐. 그럼에도 살림이라는 의미가 조금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이제 나도 완연한 독립을 했나보다.